ART SG 2026,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중심축을 선포하다
ART SG 2026 관람 포인트는?
지난 1월 22일 VIP 프리뷰를 시작으로 1월 25일까지 개최된 ‘아트 싱가포르 2026(이하 ART SG)’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한 이번 페어는 마리나 베이 샌즈(MBS) 샌즈 엑스포 및 컨벤션 센터에서 전 세계 30개국 이상, 100여 개의 선도적인 갤러리가 집결한 가운데 진행되었다.

이번 에디션은 싱가포르의 자생적 예술 플랫폼인 ‘S.E.A. Focus’와의 첫 공동 개최라는 전략적 승부수를 던지며, 총 4만 3,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동원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2023년 출범 이후 매년 가파른 성장을 거듭해 온 ART SG는 이제 단순한 지역 페어를 넘어, 매년 1월 글로벌 아트 마켓의 향방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프리미어 플랫폼’으로 그 위상을 완전히 굳혔다. 현장에서 확인된 지표를 바탕으로 이번 페어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 네 가지를 정리한다.


ART SG, 동남아시아 예술의 넥서스가 되다
이번 행사에서 가장 전략적인 변화로 꼽히는 대목은 단연 ‘S.E.A. Focus’의 전시장 내부 공식 통합이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S.E.A. Focus는 동남아시아 현대미술을 세계무대에 알리기 위해 설립된 플랫폼으로, 그동안 싱가포르 아트 위크(SAW) 기간 중 별도의 장소에서 운영되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아트 SG와의 공동 개최를 통해 메인 전시장인 마리나 베이 샌즈로 자리를 옮겨 글로벌 컬렉터들과의 접점을 극대화했다.


독립 큐레이터 존 텅(John Z.W. Tung)이 기획을 맡고, STPI의 에미 유(Emi Eu)가 자문한 이번 섹션은 ‘인간적 대행자(The Humane Agency)’라는 주제 아래 16개 갤러리의 작품을 엄선해 선보였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예술가의 역할을 공감과 대응의 주체로 정의한 존 텅의 큐레이션은 동남아시아 현대미술 특유의 비판적 시각을 입체적으로 조명한 점이 눈길을 끈다.
S.E.A. Focus 2026은 싱가포르가 현대미술의 역동적인 허브임을 증명했을 뿐 아니라,
그너스 렌프루(Magnus Renfrew), 아트 SG 공동 설립자
동남아시아 예술 지형의 활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결정적 연결고리가 되었다.

여기에 인도와 남아시아 현대미술을 집중 조명한 ‘사우스 아시아 인사이트(South Asia Insights)’ 파빌리온까지 신설되어 아시아 예술 지형의 외연을 한층 확장한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스리니바스 아디티야 모피데비(Srinivas Aditya Mopidevi)의 자문으로 구성된 이 섹션은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었던 남아시아 작가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다.

특히 상하이 락번드 미술관(RAM)의 엑스 주 노웰(X Zhu-Nowell)이 기획한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 섹션은 평면 회화 중심의 페어에 역동성을 불어넣으며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이 전용 섹션은 실험적이고 다학제적인 예술 실천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시드니 기반의 작가 브라이언 푸아타(Brian Fuata)는 실시간 사운드 믹싱에 맞춘 즉흥 보컬 퍼포먼스로 현장의 물리적 환경에 직접 반응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싱가포르 작가 존 클랑(John Clang)은 관객 참여형 아카이브 작업과 동양의 자미두수(紫微斗数)를 결합한 형이상학적 초상화 퍼포먼스를 통해 관람객과의 깊이 있는 상호작용을 이끌어냈다. 아울러 인도네시아 작가 멜라티 수료다모(Melati Suryodarmo)가 라이브로 선보인 ‘I Love You’는 페어 현장에서 강렬한 정서적 울림을 남기며 퍼포먼스 아트 섹션의 시작을 성공적으로 알렸다.
글로벌 미술 시장의 가늠자
경제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총 43,000명 이상의 방문객을 동원한 아트 SG 2026은 폭발적인 거래량을 기록하며 시장의 건전성을 입증했다. 특히 한국 미술, 일명 K 아트의 활약은 현장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였다. 한국의 조현화랑(Johyun Gallery)은 ‘숯의 거장’ 이배(Lee Bae) 작가의 솔로 부스를 구성해, 숯을 활용한 대형 설치 작품부터 최신 ‘Brushstroke’ 시리즈까지 선보이며 전시된 작품 전량(20점 이상)을 완판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보고된 총매출액만 275만 8,000달러(약 37억 원)에 달하며, 이는 이번 페어에서 단일 작가 부스가 거둔 가장 독보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글로벌 블루칩 갤러리들의 성적표 역시 화려했다. 타데우스 로팍(Thaddaeus Ropac)은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의 조각을 45만 파운드에, 토니 크랙, 맨디 엘 사예그 등 주요 작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며 시장의 높은 수요를 확인했다. 화이트 큐브(White Cube) 또한 라킵 쇼(Raqib Shaw)의 신작 태피스트리 The Pragmatic Pessimist를 비롯해 마이클 아미티지(Michael Armitage)의 작품을 각각 27만 5,000파운드와 28만 달러에 판매하며 기분 좋은 성과를 냈다.

