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틀르, 디저트를 넘어 문화를 전달하는 브랜드 이야기
디저트로 시작해 팝업을 넘어 플래그십을 계획 중인 타틀르의 브랜딩 스토리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 등장했던 디저트, 로쿰. 터키쉬 딜라이트라고도 불리는 로쿰을 한국에 최초로 들여온 브랜드가 있다. 바로 김주희 대표가 전개하는 타틀르다. 로쿰을 시작으로 터키의 다양한 맛을 국내에 소개하는 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싶다는 타틀르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로쿰(Lokum), 터키쉬 딜라이트라고도 불리는 이 디저트는 젤리 형태의 겉면에 견과류나 다른 식재를 붙이고, 안에는 크림과 토핑을 넣어서 돌돌 말아낸 현대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어떤 이들은 과거 주사위 형태로 만든 옛날 젤리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로쿰은 훨씬 더 맛있다. 로쿰이 맛있다는 건 영화 <나니아 연대기: 사자, 마녀 그리고 옷장>에도 등장한다. 역사가 긴 전통 디저트이지만, 영화를 비롯해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에도 등장할 만큼 해외에서는 좀 더 익숙한 듯하다. 이 로쿰을 한국에 처음으로 들여온 브랜드가 있다. 높은 완성도의 디저트로 빠르게 자리 잡고, 런칭 2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기에 롯데백화점 동탄점에서 팝업을 연다. 김주희 대표에게 런칭 히스토리부터 단단하게 만들어가는 과정까지 들어봤다.
Interview
김주희 타틀르 대표
로쿰과의 운명적 만남
먼저, ‘타틀르’라는 브랜드 자체에 대해 먼저 얘기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타틀르의 역할은 일상에 이색적인 달콤함을 선물한다는 것이고, 이렇게 미션을 정했어요. 로쿰은 이제 시작인 것이고, 추후에는 터키의 다양한 맛과 멋을 한국인의 입맛에 잘 맞는 제품의 형태 혹은 콘텐츠로 소개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 타틀르로서 바라는 첫 반응은 ‘튀르키예에 이런 디저트도 있구나’였어요. ‘케밥이나 카이막 말고 이런 음식도 있구나’, 그리고 이걸 튀르키예에 가서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 들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터키 자체에 대한 궁금증도 생기면 좋겠고. 튀르키예가 사람들도 유쾌하고 친절하고, 거기만의 문화와 분위기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한국에서도 조금씩 즐겨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정했죠.
일단 제가 튀르키예 자체에 매력을 많이 느꼈어요. 터키가 세계 3대 미식 국가로 꼽히고, 세계 6위 관광국가예요.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미 세계적으로 입증이 된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터키가 지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그 안에 많은 역사가 쌓여 있어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세계 미식의 보고라고 하기도 하거든요. 저희가 아직 터키 미식에 대해 많이 모르잖아요. 빙산의 일각처럼 케밥, 카이막 정도만 알지만 그 케밥도 용어를 정확히 하자면 구운 것을 통칭하는 용어지 보통 생각하는 케밥만 뜻하는 게 아니에요. 카이막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에서는 제일 유명한 튀르키예 디저트가 되었지만 사실 달콤한 음식에 정말 진심이기 때문에 디저트도 무궁무진하거든요. 매력이 많아서 그걸 전달하고 싶어서 타틀르를 만들게 되었어요.
타틀르 소개를 보면 ‘터키쉬 푸드-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되어 있어요.
푸드라고 한 이유는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당연히 제 관심사로 시작한 것도 있는데, 먹는 건 오감으로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감각 경로라고 생각하거든요. 미각이 포함된 건 먹는 것밖에 없잖아요. 문화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려면 먹는 행위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라이프스타일이라고 한 이유는 음식을 먹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리적 요소나 문화와도 관련되어 있고, 결국 사람이 사는 라이프스타일과 연관되어 있잖아요. 그런 맛을 다 이해하려면 라이프스타일까지 아울러 소개할 수밖에 없다고 필요에 의해 확장되었어요.
