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 ‘착륙’한 셰일라 힉스

1934년생 현재진행형 작가 셰일라 힉스를 만나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이 미국 작가 셰일라 힉스의 작품과 함께하는 여섯 번째 전시를 공개했다. ‘미술관 벽 너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으며 9월 8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 ‘착륙’한 셰일라 힉스

1958년부터부터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해 온 미국의 작가 셰일라 힉스(Sheila Hicks)는 텍스타일 아트 세대의 선구자이다.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래로 많은 브랜드에 영감이 되었으며 한 번도 스타인 적이 없던 그녀의 작품을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에서 지금 만날 수 있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전시 전경 사진: Kwa Yong Lee / Louis Vuitton

​셰일라 힉스는 1934년 미국 네브라스카주의 헤이스팅스에서 태어났다. 셰일라가 예일대학교에서 예술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던 1950년대, 예일대학교 디자인 학부장으로 있던 인물이 바로 바우하우스를 대표하는 인물이자 색채 이론가이며 교육자인 요제프 알베르스(Joseph Albers)이다. 어느 해 프리-콜럼비언(pre-Columbian, 콜럼버스 이전 시대) 예술학자인 조지 쿠블러(George Kubler)의 수업을 듣다가 잉카 시대 이전 안데스 직물에 관한 논물을 쓰기로 결정한 힉스에게 요제프 알베르스는 바우하우스의 대표적인 텍스타일 디자이너였던 애니 알베르스(Anni Albers)를 소개했다. 후에 힉스는 알베르스 부부가 색채의 세계와 색채를 사용하는 방법, 직조의 구조에 대해 일깨워줬다고 회고했다. 힉스는 1956년 ‘미니미스(Minimes)’라고 불리는 작은 직조 작품을 선보였으며, 1950년대 후반 칠레에서 직조와 자수 기술에 대한 공부를 이어나갔다.

Sheila Hicks in an exhibition of tapestries and textile sculptures at the Stedelijk Museum, 1973.

예일대학교에서 받은 교육은 힉스가 선택한 텍스타일 아트의 길을 걷는 데에 기반이 되었다. 힉스의 작품은 이를 둘러싼 건축물과도 상호작용한다. 이러한 성향은 그녀가 예일대학교를 다니던 들었던 건축가 루이스 칸(Louis Kahn)의 건축 수업을 통해 시작되었다. 1960년대 중반 파리에 정착하기 전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머무는 동안 건축가 펠릭스 칸델라(Félix Candela), 마티아스 괴리츠(Mathias Goeritz), 루이스 바라간(Luis Barragán)과 친밀한 관계를 맺으며 짙어졌는데, 루이스 바라간이 힉스의 첫 번째 전시의 설치를 도왔다는 것만 보아도 이들이 얼마나 가까웠는지 알 수 있다. 이후 그녀는 다양한 건축가 및 디자이너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힉스가 양모, 나일론, 실크, 리넨, 면을 엮어 만든 작품은 때때로 실용적인 물건과 결합하며 방문객들이 작품 사이를 통과하거나 그 위에 눕는 등의 행위를 하도록 한다. 기능적 면모를 담아낸 작품을 통해 새로운 공간을 구축하기도 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는 두 작품 또한 기능적 물체이자 하나의 조각 작품 그 어딘가에 있는 듯한 감상을 불러일으키며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의 공간에 맞춘 형태로 재구성되어 존재한다. 전시장의 하얀 벽을 배경으로 처음 마주한 작품은 ‘착륙(Atterrissage)’(2014)이다. 바닥에 있는 단색의 섬유 뭉치들 위로 폭포수가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뭉치 위로 무지개가 뜬 것 같기도 하다. 느껴지는 감상은 자연물에 가깝지만 인위적인 조직감과 선명한 색에서 자연의 세계에서 멀어지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이러니하다.

‘벽 속의 또 다른 틈’, 2016, 나뭇가지, 면, 리넨, 색소 아크릴 섬유, 가변 형태 © Sheila Hicks / Adagp, 2024. 사진: Kwa Yong Lee / Louis Vuitton
‘토킹 스틱’, 2016, 색소 아크릴 섬유, 면, 리넨, 스틱, 점판암, 가죽, 가변 형태 © Sheila Hicks / Adagp, 2024. 사진: Kwa Yong Lee / Louis Vuitton
‘토킹 스틱’, 2016, 색소 아크릴 섬유, 면, 리넨, 스틱, 점판암, 가죽, 가변 형태 © Sheila Hicks / Adagp, 2024. 사진: Kwa Yong Lee / Louis Vuitton

색색의 실로 감싼 기둥과 실, 솜, 섬유 뭉치로 구성된 ‘벽 속의 또 다른 틈(Another Break in The Wall)’(2016)은 작품명처럼 벽 속의 틈으로 색색의 기둥과 섬유 뭉치가 튀어나온 것 같다. 섬유 뭉치를 벽에 기대어 쌓아 올린 듯한 이 작품은 사람들이 앉아 쉴 수 있는 벤치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는 예술과 생명을 하나로 묶고자 함과 동시에 순수 예술과 장식 예술의 뚜렷한 경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열망을 담은 힉스의 대표작이다. 한편 섬유를 통해 공간에 색채를 표현한 힉스의 작품은 그녀의 예일대학교 스승이었던 요제프 알베르스에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상기하면 조금 더 새롭게 다가온다.

에스파스 루이 비통 서울 전시 전경 사진: Kwa Yong Lee / Louis Vuitton

힉스는 작품들이 고정되거나 하나의 형태이기를 거부한다. 그녀의 작품들은 중력에 의해 수직으로 떨어지거나 공간의 건축양식에 맞춰 다양한 형태를 지닌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컬렉션의 일부로, 힉스를 대표하는 두 작품을 통해 텍스타일을 광범위하게 활용한 반형식 주의와 포스트 미니멀리즘을 확인할 수 있을 것. 힉스의 작품은 수작업으로 짠 미니어처부터 기념비적인 설치물들을 아우른다. 텍스타일 기술에 다양한 섬유와 산업 재료를 활용하며 힉스는 자신만의 특별한 스타일을 고안했다. 그녀는 1964년부터 파리에 거주하며 현재까지 예술, 디자인, 장식 분야를 넘나들며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이 국제적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더 많은 관객에게 다가가기 위해 에스파스 루이 비통 공간에서 선보이는 소장품 전시 ‘미술관 벽 너머(Hors-les-murs)’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련되었으며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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