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브랜드 가치의 시각화, SK브로드밴드 기가 와이파이 7
오늘날 공기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 와이파이. 공공재 같은 서비스를 운영하는 통신 기업들 사이에서 최근 들어 차별화를 위해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SK브로드밴드 의 기가 와이파이 7도 그 중 하나다.

오늘날 와이파이 서비스는 하나의 중요한 사회 인프라가 되었다. 약간 과장하면 디지털 시대에 공기나 다름없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통신 기업들에게 새로운 과제가 생겼다. 타사와 차별화를 꾀하는 동시에 AI의 등장과 맞물려 진화하는 기업의 정체성을 명확히 전달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지난 1월에 공개한 SK브로드밴드의 와이파이 공유기 ‘기가 와이파이 7’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못생긴’ 공유기는 집 안의 천덕꾸러기 같은 존재다. 인테리어를 해치는 주범처럼 여겨지면서 TV나 소파 뒤로 공유기를 숨기거나 서랍 안에 넣어버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감춰진 공유기는 전파 방해를 받기 마련이고 이는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흔히 심미성과 기능성을 별개의 문제로 여기지만, 이 경우엔 심미적 결함이 사용성 저하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이 문제를 타개하고자 새로운 모델 개발에 나섰다. ‘드러내고 싶은 공유기’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택한 디자인 파트너는 김지윤스튜디오였다. 디자이너는 미감을 해치는 주요 원인이었던 더듬이 모양의 안테나를 와이파이 신호 강도 향상에 최적화된 각도로 고정한 뒤 심플한 정사각형 판 안에 내장했다. 기본형인 L자형 구조는 1자로 펼쳐 벽걸이 TV, 이동형 TV 등의 후면에 부착할 수도 있도록 설계했다.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세심한 디테일도 눈에 띈다. 수차례 실험을 거쳐 완성한 벤틸레이션 홀은 별도의 냉각 장치 없이 공기 흐름만으로도 발열량을 줄여준다. 또 랜선 결합 여부를 알려주는 LED 표시등은 간접 조명으로 눈부심을 방지했다. 국내 친환경 패션 브랜드 플리츠마마와의 협업은 특별함을 더한다. 플리츠마마와 공유기용 친환경 패브릭 커버를 제작했는데, 기계의 차가운 물성을 따뜻한 니트 소재로 보완한 것이다. 재활용 페트병으로 만든 원단에 기하학적 도형 패턴과 그레이디언트 컬러를 더해 공유기를 감각적인 오브제로 거듭나게 하는 데 일조한다.

Interview. SK브로드밴드 BX팀 & 김지윤 김지윤스튜디오 대표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김지윤스튜디오와 협업한 배경이 궁금하다.
서영아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예쁜 외관을 구현해주는 파트너보다 완성도 높은 디자인 프로세스로 우리의 의도와 방향을 소비자에게 정확히 전달해주는 디자이너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김지윤스튜디오는 디자인 콘셉트부터 양산까지 철저히 책임지고 최초의 아이디어가 훼손되지 않게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기술적 한계에 부딪혔을 때 상황에 맞는 최적의
해결책을 제안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SK브로드밴드가 의도하는 디테일을 온전히 전달할 수 있는 실행력을 지닌 스튜디오라고 판단해 협업하게 되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주안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한지영 김지윤스튜디오에 형태를 구성하는 명확한 논리를 반영한 디자인을 요청했다. 기가 와이파이 7은 단일 모델을 넘어 향후 출시할 모델들에 적용할 새로운 디자인 언어의 출발점이 되어야 했다. 따라서 트렌드를 좇기보다 주거 공간과 조화를 이루는 조형 언어가 필요했다. 김지윤스튜디오는 기가 와이파이 7의 디자인과 더불어 자사 제품들의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를 설정하는 일도 함께 맡았다.
김지윤 프로덕트 아이덴티티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SK브로드밴드가 하나의 브랜드로서 기술을 다루는 방식과 태도를 드러내고자 했다. 공유기, 셋톱박스를 비롯한 디바이스는 무형의 서비스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하는 존재다. 브랜드 경험 측면에서 막중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그렇기에 제품이 기술을 과시하거나 시각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도록 했다. 마치 예전부터 알던 물건처럼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중요했다. 기가 와이파이 7 디자인에서도 이 점을 가장 신경 썼다.


제품 출시 전 내부 반응도 궁금하다.
한지상 정식 공개 전 사내에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 공유기가 아닌 줄 알았다는 반응이 흥미로웠다. 우리의 의도대로 기존 공유기와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데 성공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 앞으로 공개할 디바이스들의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가 직원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것도 BX팀에게 의미 있는 성과였다. 특이한 사례가 아닌 기준점으로 받아들였다고 생각한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SK브로드밴드에게 디자인이란 어떤 의미였나?
한지영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고 브랜드의 철학을 전달해 인식의 변화를 꾀하는 데 디자인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SK브로드밴드는 ‘AI 미디어 컴퍼니’라는 새로운 비전을 설정했는데, 이 비전을 체감하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서영아 디자인은 기술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단순히 제품을 꾸미는 도구가 아니라, 기술에 표정을 입히고 온기를 더해 고객과 대화하게 만드는 소통의 언어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최고의 기술을 자랑하기보다 고객의 삶에 아름다운 풍경을 남길 방법을 디자인을 통해 고민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