홈페이지에도 쓰여 있긴 하지만, 튀르키예로 여행을 가게 되고 이렇게 빠지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저도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한 방송에서 세계 3대 미식 국가라는 얘기를 보게 되었어요. 그 부분에서 놀랐고, 언젠가는 꼭 미식 여행을 가고 싶다고 몇 년간 생각했어요. 그러다 결과적으로는 인연이어서 된 것 같긴 한데, 제가 2023년 2월에 퇴사하고 못 가본 여행을 가려고 오래 계획을 잡았어요. 많이 알고 가야 더 많이 습득할 수 있으니까 미리 콘텐츠를 찾아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고 다양하더라고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준비해서 미식 여행을 갔는데, 처음에는 창업을 결심하고 간 건 아니었어요. 거기 가서 갑자기 결정하게 된 거라 처음에는 터키 전역을 한 바퀴 돌면서, 직접 운전하면서 천천히 많은 걸 경험하려는 의도가 있었어요.
사업을 생각하고 가지 않았는데도 결심하게 된 그 과정도 궁금합니다. 물론 너무 좋으면 그럴 수 있지만, 그걸 사업으로 옮기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맞아요. 두 가지인 것 같아요. 일단은 당장 하려고 하진 않았지만 언젠가 음식으로 창업을 하겠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고요. 말의 힘을 느낀 게, 제가 ‘난 꼭 터키에 미식 여행을 갈 거야’라고 말을 많이 하고 다녔거든요. 그것처럼 ‘나는 회사에 다니는 사이클이 한 번 끝나면 세계 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아이템을 가져올 거야’ 이런 말을 많이 했어요. 창업을 한 건 처음이지만, 대학교 때부터 관련된 활동을 했고 스타트업에서만 만으로 6년 정도 일했고 창업과 계속 가까이 있었거든요. 음식으로 창업하고 싶은 생각은 있었지만, 제가 요리를 전공한 사람이 아니라 일상적인 음식을 특별하게, 남들보다 더 맛있게 하는 건 저의 영역이나 경쟁력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조금은 새로운 걸 한국에 맞는 콘텐츠로, 적재적소에 새로 발굴해 전달하는 건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창업을 그동안 못했던 이유는 사실 뭐로 할지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걸 이번에 느꼈거든요. 그동안은 창업을 하고 싶어도 다른 분들을 보며 나는 어떤 걸로 할지 왜 결정을 못할까 생각했어요. 뭔가를 하고 싶어서 창업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창업하고 싶어서 마땅한 걸 찾다 보니 안 맞잖아요. 그래서 ‘나는 왜 뾰족하게 좋아하는 게 없을까’ 고민하다 로쿰을 보고 계속 생각났고, 너무 먹고 싶었어요.
다른 하나는 제가 창업을 할 때 생각했던 조건들이 몇 가지 있었거든요. 이전에 식물성이라는 브랜드에서 일하며 저만의 기준을 정리했는데, 첫 번째는 무조건 상온 유통이 되는 아이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식물성은 채소를 콘셉트로 하고, 하이테크가 결합되어 있는 게 기업으로서 운영하기에는 가능한 규모지만 제가 하기에는 신선식품이고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았어요. 여기에 결국 먹는 장사이기 때문에 새로운 흥미는 줘야 하지만, 너무 튀거나 생소하면 계속 먹을 수 없잖아요. 새로우면서도 익숙한 맛이었으면 좋겠고. 세 번째가 결국 음식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브랜드, 콘셉트의 힘이 크다는 걸 많이 배웠어요. 제가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세상에 어떤 콘셉트를 획기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었고, 이미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많은 걸 발굴하고 싶었어요. 그런 점에서 터키는 뾰족하게 콘셉트를 가져올 수 있고, 좋은 스토리가 많기 때문에 어떤 걸 골라서 가공할까 고민하면 되는, 좋은 소재였던 거죠.
