람보르기니의 DNA를 미래로 연결하는 디자이너, 밋챠 보커트
하이브리드 시대를 여는 람보르기니의 이정표, 테메라리오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 밋챠 보커트는 전 라인업 하이브리드화를 완성한 ‘테메라리오’를 통해 기술적 변화 속에서도 타협 없는 디자인 DNA를 강조한다. 10년간 브랜드 성장을 이끈 그는 유산과 혁신을 결합해 테메라리오에 반항적인 에너지를 투영했다. 하이브리드와 디자인의 결합, 음악적 영감, 이탈리아의 미학적 가치에 대해 그에게 직접 물었다.

“파워트레인이 무엇이냐는 저에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DNA입니다.”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 밋챠 보커트(Mitja Borkert)는 브랜드 최초로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완성한 ‘테메라리오(Temerario)’를 소개하며 디자인의 본질을 이같이 정의한다. 이는 전동화라는 거대한 산업적 전환점 앞에서도 람보르기니 특유의 정체성을 타협 없이 지켜내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2016년 람보르기니에 합류해 지난 10년간 브랜드의 눈부신 성장을 시각적으로 견인해온 그는, 동독에서 태어나 서독과 미국을 거쳐 현재 이탈리아에 정착하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학을 구축해온 인물이다. 스스로를 ‘어디에서든 영향을 흡수하는 스펀지’라 부르는 보커트의 시선 끝에는 항상 과거의 유산과 미래의 혁신이 공존한다.
그가 정의하는 테메라리오는 갈라도와 우라칸의 혈통을 계승하면서도, “젊고 신선한 인상을 지닌 반항적인 십 대”와 같은 파격적인 에너지를 품고 있다. 람보르기니 디자인의 성소라고 불리는 ‘센트로 스틸레(Centro Stile)’를 이끄는 그를 만나, 하이브리드 기술과 디자인의 필연적인 결합부터 음악에서 얻는 창작의 원천, 그리고 이탈리아라는 토양이 일러준 디테일의 가치에 대해 물었다.
Interview
밋챠 보커트 람보르기니 디자인 총괄

테메라리오, 하이브리드 시대를 여는 람보르기니의 이정표
테메라리오의 출시로 람보르기니는 전 라인업의 하이브리드화를 완성한 최초의 럭셔리 브랜드가 되었다. 브랜드의 전동화 전략이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실제 차량 디자인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우리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파워트레인의 종류와 관계없이 언제나 ‘아름다운 람보르기니’를 만드는 것이다. 나에게 파워트레인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으며, 람보르기니다운 정체성이 타협 없이 분명하게 드러나고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매력을 지닌 디자인 DNA를 구현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기준이다. 테메라리오를 디자인할 당시 하이브리드 모델의 특성을 고려해 휠베이스를 약 8cm 늘렸지만, 차체는 오히려 더 콤팩트하게 구성했다. 특히 ‘샤크 노즈(Shark Nose)’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인상과 풍부한 형태감을 통해 이러한 콤팩트함을 시각적으로 표현해냈다. 디자인과 퍼포먼스는 항상 함께 가며 서로 긴밀한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라디에이터나 공기 흡입구, 공력 성능 등을 모두 하나의 거대한 시스템 안에서 조화롭게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디자이너로서 이러한 기술적 요구사항을 단순한 제약이 아닌 창의적인 도전 과제로 받아들이고, 엔지니어들이 필요로 하는 핵심 요소를 디자인의 언어로 이해하고 녹여내는 데 집중했다.

디자인 관점에서 테메라리오를 구현할 때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가 있었다면?
차량의 전체적인 콘셉트 설정은 디자이너에게 항상 가장 큰 도전이다. 콤팩트한 인상을 지닌 차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알루미늄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를 비롯해 냉각 시스템 등 수많은 기술 요소를 집약적으로 담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10,000rpm까지 회전하며 고열을 발생하는 엔진의 특성을 고려할 때, 엔진과 라디에이터가 충분히 숨을 쉴 수 있도록 필요한 개구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동시에 시간이 지나도 유효한 ‘타임리스(Timeless)’ 디자인을 완성하는 일, 즉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과정은 언제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만약 딜러십에서 직접 차량을 소개한다면, 테메라리오의 어떤 점을 가장 강조하고 싶은지도 듣고 싶다.
테메라리오가 람보르기니의 새로운 세대를 상징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첫 번째로 꼽고 싶다. 감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한층 더 날카로운 퍼포먼스와 즉각적인 응답성을 구현한 하이브리드 슈퍼카라는 점이 핵심이다. 또한 향상된 실내 공간 설계로 신장이 큰 고객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실용적 장점이다. 요컨대 테메라리오는 헤리티지, 최첨단 엔지니어링, 그리고 일상에서의 활용성을 하나의 미래지향적 모델 안에 완성도 높게 담아낸 차량이다.
세 가지 영감의 조화와 스토리텔링의 힘

