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APF 컴퍼니 박정용 대표와 나눈 대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한 문장으로 정의해달라는 요청에 박정용 대표는 이렇게 답했다. “‘아시아 출신이거나 지금 아시아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팀들 중 라이브가 뛰어난 음악가들로만 채워지는 음악 페스티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시아 음악가를 한데 모은 이 페스티벌의 시작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누가, 왜 만들었을까?

페스티벌의 계절이 돌아왔음을 알리는 여러 뉴스 가운데 낯선 이름이 등장했다. 바로 ‘아시안 팝 페스티벌(Asian Pop Festival)’. 아시아 음악가만 모아 무대를 꾸린다는 기획에, 화려하고 내실 있는 라인업으로 첫 회임에도 올여름 가장 기대되는 페스티벌이 되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공동 주최사인 APF 컴퍼니(공동 대표 김대우)의 박정용 대표가 오랜 시간 구상한 무대. 6월 22일과 23일, 양일간 열리는 페스티벌의 개막이 성큼 다가온 지금, 박정용 대표에게 아시안 팝 페스티벌에 관한 조금은 진지한 질문을 던졌다.

Interview

박정용 APF 컴퍼니 대표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여러 미디어에서 음악을 선곡하고 ‘라이브클럽데이’, ‘서울 인디 뮤직 페스타’ 등의 공연을 기획했다. 숨은 보석 같은 뮤지션을 소개하는 네이버 ‘온스테이지’도 그가 처음 기획한 것. 동시에 홍대 앞에서 17년째 ‘벨로주’라는 음악 공간을 운영하며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과 대중을 연결해오고 있다. 음악 외길 끝에 지난해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준비하기 위해 김대우와 ‘APF 컴퍼니’를 시작했다.

아시아 음악가들의 축제

아시안 팝 페스티벌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요즘 어떤 시간을 보내고 계시나요? 기획자들에게는 지금이 어떤 시기인지 궁금해요.

페스티벌이라는 것이 사실 굉장히 비효율적인 시스템입니다. 최소 6개월 이전부터 실무에 들어가서 개최 두 달 전이면 매일 이삿짐센터 같은 현장이죠. 그러니까 지금 이사 전날에 인터뷰를 하고 있습니다. (웃음)

2019 아시안 팝 스테이지 현장 스케치 © APF 컴퍼니
아시안 팝 페스티벌은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아시안 팝 페스티벌의 시작은 ‘아시안 팝 스테이지(Asian Pop Stage)’예요. 한국의 인디 음악을 상징하는 ‘라이브클럽데이’가 기획해 한국의 인디 음악이 아시아의 대중음악과 교류하고, 관객들에게도 매력적인 아시아 음악가들을 만나게 하는 시리즈 공연이었죠. 지난 7년(2017 – 2023) 동안 16회 공연에 6개국 17개팀(cero, Phum Viphurit, Histujibungaku, No Party For Cao Dong, Ichiko Aoba, YONLAPA 등)을 국내에 소개했어요.

당시 아시아 대중음악 교류의 필요성을 느끼셨던 걸까요?

필요성 때문에 만들어졌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결과였어요. 저희가 홍대 앞에서 라이브클럽데이라는 작은 축제를 유지하고 있으니 한국을 방문해 새로운 관객을 만나고 싶은 아시아의 장르 음악가들이 저희에게 내한 공연을 제안하는 경우가 자꾸 생기고 있었고요. 라이브클럽데이에 출연하는 밴드들도 일본이나 대만 등 가까운 아시아 지역의 밴드들과 이미 만나고 있었고, 더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었죠. 그러니까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지 않아도 아시아는 지역적, 문화적 특성 때문에 이미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던 셈이죠.