사실 결과론인 게, 로쿰에 끌려서 계속 먹으러 다녔고 정신 차려보니 제가 여행은 뒷전이고 시장 조사에 로쿰 가게만 몇십 군데를 계속 돌아다니고 있더라고요. 어떻게 만드는지 계속 알아보고, 심지어 제조사까지 찾아봐서 공장도 다 알아두고 온 거거든요. 이 정도로 끌리는 아이템을 만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이성적으로 분석하면 한국에서 시장이 전무하다는 게 사업적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잖아요. 그런 걸 따지기보다는 좋아해야 오래 버틸 수 있다는 확실한 생각이 있었어요. 제가 스타트업에 오래 있으면서 정말 잘 배운 것이 처음부터 잘 되는 사업은 있을 수 없고, 계속 부딪혀가면서 많이 피보팅도 하고 중간 과정도 많이 쌓아야 하고, 그런 과정과 시간이 있을 때 타이밍이 맞으면 잘 된다는 걸 배웠기 때문에 처음부터 잘 될 생각을 안 했어요. 애초에 그러려면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하고. 이 정도로 끌리는 건 두 번 오기는 힘들다 생각했고, 일단 무조건 하자는 생각에 한국에 와서 바로 사업자를 냈어요.
현실적인 부분에 관해 조금 얘기해볼까 해요. 식품을 하기도 어렵지만, 식품을 수입하는 건 더 어려운 일인데요. 제조 파트너를 찾았다고 하지만 그곳을 설득하는 것도 일이고,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정말 현실적인 일이라 구구절절할 수도 있어요. (웃음) 결론은 몰라서 시작했던 것 같아요. 그 전에 했던, 브랜드를 기획하고 제품을 기획하는 일은 해봤기 때문에 빨리 할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여행에서 돌아와서 3개월 안에 런칭을 할 생각이었거든요. 근데 우리나라 식약처가 세계 톱 수준으로 까다롭다는 걸 몰랐어요. (웃음) 한 번도 안 해봤으니까요. 터키에서 찾아다녔던 시간까지 포함하면 거의 10개월 정도 걸렸어요. 이것도 없던 걸 들여온다는 걸 고려하면 되게 빠르다고 하시더라고요. 터키 제조사를 한국 시스템에 등록하는 것, 식품 검역 등 절차가 많았고 이렇게 제품을 물성으로 구현하는 데 있어서도 이전에는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지만 고민했다면 이제 법적인 사항도 체크할 게 많더라고요. 뒷면 표기사항에 대해 공부하기도 하고. 기존에 해외의 것을 들여온 회사의 홈페이지나 대표님 인터뷰를 찾아보며 물꼬를 텄고, 상품군을 확장하는 선례도 파악했죠. 스터디할 게 생기니까 조금 트이는 느낌이었어요.
이후에는 한국 들어오는 과정에서 응대나 품질이 변하는지를 확인해야 해서, 우선 해외 택배로 샘플을 받아서 시식회도 해보고 그러면서 제조사를 결정했어요. 현대적인 형태임에도 2, 3대째 제조하고 있는 곳이고 40개국 정도 수출을 이미 하는 곳이었어요. 다만 제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저밖에 없잖아요. 다행인 건 터키에 있을 때 창업을 결심해서, 한국 돌아가면 현지 분들의 도움을 받을 일이 무조건 있겠다는 생각에 열심히 네트워크를 구해 놓았어요. 터키는 특히 친분이 중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어느 정도 서로를 알아야 형제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사업 응대를 잘 해줘요. 그러니 더욱 혼자 할 수는 없었는데, 인프라가 있는 분들을 통해 조금씩 키워서 소통할 수 있게 되었죠. 자료도 다 만들어서 터키에서 도와주시는 분께 1차로 소개를 다 드렸죠. 한국에 있을 때 이런 브랜드 기획을 했고, F&B 업장 운영도 했고. 다행인 건 식물성이 좋은 브랜드였고, 저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잖아요. 디자인 어워드 수상도 하고, 코리아의 서울 강남이라고 하니 다 알더라고요. 여기에 설득하는 과정이 있었고, 사업 계획을 다 제출했고 그렇게 총판권을 계약할 수 있었어요.
