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랜테리어의 정수를 보여주는 태국 카페 7
가정의 달 5월을 맞이해 태국 여행자에게 제안하는 플랜테리어 카페 7. 천장 위로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뻗어나가고 태국의 전통 수상가옥을 그대로 옮겨놓는 등 각자의 취향껏 자연과 맞닿은 인테리어를 즐겨보자.
일년 내내 따뜻한 날씨와 주목 받는 아트 씬을 가진 곳, 태국에서는 실내와 실외의 경계가 모호한 흥미로운 공간들이 꾸준히 탄생한다. 가장 일상적인 공공장소 중 하나인 카페는 그런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곳이다. 건축, 인테리어, 조경이 서로의 영역을 자연스럽게 넘나들며 ‘플랜테리어’의 정수를 보여주고, 여기에 로컬스러움을 더해 개성과 매력을 갖춘 공간들이 탄생한다.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전통적인 건축 스타일, 문화, 혹은 주민들의 생활까지 공간에 담아내어 방문객들에게 여행의 여백을 선사하는 태국 곳곳의 ‘핫플’들을 소개한다.
촌부리, Harudot by Nana Coffee Roasters
천장 위로 뻗어나가는 거대한 바오밥나무
촌부리의 해변 마을에 있는 이 카페는 매장 한가운데 자리한 거대한 바오밥나무가 인상적인 곳이다. 마치 씨앗이 건물 자체에 심어져 자라난듯, 자연적인 요소와 인공적인 요소가 흥미롭게 어우러진다. 거대한 바오밥나무는 천장 위로 뻗어 자라며 ‘시작과 성장’이라는 테마를 전달한다. 나무가 있는 방은 반쯤 하늘로 열린 공간이 되었다. 그 덕분에 나무 옆 틈으로 햇빛과 비가 들어오며, 방문객들은 테라스에 있는 것 같기도, 실내에 있는 것 같기도 한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된다. 카페의 이름인 ‘Harudot’은 봄을 뜻하는 일본어 ‘하루’와 점을 뜻하는 영어 ‘닷’을 합쳐 만들었다.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듯 성장이 시작되는 새로운 출발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방콕, Nana Coffee Roasters
안과 밖의 경계가 흐려지는 곳
분주한 도시 방콕의 중심부에 푸른 나무 숲이 우거진 정원이 만들어졌다. ‘Harudot’를 만든 나나 커피 로스터스의 지점으로, 기존의 평범한 카페를 도심 속 숲처럼 리모델링한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안과 밖이 이어지는 독특한 구조를 따라 돌면서 산책을 하거나, 아니면 가만히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것도 좋겠다. 천장에는 타일 사이에 끼워둔 유리와 거울들이 햇살과 정원의 풍경을 반사해, 공간의 경계를 더욱 흐릿하게 만든다. 실내 공간은 날씨, 그리고 커피를 마시는 경험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구조물을 단순하고 기능적으로 디자인했다.
나콘사완, Boobun Pocket Cafe
태국의 전통 수상가옥을 닮은 집
나무상자를 공중에 띄워놓은 것처럼 보이는 이 독특한 건물은 나콘사완 중심부에 있는 베이커리 카페다. 카페 건물은 가장 아래층과 가장 윗층을 제외하고는 측면 대부분이 나무 패널로 덮여 있다. 양옆과 뒤에 있는 건물들과의 거리가 가까운 까닭에, 서로 프라이버시를 지키면서 동시에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얼핏 답답할 것 같지만, 건축가의 설명에 의하면 상당히 기능적인 디자인이다. 뜨거운 한낮의 햇빛을 가리는 넓은 ‘나무 그늘’을 만들뿐 아니라, 바람이 건물 위에서 아래쪽으로 통과하며 내부 온도를 더욱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 현지의 전통 수상가옥에서 사용되는 환기 기술이라고 한다.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에게는 여행의 이야깃거리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다. 지속가능한 목조 건물을 짓고 싶었던 건축주의 바람에 따라, 건물에 사용된 자재의 거의 100%가 철거된 낡은 건물에서 회수해 온 재활용 목재다. 색상과 크기, 그리고 낡은 정도마저 제각각인 나무 패널과 조각들이 모여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방콕, Pomelo Amphawa Cafe
강이 내려다보이는 야외 극장
주말마다 열리는 수상시장으로 유명한 암파와 강변. 이곳에 카페와 공연장을 겸하는 공간이 있다. 아래층에는 유리로 사방이 내다보이는 카페가 있고, 그 위로 커피를 들고나가 앉을 수 있는 야외 계단이 있다. 원형극장을 닮은 이 옥외 공간은 강을 내다보는 전망대이면서, 편한대로 눕거나 엎드릴 수 있는 자유로운 개방형 좌석이기도 하다. 아랫층에서 무언가를 주문하지 않았더라도 누구든 앉았다 갈 수 있다. 이곳에서는 때때로 야외 공연들이 열린다.
치앙마이, Thingamajiggy
친구의 시골집에 놀러온 것처럼
치앙마이의 시골 마을, 매림에 있는 이 카페는 초행길에서는 찾기가 쉽지 않다. 북부 지역 어디를 가나 있는 흔한 쌀 창고 건물에서 간판도 없이 영업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페 한 편으로는 논두렁이 펼쳐져 있고, 반대편으로는 밭두렁이 멀리 언덕까지 뻗어나간다. 쌀의 무게와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된 이 지역 특유의 목조 건물은 그 자체로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건물 앞으로는 여느 농가 마당 같은 빈 공간에 차양막과 테이블들이 펼쳐져 있다. 차양막의 대나무 틀은 매림 지역 농민들 사이에 전수되는 손기술을 이용해 엮은 것이다. 마당의 어느 의자에 앉아도, 어느 풍경을 바라봐도 좋다. 잘 아는 친구의 집 마당에 놀러온 것처럼 느긋하게 대접받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곳이다.
아유타야, Naya Cafe Ayutthaya
논 가운데에서 진짜 ‘논 뷰’ 즐기기
프라나콘시아유타야의 한 농촌 마을, 할머니로부터 오랜 논을 물려받은 손주는 이곳에 현지 주민과 방문객들, 식사와 농촌의 생활이 한 데 어울리는 커뮤니티 공간을 지었다. 쌀 농사는 태국의 주요 농업 분야 중 하나이면서 이 지역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쌀알을 닮은 타원 형태는 쌀을 생산하는 땅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 논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덕분에 카페 안에서는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논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모내기철부터 푸른 벼가 자라고, 황금빛으로 변하는 수확철이 되기까지 논은 일년 내내 다른 모양과 색깔을 보여준다. 담이 높아지는 부분은 도로와 가까운 방향으로, 지나는 차들로부터 시선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담을 쌓은 붉은 벽돌은 현지에서 생산된 것이다. 농부가 아니어도, 카페에 머무는 동안은 마을 사람들의 삶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아유타야, Chirp cafe & chat space
고대 왕국의 흔적을 기억하는 곳
아유타야 왕국의 사원 왓 마하탓에서 500m만 걸어가면 나오는 이 카페는 유서 깊은 지역의 역사적 배경을 적극적으로 디자인에 반영했다. 아유타야에서 새를 키우고 놀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고 반영하기 위해, 본 건물은 과거 이 지역에서 인기를 끌었던 새집의 형태를 따왔다. 넓은 마당과 연못을 바라보는 툇마루에서는 전통 가옥의 감성과 함께 고즈넉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