그동안 한국은 언제나 수출하고 밖으로 보내는 데에 관심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어떻게 한국 밴드들을 서양에 보낼지에만 관심이 있었죠. 정작 보내도 잘 이어지지 않아요. 물론 케이팝은 제외입니다. 하지만 한국에 케이팝만 있는 건 아니죠. 영미나 유럽은 지속성이 유지되기 힘들어요. 문화 탓도 있지만, 거리나 비용 때문도 크죠. 반면 아시아는 정책적으로 보내지 않아도 이미 스스로 교류하고 있어요. 다만, 보내려면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미 아시아 지역에는 많은 페스티벌이 있어서 서로 팀들을 보내고 받으며 교류하고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한국에는 그런 움직임이 드문 현실이었고요. 그래서 아시안 팝 스테이지가 작게나마 그런 플랫폼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시안 팝 페스티벌 개최 공지 포스터 © APF 컴퍼니
그렇게 시작된 아시안 팝 스테이지가 어떻게 아시안 팝 페스티벌로 이어지게 되었는지 궁금해요. 어떤 문제의식이 있었나요?

아시안 팝 스테이지를 3년쯤 하고 있을 때 코로나가 터졌어요. 1년 이상은 모든 게 멈출 수밖에 없었죠.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는 라이브클럽데이도 그렇고, 공연 씬을 바라보고 즐기는 관객들이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욕구가 터져 나온 것과는 다른 변화가 느껴졌죠. 인디펜던트 문화를 즐기는 세대가 바뀌었고, 공연을 소비하는 관객들의 모습도 달라졌다는 걸 알았어요.

예를 들어 작년 아시안 팝 스테이지에 초대한 웬디 완더(Wendy Wander)라는 대만 밴드는 한국에 인지도가 거의 없다고 생각했어요. 네이버에 검색해도 결과가 별로 없었거든요. 하지만 공연 공지가 올라오고 나서 제법 많은 팬이 웬디 완더를 초대해줘서 감사하다는 댓글을 썼어요. 소위 전문가들인 저희도 잘 모르는 아시아의 밴드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존재하는 거였죠. 유튜브나 스포티파이 같은 글로벌한 음악 플랫폼 때문도 있을 텐데, 새로운 관객들은 아시아나 영미 음악을 다르게 인식하거나 차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된 거죠. 그리고 음악 플랫폼으로 접한 음악가들을 현장에서 만나는 것에 대한 가치가 좀 더 커진 이유도 있을 것 같고요.

이런 변화들이 우리가 초대했었고 새로 소개하고 싶은 아시아 팀들로 페스티벌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오던 그림에 용기를 더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걸 굳이 ‘아시아 팀들만 나오는 페스티벌로 만들어야겠다’는 문제의식은 앞서 말한 답변에 있는 것 같고요.

아시안 팝 스테이지를 페스티벌로 만들며 유지한 것과 바꾼 것이 있다면.

아시안 팝 스테이지는 모든 공연이 아시아 팀의 단독 내한 공연이라기보다 아시아와 한국의 음악가들이 함께 무대에 서는 방식이었어요. 이처럼 사이즈가 달라졌을 뿐이지 핵심이 되는 방식은 페스티벌로 바뀌어도 그대로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다만, 페스티벌이라는 건 여러 공연이 동시에 열리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를 만드는 거라고 생각해요. 페스티벌이 말하고 싶은 의미를 디자인이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방식 등에서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핵심은 그대로라고 해도 모든 걸 다시 정리하고 새롭게 접근해야 했어요. 그것 때문에 힘들고, 그래서 보람도 있고. 그런 양가적인 감정입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 로고 © APF 컴퍼니
국내 유명 음악 페스티벌 대다수가 2000년대 초반 시작되었는데요. 지금 시작하는 음악 페스티벌로서 변화하는 음악 시장이나 관객에 맞춰 홍보 방식이나 디자인에 신경 쓴 부분이 있는지도 여쭤보고 싶었어요.

사실 이게 제일 어려운 부분이에요. 지난 20여 년의 페스티벌 시장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체험하면서 느낀 건 너무 빨리 바뀐다는 거예요. 당연히 정답도 없고요. 변화만 생각하면 어떤 시작도 못 하겠더군요. 그래서 트렌드는 계속 지켜보며 놓지 않되 중요한 건 내용이라는 생각을 계속합니다. 갑자기 인스타 매거진들이 가장 유력한 홍보 플랫폼이 된 것도 새로웠어요. 진짜 잘하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열심히 배울 건 배우고 따라가자. 대신 신경 끌건 끄자. 뭐 이런 생각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긴 합니다. (웃음)

아시안 팝 스테이지의 이후가 궁금한 분들도 있을 것 같아요. 아시안 팝 스테이지는 이제 종료되는 걸까요?

