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디자인 너머의 보편성, 스튜디오 신유

디자인하우스의 문화 캠페인 ‘크리에이티브, 막’ 시리즈 인터뷰이로서 스튜디오 신유가 추구하는 보편성과 한국적인 것에 대해 물었다.

한국적인 디자인 너머의 보편성, 스튜디오 신유

건축적 요소가 돋보이는 아트 퍼니처를 선보여온 스튜디오 신유. 한국적이면서도 서양의 유명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스튜디오 신유의 디자인은 여러 문화권을 관통하는 보편성을 바탕으로 세심하게 구축된다. 문화적 특수성 속에서도 공감을 이끌어내는 스튜디오 신유에게 ‘막’의 미학은 어떤 의미일까. 디자인하우스의 문화 캠페인 ‘크리에이티브, 막’ 시리즈 인터뷰이로서 이들이 추구하는 보편성과 한국적인 것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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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 신유 고등학교 동창인 신용섭과 유승민이 결성한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 본래 스웨덴 웁살라에서 목공방 겸 가구 디자인 스튜디오로 시작했으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활동 무대를 국내로 옮겼다. 2019년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영 디자이너 프로모션에 참여해 첫 영 앰배서더로 선정되며 본격적으로 한국에서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버켄스탁, 아모레퍼시픽, 아이아이컴바인드, 소백, SK에코플래닛 등 유수의 브랜드와 협업하는 한편, 2022년 개인전 〈기원전〉, 2024년 프랑스에서의 단체 전시 〈Bridging Realms〉, 2025년 〈이상현상〉전 등 국내외 전시에도 꾸준히 참여했다. 최근 들어 가구 외에도 오브제 및 설치 작품 제작, 공간 기획 등 작업 영역을 다변화하고 있다. 사진은 유승민 스튜디오 신유 공동대표. 핀란드의 알토 대학교에 재학 중인 신용섭 공동대표와는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studioshinyoo.com
요즘 신용섭 대표는 알토 대학교의 컨템퍼러리 디자인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라고 들었다.

평소 박테리아, 해조류, 균사체 등 생물을 대안적 소재로 주목했지만, 이를 실생활에서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 늘 아쉬웠다. 이 문제를 더 깊이 탐구하고자 지속 가능성 분야에 강점을 지닌 알토 대학교에서 디자인 연구를 하고 있다. 스튜디오 신유는 설립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부턴 주로 원격 근무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그래서 대표 중 한 명이 해외에 있어도 업무에 큰 지장은 없다.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해외로 활동 영역을 넓힐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스튜디오 신유는 두 대표의 역할이 명확히 나뉜다는 점이 특징이다.

듀오 체제로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는 두 대표가 모두 디자인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스튜디오 신유는 역할을 비교적 분명하게 나눠 운영한다. 신용섭 대표는 디자이너로서 크리에이티브와 제작 실무를 맡고, 유승민 대표는 기획자로서 프로젝트 디렉팅과 브랜드 협업을 담당한다. 다만 기획 단계에서는 언제나 두 사람이 긴밀히 의견을 나눈다. 신용섭 대표가 핀란드에 체류하게 된 이후에는 따로 디자이너를 채용해 유승민 대표와 함께 작품 제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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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세르주 무이와 진행한 협업 전시 〈조형, 조명, 조연〉. 가구와 조명이 공간을 점유하지 않고 누구나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가구 디자이너는 때로 자신의 작품이 공간의 중심이 되기를 바라기도 하고, 때로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를 바라기도 한다. 스튜디오 신유는 어떤 지점을 지향하는가?