테메라리오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이끌어낸 영감의 원천이 궁금하다.
영감은 차량이 지닌 ‘미션’과 유니크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필요성에서 시작된다. 구체적으로는 세 가지 축이 존재하는데, 첫째는 카운타치(Countach)나 디아블로(Diablo) 등 과거 모델들에서 이어져 온 람보르기니의 디자인 DNA다. 둘째는 외관의 ‘윙’ 형태와 실내 디자인에 반영된 항공 우주 분야의 미학. 그리고 셋째는 노출된 타이어와 외부에서 보이는 V8 엔진의 구조적 미학에서 엿볼 수 있는 모터사이클 세계의 역동성이다.
테메라리오는 람보르기니 대가족 안에서 젊고 신선하며 다소 반항적인 십 대 같은 존재다.
밋챠 보커트
럭셔리 슈퍼카로서 소재의 선택과 지속가능성 역시 중요한 화두다. 테메라리오에 적용된 CMF 전략과 람보르기니가 지향하는 소재는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센트로 스틸레를 ‘아트 앤 컬러 아틀리에’라고 부르지만, 이는 색상을 넘어 엔지니어링의 영역이기도 하다. 어떤 부위에 알루미늄을 쓰고 어디에 카본 파이버를 적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차량 구조 전반에 관한 복합적인 선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내의 경우 레부엘토에 이어 지속 가능한 마이크로파이버 소재를 도입했다. 람보르기니는 지속가능성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2년 전 란자도르(Lanzador) 콘셉트카를 통해 재활용 카본 파이버나 3D 프린팅 소재를 선보인 것도 그 일환이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결코 쉽게 버려지지 않는 열정과 신념이 담긴 오브제이기에, 그 자체로 영원히 지속가능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한다.

람보르기니의 컬러 팔레트와 개인화 프로그램인 ‘애드 퍼스넘(Ad Personam)1‘*이 디자인 과정에서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신형 모델의 론칭 컬러를 선정할 때 항상 애드 퍼스넘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폭넓은 창의적 자유에서 영감을 얻는다. 개인화야말로 람보르기니 경험의 핵심이기에, 론칭 컬러는 고객에게 열려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테메라리오는 조형미를 강조한 매트 블루와 그린 두 가지 컬러를 선보였다. 고객들이 폭넓은 맞춤형 옵션을 통해 자신의 개성에 맞는 컬러로 차량을 ‘입히는’ 과정에서 최고의 만족감을 느끼길 바란다.


한편, 디자인 과정에서 음악과 뮤직비디오로부터 영감을 많이 받는다고.
거의 항상 음악을 들으며 작업한다. 나에게 음악과 뮤직비디오는 매우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디자인을 구상하고 스케치를 진행하는 단계에서도 늘 음악과 함께한다. 특히 짧은 시간 안에 강력한 스토리텔링을 응축해 보여주는 뮤직비디오의 연출 방식에서 깊은 인상을 받는다. 이러한 영감은 결과물을 시각적 언어로 어떻게 표현하고 설명할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디자인 그 자체만큼이나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 사진 한 장을 찍을 때도 치밀하게 고민한다. 람보르기니의 디자인을 설명하는 영상 콘텐츠 제작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40년 넘게 혁신을 이어온 ‘데페쉬 모드(Depeche Mode)’다. 그들은 자신의 스타일에 안주하지 않고 항상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며 변화를 추구한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각적 언어를 찾아야 하는 디자이너로서 그들의 음악과 행보는 나 자신을 가장 잘 대변해 준다고 느낀다.
개인화와 문화적 다양성이 빚어낸 가치

동독에서 태어나 서독과 미국을 거쳐 현재 이탈리아에 정착하기까지 다양한 문화적 경계를 넘나들며 활동해 왔다. 이러한 배경이 디자인 철학에 어떻게 반영됐을지도 궁금하다.
나는 독일인이지만 스스로를 매우 국제적인 사람이라 생각한다. 서로 다른 문화를 넘나드는 경험에 상당히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다. 동독에서 태어나 서독으로 이동해 공부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헌팅턴 비치에서 포르쉐의 첫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전혀 다른 세계를 경험한 것은 젊은 디자이너로서 매우 인상적인 계기였다. 디자이너로서 나는 어디에서든 영향을 흡수하는 ‘스펀지’ 같은 존재가 되고자 노력한다. 현재 내가 이끄는 센트로 스틸레 팀 역시 전 세계에서 모인 디자이너들이 다양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이러한 국제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는 우리가 만드는 디자인에 자연스럽게 투영된다.
한편 이탈리아라는 토양이 당신에게 일러준 창의적 가치는 무엇일지도 궁금하다.
독일인으로서 이탈리아에 살며 람보르기니 디자인을 이끌고 있다는 점은 디자이너로서 얻은 최고의 선물 중 하나다. 이탈리아는 음식, 가구, 럭셔리 제품 등 모든 분야에서 창의성과 열정이 넘치는 나라다. 특히 이곳에서 배운 가장 중요한 가치는 모든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완벽한 디테일링’의 감각이다. 이러한 정교한 감각은 현재 람보르기니 디자인의 핵심적인 토대가 되고 있다.
- *Ad Personam은 람보르기니의 공식 맞춤 제작(커스터마이징) 프로그램으로, 고객이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차량에 그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리미엄 개인화 서비스를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