종료는 아닙니다. 페스티벌이 끝나고 나서 이번 무대에 섰던 팀들이나 아쉽게 초대하지 못했던 팀들의 공연을 할 계획이고요. 페스티벌로 모인 관심을 아시안 팝 스테이지 같은 형태로 이어나가려고 합니다. 아시안 팝 스테이지를 계속하려고 페스티벌을 만든 이유도 있는 셈입니다.

의외의 장소, 참신한 라인업

본격적인 페스티벌 준비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아시아 팀으로만 이루어진 페스티벌을 생각한 건 몇 년 전이지만, ‘하자’고 결심한 건 작년 여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이 페스티벌을 처음부터 함께 만든 김대우, 코키 야하타, 저까지 세 명이 함께 그런 생각을 나누었고요. 가장 중요한 장소를 고민하다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 제안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파라다이스 문화재단(파라다이스시티)에 제안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처음 페스티벌을 계획하게 되면서 가장 어려웠던 게 장소였어요. 라인업을 보시면 알겠지만, 넬이나 노 파티 포 차오동(No Party For Cao Dong) 같은 록밴드에서 백예린, 수요일의 캄파넬라 같은 대중적인 팬덤을 갖고 있는 뮤지션과 이랑, 여유와 설빈 같은 포크 싱어송라이터, 김오키 새턴발라드나 이디오테잎 같은 재즈와 일렉트로닉 장르 팀까지,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가진 팀들이 무대에 서요. 이런 팀들의 동시 공연이 가능 하려면 1만 명 넘게 들어가는 아레나나 넓은 잔디만이 아니라 다채로운 공간이 뒷받침되어야 하는데요. 국내에는 그런 장소가 거의 없어요. 그러다 떠오른 곳이 파라다이스시티였죠.

저는 파라다이스시티를 경험해보지 못해서… 어떤 면이 페스티벌의 장소로 적합했나요?

인프라가 좋은 호텔이고 엄청난 미술 작품이 곳곳에 전시된 곳이라는 것만 알고 있었지, 저도 파라다이스시티는 숙박을 해본 적이 없었어요. ‘파라다이스 아트랩’이라고 저희와 함께 이 페스티벌을 공동 주최하는 파라다이스 문화재단에서 매년 개최하는 아트 축제가 있는데요. 워낙 유명한 행사여서 그 축제를 보러 갔던 것이 첫 방문이었어요. 그러면서 1만 명 수용 가능한 잔디 광장과 바로 옆 3천 명 이상 들어가는 블랙박스형 스튜디오, 아시아 최대 규모의 DJ 클럽 크로마와 전문 라이브 뮤직 라운지인 루빅까지, 완전히 다른 네 가지 형태의 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합정역에서 승용차로 40분 거리여서 생각보다 서울과 크게 떨어지지도 않았고요. 바로 여기구나 싶었습니다. (웃음)

페스티벌의 성격과 분위기를 만드는 데에도 장소가 중요하잖아요. 이곳에서 어떤 페스티벌을 기대하시나요?

사실 야외에서 열리는 음악 페스티벌은 고생이에요. 특히 여름 페스티벌은 더하죠. 30도가 넘는 땡볕에, 언제 비가 올지 모르고요. 하지만 땡볕에서 마시는 시원한 생맥주 한 잔, 갑자기 내린 비에 온몸이 홀딱 젖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뛸 때 느끼는 해방감은 한 번 경험하면 잊지 못하죠. 이곳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일단 파라다이스시티라는 너무나 쾌적한 인프라가 있고요. 반대로 도심과 떨어진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여유도 존재합니다. 그래서 록 페스티벌의 열기와 피크닉 페스티벌의 여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될 것 같아요. 특히 세 곳의 실내 공연장이 있어서 무엇보다 음악에 좀 더 몰입할 수 있는 페스티벌이 될 것 같습니다. 그것을 제일 바라기도 하고요. 다른 페스티벌과 달리 좀 더 음악에 몰입하고 그렇게 새로운 음악을 만나게 되는 페스티벌이 되길 기대합니다.