둘 다, 혹은 둘 사이 어딘가를 지향한다. 아무리 작은 가구라도 필연적으로 공간의 톤앤매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공간의 기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일종의 ‘전이 공간’으로서 사람과 공간을 연결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우리의 주요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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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문을 연 버켄스탁 한남동 팝업 스토어. 스튜디오 신유가 공간 디렉팅을 총괄해 자연 속을 걷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했다.
‘디자인은 번역이다’라는 철학을 기반으로 디자인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스튜디오 설립 전 스웨덴에서 목공방을 운영한 적이 있다. 당시 친하게 지내던 이들에게 한국의 전통 가구를 소개하곤 했는데, 스웨덴과 한국의 가구 양식에 유사한 지점이 많다는 사실에 여러 번 놀랐다. 또 살로네 델 모빌레에서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반영한 작품을 선보인 창작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번역과 디자인이 서로 닮은 부분이 많다는 점을 떠올렸다. 좋은 번역은 문화의 차이나 시대의 변화와 관계없이 예술 작품을 온전히 감상할 수 있게 하지 않나. 스튜디오 신유의 메시지를 한국 밖에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번역과 같은 디자인을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스튜디오 신유가 추구하는 디자인의 방향성은 ‘보편성’이라고 볼 수 있겠다.

두 사람 모두 특히 건축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한국과 서구권의 유서 깊은 건축물에서 발견되는 공통적인 특징에 주목했다. 유럽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수많은 건축물과 가구, 공간을 분석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첫 작품 ‘린LIN 컬렉션’을 디자인했다. 동서양 건축의 보편적인 요소인 ‘기둥’과 ‘보’를 우리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업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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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문을 연 진주실크박물관의 관전 〈비단, 삶: 생을 수놓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해 해외에도 스튜디오를 소개해왔다. 국내외 반응에 차이가 있나?

스튜디오 신유의 작업에 대한 평가는 호불호가 뚜렷한 편이다. 우리 특유의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도 많지만, 지나치게 차갑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흥미로운 점은 관람객에 따라 작품을 읽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다. 한국 관람객은 주로 디자인 속에서 전통문화의 맥락을 찾으려 하는 반면, 서양의 관람객은 작품의 조형성과 구조 자체에 더 주목하는 편이다. 다만 최근에는 K-컬처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러한 감상 방식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초창기 해외 전시에선 주로 서구의 유명 건축물을 떠올리는 반응이 많았다면, 요즘에는 한국적인 모티브를 연상하는 관람객이 많아졌다. 경복궁 같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며 질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 영향인지 해외 프로젝트 의뢰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K-컬처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다고 해서 스튜디오의 방향성을 ‘한국성’으로 규정하는 것이 옳은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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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 프린팅 조명 브랜드 리을 라이팅과 협업해 제작한 벽 조명 ‘온지’.
올해 디자인하우스 창립 50주년 기념 문화 캠페인의 핵심 키워드는 ‘막’이다. 그간 동서양의 디자인과 미학을 연구해온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공유하는 문화적 속성 가운데서도 한국의 특징을 비교적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키워드라고 생각한다. 사람과 자연, 공간의 관계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관점에는 결함을 품는 관용과 세상을 관조하는 시선이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막’은 정해진 답 없이 미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결점 역시 포용하는 태도를 담고 있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하나의 기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스튜디오 신유의 작업에서도 ‘막’의 미학을 발견할 수 있다. 목재를 사용할 때 원목의 표면을 그을리는데, 이 과정에서 수분이 증발하며 표면에 자연스럽게 금이 생긴다. 우리는 이를 결점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재료의 자연스러운 특성으로 받아들이고 작품에 그대로 적용한다. 재료 본연의 성질을 인위적으로 제거하기보다 드러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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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체어 ‘Park; Bark’. 못이나 나사 없이 짜맞춤 기법으로 제작해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막’을 비롯한 한국적인 것, 혹은 한국성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근 해외에서는 젊은 한국 공예가와 디자이너를 주목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특히 나이스워크숍처럼 금속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창작자들이 주목받고 있다. 한 외국 전시 기관의 큐레이터에게 이런 경향의 이유를 물었더니 ‘금속이나 철이 한국적으로 느껴진다’는 답이 돌아왔다. 조선, 반도체, 자동차 등 중공업 중심의 산업 구조를 이루는 국가이기 때문에 금속에서 한국성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이는 조선 시대에 형성된 전통문화만을 한국적인 것으로 바라보는 국내의 시선과는 다소 다른 관점이다. 외국에서 들여온 요소라 하더라도 이를 우리 방식으로 편집하고 재조합하는 행위 자체가 한국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기존 요소가 지닌 맥락이나 헤리티지가 희미해질 수도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맥락과 전통을 앞으로 다시 쌓아갈 수 있다고 본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4호(2026.04)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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