타틀르의 디자인과 콘텐츠
정말 쉽지 않은 과정이었군요. 그러면 브랜드에 관해 얘기해보려고 하는데요, 타틀르라는 이름부터 얘기해볼까요.
브랜드 이름이나 슬로건을 튀르키예어로 사용하는 건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튀르키예의 느낌을 줄 수 있어서 확신이 있었고. 요즘은 용어가 어렵다고 관심을 거두는 게 아니라 찾아보는 문화잖아요. 브랜드에 대한 인식도 많이 열려 있고, 마음도 열려 있어서 낯선 단어라고 해도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요. ‘달콤한 것을 먹고, 달콤한 말을 하라’는 터키 속담보다 단어가 더 먼저이기도 했어요. 타틀르의 뜻 자체가 달콤함이기 때문에 디저트 쪽을 알아보다 접하게 된 단어였고, 그래서 고민하지 않았어요. 부를수록 어감도 부드럽고 디저트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속담도 좋았던 게, 아까 제가 사업할 때 고민했던 지점이 다 맞아떨어졌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기획자로서 일할 때, 제품의 부족한 부분을 콘텐츠나 카피로 감싸는 형태가 될 때 좀 더 어렵거든요. 오히려 진정성 있는 스토리가 많이 있을 때 그걸 활용하는 것이 훨씬 편해요. 만드는 입장에서도 그렇고. 이런 속담이 있는 것만 봐도 터키 사람들이 달콤한 디저트에 얼마나 진심인지 그런 유구한 사랑이 느껴졌어요. 디저트가 주인공인 문장이기도 하고. 이 자체가 타틀르의 정체성이라 생각해서 슬로건으로 정했죠. 언어적 요소, 시각적 요소 모두 튀르키예의 역사나 문화에서 많이 찾았어요. 모든 과정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에 대표가 아닌 기획자로서도 좋았어요.
키 컬러도 확실하고, 전체적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가져가는 편인데요. 보통의 F&B 브랜드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홈페이지도 마찬가지고요.
패키지도 그렇고 저는 다 같은 맥락인데, 사실 식품이 패션이나 다른 분야에 비해 브랜드로 인지되고 있지는 않은데요. 물론 이미 더 고급스럽고 자리 잡은 식품 브랜드라 하더라도 저희가 얘기할 때 아이템을 먼저 얘기해요. 스콘도, 휘낭시에도. 먹는 경험이다 보니까 오프라인에서 찾아다니고, 어떤 걸 접하고 난 뒤에 그 브랜드의 SNS나 웹사이트에 들어가 콘텐츠를 읽고 스토리를 파악하는 과정은 다른 카테고리에 비해 아직 적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런 걸 브랜드로 전달하고 싶었어요. 제가 그렇게 하고 싶기도 하지만, 제가 해온 게 그런 부분이기 때문에 잘하는 부분을 살려야 경쟁력이 생기니까 디테일하게 잡으려고 한 것도 있어요. 필요에 의한 것도 있어요. 결국은 경험 경로이고, 라이프스타일까지 가려면 로쿰을 먹고 맛있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터키에는 어떤 음식이 있는지, 터키 음식의 역사는 어떤지, 어떤 이유로 이런 달콤한 음식이 많이 발달했는지 그런 부분이 다 설득되어야 타틀르는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제품 소개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스토리텔링도 튼튼하게 되어 있고, 구구절절과 불친절 사이에서 내용 구성에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말씀해주신 부분이 다 고민이었어요. 처음에는 사실 되게 구구절절했는데요. 지금 주변의 도움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콘텐츠에 대해 객관적으로 대화를 나눌 사람을 한 명씩 정했어요. 그래서 일차적으로 피드백을 받기도 하고. 불친절한 건 아예 옵션에 없었어요. 저는 중간에 프리랜서로 다른 브랜드 기획도 참여했는데, 요즘은 쿨하게 콘텐츠를 덜어내고 이미지로 많이 보여주는 게 멋지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있잖아요. 그렇지만 먹는 거기 때문에 그런 것보다는 이해하고 맛있게 먹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불친절한 콘셉트는 고려하지 않았어요. 다만 터키 여행도 하고, 거기서 느끼고 전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보니까 걷어내는 데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생소한 아이템이잖아요. 근데 온라인 모니터로만 보고 구매를 결정하기까지가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흥미를 돋을 수 있을지, 어떻게 한 번 시도하게 만들 수 있을지에 관한 콘텐츠 고민을 많이 했어요.