아시안 팝 페스티벌 3차 라인업 포스터. 마지막 4차 라인업은 5월 중순 이전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 APF 컴퍼니
라인업도 많이 신경 쓰신 것 같아요. ‘시작하는 페스티벌인데 이런 라인업은 처음이다’, ‘새롭다’는 의견이 많은데요. 라인업을 구성하는 기준은 무엇이었나요?

첫 번째는 라이브죠. 아무리 음악이 좋은 팀이라도 페스티벌에 서는 건 달라요. 각자의 방식 안에서 라이브를 잘하는 팀이 무조건 일 순위입니다. 그다음은 이 페스티벌을 통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백예린을 보러 온 팬들이 수요일의 캄파넬라를 만나기를 바라는 거고요. 넬의 음악을 아끼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노 파티 포 차오동을 좋아할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그 반대도 존재해요. 노 파티 포 차오동을 보러 중화권 팬들이 많이 올 텐데 그들이 한국의 밴드들을 만나길 기대합니다. 그런 생각과 기대로 꾸려진 라인업이라고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포스터에 적힌 라인업이 가나다, ABC 순인 데에는 어떤 의도가 있나요?

특별한 의도는 없어요. 보통 각 무대 마지막 순서가 헤드라이너라면, 소위 말하는 헤드라이너가 당연히 저희도 있죠. 다만 그걸 순서나 폰트 크기로 다르게 표현하고 싶지 않을 뿐입니다. 요아소비나 킹 누 같은 팀이 서면 고민할 것 같긴 하지만 (웃음) 그래도 같이 ABC 순으로 있는 게 그 팀들에게도 더 멋있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싶습니다.

사카모토 신타로의 ‘Like A Fable’ 뮤직비디오
다양성이나 교류적 측면에서, 혹은 아시아 팝 페스티벌이 지향하는 바를 담고 있는 음악가를 소개해주신다면.

이건 페스티벌을 처음부터 기획한 세 명의 생각이 조금씩 다를 것 같아요. 그래서 저의 팬심이자 개인적으로 꼽고 싶은 팀 하나만 말하자면 사카모토 신타로입니다. 일본 사이키델릭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는 그야말로 레전드 뮤지션이에요. 그가 발표한 음악들을 CD가 닳도록 들었었고, 이제 곧 그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저와 같은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한국 대중음악의 레전드인 김창완밴드의 공연과 사카모토 신타로의 공연을 페스티벌 현장에서 같은 날 볼 수 있는 거죠.

라인업과 4개 스테이지를 연관 지어 특별히 소개할 만한 부분이 있을까요?

저는 루빅이라는 전문 라이브 뮤직 라운지에서 열리는 공연과 크로마에서 열릴 디제이들의 공연을 꼭 함께 즐겨 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이런 페스티벌에서 포크 싱어송라이터의 공연을 만나기는 어려운데, 그래서 더 새롭고 감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TV나 영화에서만 보던 크로마라는 공간에서 흐를 디제잉 공연도 너무 기대됩니다. 이런 다채로움이 아시안 팝 페스티벌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아시안 팝 페스티벌 공식 플레이 리스트. 출연 뮤지션들의 음악을 들어볼 수 있다. 멜론, 스포티파이, 유튜브에서 ‘Asian Pop Festival 2024’를 검색하면 된다. 유튜브 링크는 여기를 클릭!
페스티벌은 공연 외에도 여러 즐길 거리가 있는데요. 어떤 준비를 하고 계시나요?

