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부산 주간! 놓치지 말아야 할 아트&디자인 전시 4

부산을 뒤덮은 예술의 물결

매년 5월이면 아트부산 주간이 돌아온다. 예술 애호가라면 이 기간 부산에서 열리는 다양한 전시를 놓칠 수 없을 터. 올해는 디자이너와 디자인을 조명하는 전시가 눈길을 끈다.

아트부산 주간! 놓치지 말아야 할 아트&디자인 전시 4

매년 5월은 부산의 시간이다. 오는 10일 개막하는 글로벌 아트페어 ‘아트부산(ARTBUSAN)’을 필두로 도심 곳곳에서 흥미로운 전시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열리기 때문이다. 금주 부산을 찾을 예술 애호가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아트·디자인 전시를 고심해서 선별했다. 아래 각 전시의 특징과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김영나 그래픽 디자이너 개인전, Easy Heavy

5월 8일 – 6월 30일
국제갤러리 부산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영나 개인전 《Easy Heavy》 설치전경 사진 국제갤러리

아트부산 VIP 프리뷰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오늘(8일) 국제갤러리는 F1963 내 자리한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그래픽 디자이너 김영나의 개인전 를 선보인다. 오는 6월 30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국제갤러리에서 선보이는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이다. 회화부터 평면 작업, 조각, 벽화 등 근작 40여 점을 소개한다.

Home 2, 2024 , Acrylic paint, wood , 25 x 75 x 9 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사진 최다함

베를린과 서울을 오가며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현대미술가로 활동하는 김영나는 사물과 재료가 의외의 상황에 놓였을 때 발생하는 색다른 이야기에 주목한다. 특히 “익숙한 사물과 사건이 보유한 디자인적 요소를 새로운 시공간에 배열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란 무엇일까?”라는 디자인적 관점에서 출발한 질문으로 눈길을 끈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는 디자이너에게 낯선 공간인 전시장에 디자인적 실천이 개입한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곧 이번 전시의 주요한 어젠다이기도 한데 디자인이 단순한 기능적 표현을 뛰어넘어 문화를 해석하는 기호가 될 수 있음을 말한다. 전시 제목인 ‘Easy Heavy’ 또한 가벼워 보이나 결코 가볍지 않은 대상들의 집합을 의미한다. 김영나 디자이너는 대량생산이 가능해 기념품처럼 수집 가능한 대상으로 여겨지는 그래픽 디자인의 고정관념을 깨기를 시도한다. 샘플링, 재편집의 과정을 통해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재현하거나 전시장 환경과 관련된 요소를 환기하는 시각 언어로서 묵직한 촉진제로서의 역할을 부여한다.

국제갤러리 부산점 김영나 개인전 《Easy Heavy》 설치전경 사진 국제갤러리

안상수 디자이너 개인전, <홀려라>

5월 2일 – 6월 9일
OKNP 부산

아트부산 기간 내 부산을 들린다면 오케이앤피 부산도 놓치지 말고 방문하길 권한다. 타이포그래피 거장 안상수 디자이너의 개인전 <홀려라>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건 훈민정음해례본에 담긴 제자 원리를 바탕으로 탈네모꼴 ‘안상수체'(1985)를 디자인한 타이포그래퍼이자, 그래픽 디자인 회사이자 출판사인 안그라픽스 창립자, 파주출판단지 내 파주 타이포그라피 학교 ‘파티’를 세운 교육자 등 디자인계에서 바라보는 안상수가 아니라 한 명의 작가로서 그를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러한 행보는 사실 최근 일은 아니다. 일찍이 안상수 디자이너는 미술계와 디자인계를 오가며 기획전과 개인전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다. 글자를 이용한 조형 실험은 회화부터 조각, 설치, 미디어 등 매체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표현되어 왔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2017년부터 지속해오고 있는 ‘문자도’ 시리즈를 선보인다.

