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띠에, 시간의 결정〉을 관람하는 4가지 포인트
주얼리도, 전시 공간도 모두 빛난다
까르띠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작품 300여 점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DDP에서 열리고 있다.
지구 깊숙한 곳에서 탄생한 보석은 저마다 다른 지질의 시간을 품고 있다. 마치 보석이 숨겨진 땅속 동굴을 탐험하는 듯한 전시, 지금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까르띠에, 시간의 결정〉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지난 2008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린 〈까르띠에 예술〉에 이어 까르띠에 컬렉션(소장품)을 볼 수 있는 두 번째 전시이다.
까르띠에는 170년 전부터 긴 시간을 거쳐 탄생한 보석에 경이로운 자연과 세계의 문화에서 받은 영감, 독보적인 장인의 공예 기술을 결합해왔다. 이번 전시를 위해 까르띠에 현대 작품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까르띠에 컬렉션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 소장자들의 작품 300여 점이 모였다. 눈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주얼리들의 향연 속 전시 관람 포인트를 소개한다.
Point 1. ‘시간’으로 시작하는 전시
‘시간’은 이번 전시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전시장에 입장한 후 어둡고 좁은 길을 따라가다 보면 시침과 분침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시계탑을 마주하게 된다. 1908년 제작된 시계를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가 개조한 설치작품이다.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역행하는 시계를 바라보며 물질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을 시작한다. 이후 이어지는 ‘프롤로그’ 공간 또한 시계로 구성됐다. 까르띠에의 예술성과 창의성, 기술의 정수가 응집된 미스터리 클락과 프리즘 클락을 볼 수 있는데, 동굴 천장 틈새로 빛이 비치는듯한 연출이 시곗바늘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미스터리 클락을 한층 더 신비롭게 만든다.
Point 2. 디자인 중심의 챕터 구성
1987년 루이-프랑수아 까르띠에가 파리에서 보석상을 연 이래로 까르띠에는 주얼리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 놓았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까르띠에 주얼리에서 드러나는 혁신적 디자인 세계를 ‘소재의 변신과 색채’, ‘형태와 디자인’, ‘범세계적인 호기심’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탐구했다. 보석 자체의 가치나 역사적 배경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 디자인을 중점으로 조명하는 전시인 것.
‘소재의 변신과 색채’ 챕터에서는 메탈 기술, 스톤 기술, 장인 기술과 장식 기술 등 독보적인 노하우로 탄생한 여러 소재의 주얼리들, 그리고 블루와 그린(사파이어와 에메랄드), 레드와 블랙(루비 또는 산호와 에나멜 또는 오닉스) 등 까르띠에가 개발한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를 만날 수 있다. 두 번째 챕터인 ‘형태와 디자인’에서는 선과 구조, 우연한 사고와 발상의 전환(공업 용품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에서 발견한 디자인을 소개한다. 마지막 챕터에서는 ‘범세계적인 호기심’을 주제로 까르띠에 디자인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동식물에서 영감을 얻은 주얼리들을 선보인다. 까르띠에의 상징인 팬더Panthère(표범) 디자인의 작품들도 이 챕터에서 볼 수 있는데, 시대에 따라 팬더의 얼굴과 제스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는 것도 하나의 감상 포인트이다.
Point 3. 다양한 시퀀스의 공간 연출
아티스트 스기모토 히로시와 건축가 사카키다 토모유키가 이끄는 건축 회사 신소재연구소가 연출한 전시장 디자인은 이번 전시에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신소재연구소는 고대와 중세의 소재를 연재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연구를 한다. 이들은 DDP에서 가장 높은 층고를 자랑하며 탁 트인 공간인 아트홀1관을 완전 새로운 장소로 탈바꿈했다. 패브릭, 돌 등이 공간을 구분하는 장치가 되며 하나의 길을 따라 이동하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퀀스를 만들었다. 전시장에 사용된 소재 또한 시간의 의미를 설득력 있게 담기 위해 선택된 것들. 주얼리가 진열된 토로소는 수령 1,000년 이상 된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두 번째 챕터의 다양한 층으로 쌓아 올린 돌은 용암이 굳어 생성된 응회암이다.
Point 4. 온지음과의 협업
까르띠에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각 나라의 문화적 배경이 전시에 녹아든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온지음이 함께했다. 온지음은 한복, 한식, 한옥 공방을 두고 우리 의식주 문화의 체계적인 아카이빙과 장인 양성을 위한 교육과 연구를 하는 곳. 온지음이 까르띠에의 후원을 받아 복원한 직물 ‘라’가 전시장 곳곳에 활용되었다.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지는 ‘라’는 삼국시대부터 쓰이기 시작해 조선시대부터 점차 사라진 우리 전통 직물이다. 서양의 니트 조직과 비슷한 모양에 투공 효과를 내는 반투명한 직물로, 전시장에서 공간을 구분하며 은은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림막 역할을 했다. 프롤로그 공간에서 동굴의 빛기둥을 연출하는 데 활용된 것도 라 직물. 또한 온지음이 전시에 맞춰 제안한 고가구가 까르띠에 주얼리와 함께 전시된 모습도 볼 수 있다. 유럽의 문화에 뿌리를 둔 까르띠에의 섬세한 주얼리가 우리 고가구와 함께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주목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