아트 SG는 매년 1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시장의 온도를 측정하는 바로미터다. 슈인 양(Shuyin Yang) 페어 디렉터는 이번 에디션에 대해 “싱가포르와 동남아시아, 전 세계의 다양한 갤러리를 맞이하게 되어 기쁘며, 이번 성과는 페어의 국제적 도달 범위가 확장되고 지역적 실천에 대한 헌신이 깊어지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다”라고 밝혔다.
지역 갤러리들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올해는 동남아시아 현대미술 플랫폼인 S.E.A. Focus가 처음으로 ART SG와 공동 개최되어 그 의미를 더했다. 가자 갤러리(Gajah Gallery), 샹아트(ShanghART), 실버렌즈(Silverlens) 등 주요 지역 갤러리들은 이번 페어를 통해 동남아시아 거장 및 유망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선보이며 지역의 예술적 실천을 글로벌 무대에 조명했다. 참여 전시업체들은 컬렉터와 기관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더불어 강력한 매출 성과가 이어졌음을 보고했다. 이러한 결과는 싱가포르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 자본이 모이는 ‘프리미엄 시장’임을 다시 한번 입증한 셈이다.
싱가포르 현대미술의 새로운 동력은?
한편 ART SG가 다른 상업 페어와 차별화되는 결정적 요인은 공공 기관과 민간 자본이 결합된 견고한 ‘제도적 뒷받침’이다. 싱가포르 미술관(SAM)은 올해 ‘SAM 아트 SG 펀드’의 규모를 기존 15만 SGD에서 25만 SGD(약 2억 5,000만 원)로 대폭 증액했다. 이를 통해 화이트 큐브(White Cube) 부스의 모나 하툼(Mona Hatoum)과 커먼웰스 앤 카운슬(Commonwealth and Council) 부스의 로터스 강(Lotus Kang)의 작품을 매입해 영구 소장품으로 등록했다. 이는 페어가 단순한 일회성 장터에 그치지 않고, 지역 공공 미술관의 컬렉션을 풍성하게 만드는 핵심적인 예술 창고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또한, 올해 처음 도입된 실험적 프로그램들도 주목할 만하다. UBS가 수여하는 ‘아트 SG 퓨처스 프라이즈(FUTURES Prize)’의 첫 수상자로 필리핀계 캐나다 예술가 마리골드 산토스(Marigold Santos)가 선정되며 1만 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신진 작가 발굴과 지원이라는 페어의 장기적인 비전이 구체화된 결과다. 웨어하우스 호텔에서 진행된 ‘완하이 호텔(Wan Hai Hotel)’ 특별전 역시 예술과 공간, 투숙객의 경험을 결합하며 예술 향유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홍콩을 대신할 아시아의 확실한 허브?

ART SG 2026의 성공적인 마무리는 싱가포르가 아시아의 독자적인 ‘확실한 허브’로 진입했음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안정적인 금융 시스템과 싱가포르 관광청(STB) 및 국가예술위원회(NAC)의 전폭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싱가포르는 글로벌 컬렉터들에게 신뢰받는 예술 투자처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싱가포르 아트 위크(SAW)와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번 페어는 도시 전체를 거대한 예술 축제로 연결했다. “자본이 흐르는 곳에 문화가 뒤따른다(Where capital flows, culture follows)”라는 모노클(Monocle)의 평가처럼, ART SG는 동남아시아의 예술적 목소리를 세계에 전하는 플랫폼이자 글로벌 거장들이 아시아 관객과 만나는 세련된 무대로 진화 중이다. 제4회 대회의 성과를 뒤로하고, 이미 2027년 1월 15일부터 17일까지로 개최가 확정된 차기 에디션에 전 세계 미술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ART SG 2026
장소 Sands Expo and Convention Centre, Marina Bay Sands, Singapore
기간 2026년 1월 22일 – 25일 *일반 관람 23일부터
웹사이트 홈페이지,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