OKNP 부산에서 진행하는 안상수 디자이너의 개인전 <홀려라> 전경

문자도는 한글 닿자와 민화를 조합한 그림이다. 글자로 이루어진 이미지이지만 각 글자를 해체하여 조합했기 때문에 실제로 읽어낼 수 없는 점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관객은 글자를 읽어내기를 시도하는데 이는 문자도를 감상하는 하나의 묘미로도 손꼽힌다. 의미와 무의미의 사이, 발성과 묵음의 사이를 오가는 감각들은 문자도를 바라볼 때 느낄 수 있는 것들로 마치 추상화를 바라볼 때 느끼는 감각을 연상케 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 소개한 문자도 ‘홀려라’는 이전보다 과감해진 형태 해체와 조합으로 눈길을 끈다. 아울러 그는 처음으로 흑연을 활용했는데 그 결과물인 독특한 마티에르 구성도 돋보인다. 스스로를 ‘한글에 홀린 사람’이라고 말한 안상수 디자이너. 그의 작품이 궁금하다면 아트부산 방문 일정 중 OKNP 부산에도 들러보자.


디자인을 만난 도장, 프로젝트 전시 <쿵>

5월 3일 – 12월 29일
부산현대미술관

서부산 을숙도에 자리한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아트부산 기간과 새로 개발한 미술관 M.I를 적용한 뮤지엄숍 재개관에 맞춰 새로운 프로젝트 전시 <쿵>을 선보인다. 전시는 작고 소박한 도구인 ‘도장’의 다양한 형태와 사용 사례를 살펴본다. 부산현대미술관 최초의 디자인 전시를 기획한 최상호 학예연구사와 DDBBMM의 김강인 그래픽 디자이너가 공동 기획했다. Bird Pit, 곽인탄, 박성진, 양희재, 오혜진, 조효준, 진달래&박우혁, 영광인재사, 길종상가xDDBBMM, ABC(Artists’ Books Cooperative) 총 10명(팀)의 국내외 작가 및 그래픽 디자이너가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해석한 도장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는 도장의 역사와 그 중요성에 대한 이해도를 위한 배경 설명이다. 이어서 두 번째 섹션에서는 도장의 조형성을 주목한다. 다양한 크기와 형태로 제작된 도장의 미적 매력을 살펴본다. 마지막 섹션은 동시대 예술과 디자인을 통한 도장의 재해석이다. 창의적인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다재다능한 도구로서 도장을 이야기한다. 이처럼 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도 흥미로우나 이번 전시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는 전시 공간에 비치된 도장을 번호에 맞춰 책자에 하나씩 찍으며 관람하기를 권한다. 도장을 손과 눈으로 감각하며 전시장을 따라가다보며 어느새 기념품과 다를 바 없는 하나의 책자가 완성되어 있을 터. 작은 도구와 사물인 도장이 품은 디자인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반나절 일정으로 서부산으로 떠나보는 것도 좋겠다.


아난티에 뜬 기묘한 섬, 기안84의 <기안도>

4월 26일 – 5월 24일
빌라 쥬 드 아난티 컬처클럽

국내의 대표적인 아트테이너로 손꼽히는 기안84의 두 번째 개인전 <기안도((奇案島)>도 오는 5월 26일까지 부산 기장에 자리한 빌라 쥬 드 아난티 컬처클럽에서 만날 수 있다. 앞서 3월 23일부터 4월 20일까지 성수동 무신사 대림창고에서 진행된 바 있는 동명의 전시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대표하는 ‘우기명’ 캐릭터를 통해 긍정 에너지와 행복의 선순환 구조에 대한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한다. 흥미로운 건 장소이다. 스타아트코리아와 한국타이어와의 기존 협업에 리조트 브랜드 아난티가 더해졌다. 아난티 컬처클럽은 대중성과 예술성을 고루 갖춘 작가와의 전시와 더불어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팝업을 주로 선보이는 곳으로 팝아트 성격이 강한 기안84의 흥미로운 작품과 공간의 정체성이 잘 어우러진다. 갤러리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페어장에서 벗어나 기장으로 해안 드라이브를 겸해 아난티 컬처클럽을 방문하는 코스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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