저희가 하는 준비도 있겠지만, 파라다이스시티라는 특별한 공간을 즐겨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공연을 보다가 3분 거리에서 바로 평양냉면을 먹을 수 있는 장소고요. 지치면 언제든 호텔 로비에 앉아 쉴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고급스러운 의자에 막 앉아도 되나 싶었는데, 되더라고요. 그리고 사실 페스티벌은 관객이 가장 훌륭한 라인업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오셔서 그런 특별한 일체감을 즐기시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좋아서 하는 일

대표님은 그동안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기획을 하셨는데요. 음악 페스티벌의 주최자가 된 건 처음 보는 것 같아요.

라이브클럽데이를 꽤 오래 기획해 오고 있었고, ‘DMZ 피스트레인 페스티벌’을 함께했던 기억도 있긴 합니다만 기획자나 프로그래머가 아니라 말씀대로 이렇게 회사를 만들어서 책임지는 자리는 처음이 맞긴 해요. 그래서 사실 많이 주저했습니다. 쫄딱 망할까봐 주저했다기보다는 이렇게 회사를 만들어서 무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면 정작 내가 좋아하는 일을 좋아하기 힘들게 된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음악을 좋아해서 음악 일을 하느라 정작 음악을 잘 못 듣거나 음악이 싫어지는 상황 같은 거죠. 그래도 지난 17년간 해왔던 저의 노력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일이라서 더 늦기 전에 해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컸던 것 같아요.

2020 아시안 팝 스테이지 현장 스케치 © APF 컴퍼니
첫 페스티벌을 준비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이었나요?

이유입니다. 보통 이런 음악 페스티벌을 떠올리면 다들 라인업을 가장 먼저 생각해요. ‘누가 오냐’가 제일 중요한 거죠. 한국에 한 번도 오지 않았던 트렌드하고 인기 있는 팀을 부르는 것이 자랑할 일은 아니지만, 근사한 일이긴 합니다. 그래서 페스티벌을 준비하게 되면 자꾸 그쪽으로 마음이 가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죠. 그럴 때마다 이 페스티벌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자고 함께 이야기하곤 했어요. 물론 이유가 전해지려면 최소한의 성공이 필요하겠지만, 어쨌든 이유가 먼저이고 저희에게 가장 중요했습니다.

대표님이 2020년 〈노웨이브 라이트진〉 인터뷰에서 ‘업의 목적’에 대해 말씀해주신 게 인상적이었어요. 앞으로 아시안 팝 페스티벌이 씬이나 관객들에게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시나요?

말씀해 주셔서 인터뷰를 찾아봤는데, 쓸데없이 멋있게 이야기했네요. (웃음) 어쩌다 보니 근 20년을 음악과 공연, 페스티벌과 관련된 일을 해오고 있는데요. ‘벨로주’라는 공간을 운영하는 거나 라이브클럽데이나 그 외 페스티벌 일들과 제가 쓴 ‘플레이스트 가이드 북’ 등이 사실 다 같은 일입니다. 예전에 했던 이야기인데요. 제가 하는 모든 일이 결국 어렸을 때 좋아하는 사람에게 테이프에 음악을 선곡해서 주는 마음과 다르지 않아요. 그렇게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고요. 그러다 보니 좀 더 다양한 음악을 사람들이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바람이 가능해지려면 생태계와 지속 가능한 시장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업의 목적이라고 하면 대단하지만, 사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한 거예요. 좋아하는 마음이요. 이 페스티벌도 거창한 목적이 있겠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그 좋아하는 마음이 담기고 전해지는 페스티벌이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2022 아시안 팝 스테이지 현장 스케치 © APF 컴퍼니
마지막으로 아시안 팝 페스티벌을 기대하고 있는 분들께 한 마디 부탁 드립니다.

너무 진지하게 이야기한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웃음) 페스티벌은 무엇보다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희 페스티벌도 마찬가지로 재밌을 겁니다. 사실 이제 시작하는 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이렇게 인터뷰해도 되나 하며 조심스러웠는데 좋은 질문을 해주셔서 답하면서 생각이 정리되어서 좋았습니다. 이제 시작하는 첫 페스티벌에 많은 분이 기대를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그 기대가 즐거웠다는 후기로 남을 수 있게 잘 준비하겠습니다. 계속 기대해 주세요.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