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디자인 어워드 2026 수상작] 비상교육

올해도 어김없이 iF 디자인 어워드 수상작이 발표되었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국내 디자인 프로젝트 중 일부를 소개한다.

[iF 디자인 어워드 2026 수상작] 비상교육

Branding & Communication Design Winner – 꼼꼼체

1997년에 설립한 비상교육은 ‘상상 그 이상의 교육(Above Imagination)’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학습 경험의 질을 디자인으로 끌어올려왔다. 콘텐츠를 담는 형식이 곧 학습의 효율과 직결된다는 관점에서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텍스트의 구조와 시각적 문법을 지속적으로 재설계한다. 기능과 심미성을 분리하지 않는 이 태도는 국제 무대에서도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이로써 비상교육은 iF 디자인 어워드 퍼블리케이션 부문 1위를 비롯해 누적 13건의 수상을 기록했다. 참고로 이번 프로젝트 ‘꼼꼼체’는 2025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도 수상한 바 있다. visang.com @visang.friends


꼼꼼체는 교육 현장의 오래된 아이러니에서 출발한다. 글씨를 배우는 아이들의 손에는 연필, 펜, 디지털 펜슬처럼 단단하고 가는 필기구가 들려 있다. 그러나 공책 속의 따라 써야 하는 글자는 여전히 붓글씨에서 비롯된 형태다. 도구는 바뀌었지만 글자는 그대로다. 비상교육은 이 간극을 질문으로 바꿨다. ‘디지털 교육 환경에서 학습하는 아이들을 위한 쓰기 학습용 서체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꼼꼼체는 그 답을 찾아가는 3년의 프로젝트였다. 설계의 기준은 분명했다. 보기 좋은 글자가 아니라 쓰기 쉬운 글자를 만드는 것이다. 모든 결정은 6세에서 8세 어린이의 신체 조건을 향했다. 전체 구조는 식별과 판독성이 좋은 산세리프를 기반으로 하되, 가로획에는 손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맞춘 미세한 기울기를 더했다. 팔과 손목이 종이를 가로지를 때 그리는 궤적을 획의 각도에 반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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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쓰는 획과 끊어 쓰는 획도 분명히 구분했다. 어린이가 글자의 구조를 눈으로 이해하기에 앞서 손동작으로 먼저 익히게 하기 위한 장치다. 또한 대문자 I(아이)와 소문자 l(엘), 숫자 6과 9, 1과 7처럼 혼동하기 쉬운 문자들은 손 글씨의 조형을 참고해 형태를 조정함으로써 식별력을 높였다. 글자 내부의 공간도 충분히 열어두었다. 소근육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고 눈과 손의 협응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어린이에게 좁은 공간은 필기 오류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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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입체적인 사용자 경험 설계를 통해 완성한 꼼꼼체는 한글 2780자, 라틴 알파벳 94자, 수학 기호를 포함한 150여 종의 기호 활자로 이뤄져 있다. 지면과 디지털 환경을 모두 지원하기 위해 OTF와 TTF는 물론 웹 환경용 WOFF·WOFF2 포맷까지 갖췄다. 서체와 함께 개발한 쓰기 교본 역시 교사와 학부모가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무료로 공개했다. 교육 도구가 특정 학교나 계층에 한정되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어릴 때의 쓰기 경험은 이후의 학습 태도를 만들기도 한다. 꼼꼼체는 그 첫 순간에 관여하며 글자를 처음 쓰는 아이의 손에 조금 더 편안한 감각을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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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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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훈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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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림 크리에이티브 플래너
꼼꼼체 프로젝트에서 가장 오래 고민한 부분은?

필기 환경을 직접 들여다보는 것이었다. 연령대별 어린이를 대상으로 FGI와 관찰 연구를 진행하며 아이들이 글자를 따라 쓰는 과정을 반복해서 살펴봤다. 글자를 쓰다 멈추는 지점, 손목이 꺾이는 순간 같은 작은 움직임을 기록하고 형태를 수정하는 과정을 약 3년에 걸쳐 되풀이하며 실제 필기 경험에 맞는 구조를 찾아갔다. 이 나이대의 어린이는 한글만 배우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했다. 숫자, 수학 기호, 영어 알파벳까지 다양한 문자 체계를 동시에 접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문자들이 하나의 서체 안에서 자연스럽게 공존하도록 전체 구조와 식별성을 함께 설계했다.

디자인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코어그룹
디자인 디렉터 김재훈
디자이너 정유림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4호(2026.04)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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