브랜드를 오픈하면 후에는 좋아해주시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다듬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소유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런 점에서는 냉정한 편인데요. 다만 초반에는 제 자식처럼 확신을 가져야 하고 애정을 많이 줘야 하잖아요. 그런 부분에서 저는 따뜻한 역할보다는 냉정하게 보는 편이요. 다행인 건 시식회도 하고 체험단도 했을 때 다 맛있다고 했고, 디저트 자체는 생소하지만 익숙하고 거부감 없는 맛이라고 했을 때 확신은 어느 정도 생겼어요. 그러면서도 실제로 판매를 해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호기심에 구매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전까지는 긴장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부분이 있었고. 이후에 리뷰 만족도도 높고, 재구매 비율이 높아서 콘텐츠가 설득되었던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접지형 매거진도 제작하고, 피크픽 스튜디오와 협업해서 디자인을 완성하기도 했어요.
피크픽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분은 엔씽에서 같이 일했던 디자이너고, 사실 합을 한 번 맞춰 봤던 상황이었어요. 저보다 먼저 퇴사하시고 프리랜서로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계셨어요. 전략적으로 잘 짜여진 기업의 아이템이 아니고, 스몰 브랜드이기 때문에 결국 제 개인의 아이덴티티가 많이 반영된 채 시작할 수밖에 없고, 제가 어떤 사람이고 무엇을 표현하고 싶은지를 이해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더 잘해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협업하게 되었어요. 필요한 기획 요소는 제가 부탁드렸죠. 모르고 보면 튀르키예 브랜드로 느껴질 정도이기를 원했어요. 콘셉트가 뾰족한 걸 원했고. 서로의 영역에 대한 존중이 있어서 잘 맞았고, 제가 기획에 있어 틀을 잡고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지 전달했고, 그걸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데에만 집중해 주셨어요. 저도 온전히 디자이너분에게 맡겼고.
일러스트의 경우에는 수연 님과 작업했어요.
수연 님은 영국 맨체스터에서 지내시고, 그곳의 디자인 회사 다니시면서 일러스트도 하시는 분이에요. 오래전부터 지켜봤고, 따뜻함이 느껴지는 게 정말 좋았어요. 시크하면서도 섬세한 인물의 표정도 좋았고요. 이번 작업은 정말 만족스러웠어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이스탄불의 귈하네 공원이 있어요. 거기 앉아서 창업에 관한 고민을 했고, 스스로 대화를 많이 했어요. 그럴 때 그 공원을 많이 찾았는데, 햇살이 드는 풍경을 보는데 따뜻한 이 일러스트가 바로 생각나는 거예요. 처음부터 부탁드려야겠다고 생각하진 못했고, 런칭 후에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다시 생각나 메일로 작업 요청을 드렸죠.
서로 디렉션을 정하고, 제가 공원에서 찍었던 사진부터 느꼈던 감정까지 그런 것들을 전달 드렸고, 이후 주고받는 과정에서 만들어졌어요. 수연 님도 자료를 많이 찾아봐 주셨어요. 이런 작업을 할 때 고민이 많았어요. 평소에 좋아했던 것들을 모아 타틀르에 녹여내는 게 사업에 객관적으로 일하는 건지, 자아실현을 하는 건지 고민하고 결정하다 보니 헷갈리는 지점들이 있었거든요. 절대 저 개인의 자아실현이 되고 싶지 않았어요. 한 번 더 고객 입장에서 정말 재미있는지, 필요한 건지 생각했고 일러스트를 요청할 때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평소에 좋아하던 분이라 주저했는데, 스몰 브랜드는 오히려 더 뾰족하게 가야 하고 초기에는 창업자의 취향과 시선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게 시각적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고. 최근 스몰 브랜드의 역할은 이런 취향을 제시하는 것까지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되었죠.
