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 확장된 음악이라는 경험, 성수율 뮤직
사일로랩(SILO lab)에서 오픈한 이머시브 뮤직 스페이스 '성수율 뮤직'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음악을 접하고 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일상에 자리 잡은 음악을 우리는 과연 '제대로' 듣고 있을까?


현대인들은 하루에도 수없이 음악을 접한다. 숏츠와 릴스 같은 짧은 영상 속 배경음부터 길을 걷다 우연히 흘러나오는 음악까지.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는 순간에도 계속해서 소리를 듣고 있다. 음악은 이렇게 우리의 일상에서 하나의 자연스러운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 사이에, 음악을 만드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해 왔다. 과거에는 악기와 사람의 목소리에 의존했다면, 오늘날에는 입체음향 기술을 통해 소리를 공간 속 특정 위치에 배치하는 방식으로 청취 경험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보컬과 악기, 잔향은 각각 분리된 좌표에서 구성되어 더욱 풍부한 사운드와 입체적인 존재감을 형성한다.

이렇게 고도로 발달한 음악을 매일 소비하는 반면, 대부분은 일상에서 이어폰이나 스피커를 통해 평면적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 고도로 정교해진 제작 기술과는 달리, 보편적인 청취 환경에서는 그 구조와 공간감을 온전히 경험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이렇게 설계된 음악은 과연 어떤 환경에서 가장 온전히 경험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음악의 구조를 공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소가 성수에 문을 열었다. 성수율 뮤직은 입체음향 시스템을 중심으로 구축된 음악 기반 복합 플랫폼으로, 청음을 비롯해 공연, 커뮤니티 프로그램, 협업 프로젝트까지 다양한 형식의 음악 콘텐츠를 수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성수율 건물의 3층과 4층에 있는 이 공간은 약 70평 규모의 시청각 환경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의 핵심은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기반 입체음향 시스템이다. 기존의 스테레오 환경이 좌우 두 채널을 중심으로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이라면, 애트모스는 소리를 ‘오디오 오브젝트’ 단위로 분리해 공간 좌표에 배치한다. 이를 통해 보컬, 악기, 잔향과 같은 음향 요소가 위와 아래, 앞과 뒤 등 서로 다른 위치에서 정밀하게 구성되며, 청취자는 음악을 하나의 방향이 아닌 공간 전체 속에서 경험하게 된다. 이곳은 11.4.4채널 구성과 d&b audiotechnik 스피커 시스템을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음악의 구조와 공간감을 보다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다.


이 공간을 기획한 사일로랩(SILO Lab)은 빛과 소리 같은 물질적 요소와 미디어 기술을 결합해 몰입형 환경을 구축해 온 크리에이티브 그룹이다. 이들은 미디어를 단순한 시각적 장치로 사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 속에서 감각이 형성되는 방식을 설계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백열전구의 빛을 활용한 〈묘화〉와 수백 개의 풍등으로 공간을 채운 〈풍화〉에서 드러나듯, 사일로랩의 작업은 기술 자체보다 공간을 통해 형성되는 경험의 밀도에 초점을 맞춘다. 성수율 뮤직 역시 이러한 접근을 바탕으로 입체음향 시스템과 미디어 환경을 결합했으며, 좌우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과 미디어 시스템을 통해 음악 경험을 공간 전반으로 확장했다.


공간이 완성되기까지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 그룹이 참여했다. 건축 디자인은 니드21이, 건축 설계는 오엠오가 맡았으며, 음향 및 스크린 시스템은 데스코, 건축 음향 설계는 아키사운드가 담당했다. 브랜드 디자인은 스프레드웍스와 함께, 인테리어 및 시공은 예스디자인이 진행했으며, 음향 시스템은 d&b 코리아와 돌비 코리아의 검수를 통해 구현되었다. 각 분야의 전문성이 결합되며 입체음향 환경을 중심의 공간이 완성되었다.


공간은 청음을 중심으로 설계되었지만, 가오픈 기간 동안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여러 형식의 음악 경험을 수용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확장해 나가고 있다. 일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 가오픈 프로그램에서는 신청곡과 사연을 접수해 재생하는 방식을 통해, 개인의 서사와 음악이 공간 속에서 연결되는 경험을 확인했다. 다양한 장르의 신청곡을 재생하며 음향 환경에 대한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를 공간 운영에 반영해 나갔다.


또, 전자음악 커뮤니티 PERMIT과 협업한 테크노 레이브 프로그램은 이 공간이 공연 환경으로도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입체음향 시스템은 청취 환경을 넘어 라이브 공연에서도 새로운 공간감을 형성하며, 음악을 경험하는 방식을 청음에서 공연과 참여로 확장하고 있다.


공식 개관과 함께 진행된 런칭 쇼케이스에서는 이러한 공간의 구조와 경험을 종합적으로 소개했다. 입체음향 데모 시연을 시작으로, 아티스트 선우정아와 대중문화 평론가 김윤하가 참여한 리스닝 세션과 라이브 공연이 이어졌다. 선우정아가 큐레이션 한 추천곡을 통해 서로 다른 장르와 질감의 음악이 입체음향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확인할 수 있었으며, 라이브 공연에서는 다양한 사운드가 공간 전반에 걸쳐 형성되며 기존 공연장과는 다른 밀도의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성수율 뮤직은 앞으로 자체 큐레이션 프로그램과 아티스트 및 브랜드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특정 장르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다양한 음악과 문화를 수용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음악을 듣는 행위 자체를 공간 기반 경험으로 전환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일상에서 끊임없이 소비되던 음악은 이곳에서 다시 하나의 환경이 되고, 청취자는 그 구조 속을 직접 경험하는 주체가 될 수 있는 공간 성수율. 고도로 발전해 나가고 있는 음악을 제대로 즐겨보고 싶다면 성수율 뮤직으로 향해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