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의 마스코트 대열전

AI 시대, 캐릭터의 부활

글로벌 IT 기업들이 다시 마스코트를 선보이고 있다. 한때 구시대적 전략으로 여겨졌던 캐릭터 디자인은 왜 다시 떠오르고 있을까. AI 시대, 그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를 짚어본다.

IT 기업의 마스코트 대열전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신호 하나가 감지되고 있다. 자사 서비스의 얼굴로 마스코트를 내세우기 시작했다는 것. 가장 먼저 기조가 감지된 곳은 마이크로소프트다. 지난해 10월 AI 챗봇 서비스를 대표하는 캐릭터 ‘미코(Mico)’를 공개한 것. MS는 당시 AI 부문 최고책임자 무스타파 슐레이만(Mustafa Suleyman)의 글 ‘인간 중심 AI(Human-centered AI)’과 함께 이 캐릭터를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Microsoft Copilot)의 앞 자를 따 만든 이 캐릭터 디자인에 대해 이들은 ‘당신의 AI 동반자’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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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 사용자의 말에 반응해 표정과 색깔이 변한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웹사이트

​사실 마이크로소프트가 캐릭터를 선보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990년대에도 클리피라는 캐릭터를 공개한 바 있는데 당시 이 디자인은 프로그램 사용에 방해가 된다는 혹평만 들으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과연 클리피의 정신적 후계자를 자처하며 내세운 미코가 마이크로소프트의 캐릭터 잔혹사를 만회하고 AI를 일상에 침투시키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짧은 등장이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우도 있다. 애플은 저가형 ‘맥북 네오’를 틱톡 클립과 라이브로 홍보하며 이례적으로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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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오 맥북과 함께 등장한 애플의 캐릭터. 현재 ‘릴 파인더 가이’ 혹은 ‘리틀 파인더 가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고 있다.

1984년부터 줄곧 사용하던 파일 관리 애플리케이션 ‘파인더(finder)’의 이미지를 캐릭터화한 것인데 틱톡 라이브 등을 통해 공개해 공식 자료가 남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상에서 삽시간에 입소문을 탔고, 2차 창작물이 등장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또한 굿즈 제작 요청이 쇄도하기도 했다. 물론 기존 애플의 문법과 한 발짝 빗겨나 있기에 곱지 않은 시선도 있었지만 맥북 네오 자체가 젊은 소비층을 타깃으로 한 모델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애플의 이번 시도가 흥미롭기도 한다. 공개 초반에 애플은 이 캐릭터에 대해 별다른 추가 언급을 하지 않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지난 3월 31일 틱톡 계정을 통해 이 마스코트를 공식 인정하는 게시물을 추가 업로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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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애플 틱톡계정

국내에서도 이런 흐름이 감지된다. 지난해 네이버는 기존 네이버쇼핑을 독자적인 앱 ‘네이버플러스 스토어’로 전환하며 브렌든, 올라보엑스 등과 협업한 마스코트 ‘혜택이(a.k.a택이)’를 소개했다. ‘크면 클수록 커지는 혜택’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슬라임이나 젤리를 연상시키는 디자인을 도출했고, 혜택이 커질수록 성장한다는 캐릭터의 서사를 부여했다. 지난해 네이버 단 컨퍼런스를 통해 공개한 이 캐릭터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 맞춰 진행한 ‘넾다세일’ 캠페인에 활용되기도 했다. 캠페인은 2주간 누적 판매액 1조원 돌파, 일평균 판매액 722억 원, 참여 셀러 평균 거래액 전년 동기 대비 60% 증가라는 성과를 거뒀는데 그 저변에는 혜택이의 공이 적지 않았다는 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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킷. 온보딩 화면을 비롯한 여러 서비스에 다양한 UI 요소로 등장한다.

한때 마스코트는 구시대적 마케팅 전략으로 치부되기도 했다. 또한 IT 업계에선 마스코트를 활용하는 것이 전문성이 떨어져 보이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편견도 있었다. 하지만 마스코트의 활용 자체가 전문성의 부재로 비치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부족했던 것은 캐릭터의 적절한 운용이다. 특히 AI 기술로 대변되는 대화형 서비스와 게이미피케이션 요소가 강화될수록 캐릭터 디자인의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마스코트가 정서적 반응을 이끌고 사용자와 유대감을 강화하는데 효과적인 장치인 만큼 디자이너들도 이 분야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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