브랜딩 경험이 있으셔서 진행을 잘 하고 계시지만, 어떻게 보면 투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공을 들이는 게 많이 어렵긴 하죠. 그렇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시선이 많이 올라가고, 감도가 많이 높아졌잖아요. 스몰 브랜드의 역할이 더 뾰족하게 필요해진 것도 있고.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이걸 할까 말까, 엑스트라로 생각한 건 아니었고 무조건 하는 건데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지 고민했어요. 여기에만 치중할 수는 없고, 본질은 제품이니까. 그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지속 가능하게 브랜디드 콘텐츠를 낼 수 있고 계속 타틀르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가장 중요하게 두는 건 사실성과 진정성인 것 같아요. 지금은 아이템이 하나지만 확장 계획도 잡혀 있고, 계속 퍼져 나갈 거고. 튀르키예의 음식과 문화, 제품을 국내에서 가장 대표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 할 텐데 어설프게 잘못된 내용을 전달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해외에서 누가 우리나라 음식으로 비즈니스를 하는데 맛도 다르고 재료도 다르고, 먹는 방법이나 관련 문화도 바뀌는 걸 보면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안 좋잖아요. 반대로 터키의 것을 들여와서 소개하는 입장에서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좀 더 이해가 쉽다고 해서 원형을 바꾸거나 그러지 않기 위해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제가 잘 습득하고, 풀어야 하고. 그래서 협업하는 분들에게도 터키와 관련된 소개나 자료를 많이 보내요. 피곤할 수도 있겠지만 읽고 작업하면 분명히 다르거든요. 책임감도 느끼려고 하고, 자문위원단처럼 전문가들을 꾸려서 스터디도 생각하고 있어요.
끝으로 올해 계획이 있다면.
일단 상반기에는 계획이 촘촘하게 잡혀 있어요. 다행히 런칭하기 전부터 외부에서 연락이 많이 왔어요. 감사한 일이죠. 아무래도 한국에서 많이 소비되지 않은 새로운 콘셉트와 새로운 디저트고 패키지나 이런 것들이 잘 구성이 되어 있어서 채널에 얹기에 선택을 어렵지 않게 만들어드린 게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하고요. 그런 점에서 브랜딩이 생존이고 필수라고 느끼죠.
4월부터 6월까지는 팝업을 꾸준히 열 것 같아요. 와디즈 펀딩을 통해 신제품을 선보이려고 하고, 다른 곳에서도 연락이 오고 있고요. 팝업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서 실제 현장에서 많이 대면해보고 싶어요. 모니터로 소비자를 만나는 건 한계가 있잖아요. 물성으로 소비하는 데 적합한 콘텐츠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서 접지형 매거진을 시도한 거기도 하고요. 인스타그램이나 웹사이트로 많이 보여드려도 대면은 다를 거라고 생각해요. 직접 설명도 많이 해드리고, 어떤 부분을 궁금해하시는지도 들으면서 다시 온라인에 반영하는 선순환을 만들고자 합니다.
하반기에 목표로 하고 있는 건 플래그십 매장을 내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디저트 라인업이 확충될 예정이고, 카테고리를 왔다 갔다 하면 혼란스러울 것 같아서 처음에는 디저트 쪽을 완전히 잡고 그 다음 카테고리로 넘어가려고 해요. 유통 형태로 빠르게 경험을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세계 최초의 커피 하우스도 튀르키예에 있거든요. 원두가 처음은 아니지만 공간에서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커피 하우스는 처음에 만들어졌고. 티도 세계 소비량 1위가 터키거든요. 베이커리도 종류가 많고. 콘텐츠를 많이 보여드려도 공간에서 경험하는 건 다르니까 그런 측면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감사하게도 외부에서 많은 연락이 오고, 반응도 좋고, 브랜드를 시작하는 데에 있어서 부족하지 않았다 생각하는데요. 그러면서도 F&B는 결국 공간을 찾아가서 소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오프라인에 접점이 있어야 많이 확산될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연내 목표로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