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이네즈와 비누드의 40주년 회고전
사진가 듀오 이네즈와 비누드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 〈Can Love Be a Photograph〉가 오는 3월 21일 헤이그 미술관에서 열린다.

“사랑은 사진이 될 수 있을까?” 사진가 듀오 이네즈Inez와 비누드Vinoodh가 40주년을 회고하며 내건 질문이다. 이네즈 반 람스베르데와 비누드 마타딘은 삶과 창작의 모든 여정을 함께해온 동반자다. 이네즈는 한자리에 서서, 비누드는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데 그 모습이 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의 뇌를 공유한다’고 말하는 두 사람은 그토록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협업해왔다. 하나의 뇌, 두 쌍의 눈을 가졌기에 남들보다 멀리 내다볼 수 있었다. 이들은 디지털 합성이 창작의 매체가 될 수 있음을 가장 먼저 보여준 작가 가운데 하나였다. 컴퓨터 기술을 활용한 이미지 실험이 막 태동하던 1990년대 초, 겁 없이 도입한 합성 기술로 초상 사진 분야의 최전선에 섰다. 미학적·기술적 면에서 모두 선구자적 위치에 있었기에 장르와 영역도 거리낌 없이 오갔다. 사진, 패션, 비디오까지 섭렵하며 창작의 경계를 넓혀나갔는데, 특히 각종 매거진과 브랜드 캠페인에서 선보인 실험적 시도는 패션과 예술의 경계를 흐리는 데 중요한 초석이 되기도 했다.


그러니 이네즈와 비누드가 걸어온 어지러운 여정을 어떤 말로 정의할 수 있을까? 두 사람의 40주년을 기념하는 회고전 〈Can Love Be a Photograph〉는 이들의 행보를 엄격한 사조나 미학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다만 “관심은 가장 드물고도 순수한 형태의 관대함이다”라고 말한 철학자 사이몬 웰의 말을 빌려, 피사체를 관찰하는 가장 근간의 행위를 사랑이라는 너그러운 단어로 아우른다. 18개의 전시실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1986년부터 이어져온 이네즈와 비누드의 창작 행보를 조명한다. 연대기적 나열 대신 주제 중심으로 구성한 것은 사진으로부터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제거하기 위함이다. 사진이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는 관습적 인식에서 벗어나 이미지 그 자체로 바라보도록 제안하는 것이다. 신작과 구작이 어우러지는 가운데, 전시장 한편에는 두 사람의 에디토리얼 작업을 소개하는 공간도 마련한다. 인쇄 매체에 초점을 맞추며 이미지, 텍스트, 레이아웃의 상호작용에 대해 논한다.

익숙한 인물들의 얼굴도 만나볼 수 있다. 판테온을 연상시키는 성스러운 분위기에서 동시대 아이콘의 초상 사진을 전시하며, 셀러브리티가 위상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이네즈와 비누드의 사진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실히 드러낸다. 엠엠 파리가 디자인한 동명의 도록도 눈여겨볼 만하다. 작가들의 작업이 지닌 개념적 깊이를 투영한 일종의 오브제다. 광범위한 작품 세계를 다각도로 분석한 에세이와 인터뷰를 통해 두 사람의 경력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주제를 돌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