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것을 위한 디자인 비엔날레
생명을 짓다, Bâtir Vivant
플라스틱이 없고, 전시 후 폐기물이 남지 않으며, ‘자라나는 것’에 가까운 물질들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인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플라스틱이 없고, 전시 후 폐기물이 남지 않으며, ‘자라나는 것’에 가까운 물질들을 만날 수 있는 디자인 박람회가 있다. 디자인의 미래 조건을 실험하고 제안하는 연구 플랫폼이자 비영리 조직인 ‘지속가능 디자인 협회(Association pour un Design Soutenable)’에 의해 2021년에 생겨나 2년에 한 번씩 진행되는 이 행사는 매 에디션마다 타이틀을 바꾸며 환경적 가치와 물질 혁신에 집중하는 실천들을 선보여왔다. 첫 번째 ‘Frugal’을 시작으로 2023년에는 ‘Amour Vivant’, 그리고 올해는 ‘생명을 짓다’라는 의미인 ‘Bâtir Vivant’이 타이틀로 정해졌다.

파리 샹젤리제 도로 옆, 약 1200㎡ 규모의 전시 공간에서 2026년 4월 2일부터 12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비엔날레는 40여 명 이상의 디자이너와 연구자들이 참여해 ‘플라스틱 없는 물질 혁신’을 주제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인다. 그들이 던지는 질문은 단순하다. “플라스틱을 사용되지 않으면서 아름답고, 견고한 디자인을 하는 것이 가능한가?”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수많은 가능성들이 이 자리에 모였다.

전시에는 오브제, 소재 연구, 실험적 설치 작업뿐 아니라 강연, 다큐멘터리 상영, 교육 프로그램까지 포함하며 관람객에게 지속 가능성을 단순한 개념이 아닌 경험으로 전달하는 중이다. 특히 프랑스 국립농업환경연구소(INRAE)와의 협업으로 실내 공기 오염과 물질의 관계를 다루고, 다큐멘터리 ‘호모 플라스티퀴스(Homo Plasticus)’ 상영을 통해 플라스틱 시대의 문제를 직면하게 만든다.
두 명의 공동 창립자: 물질을 다시 읽는 두 개의 시선

비엔날레를 이끄는 중심에는 두 명의 창립자가 있다. 그리고 이 둘이 각자의 전문 분야를 배경으로 협업을 통해 과학과 철학, 디자인이 교차하는 플랫폼을 완성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먼저, 총괄 큐레이터인 엘렌 아귀아(Hélène Aguilar)는 ‘테크노비오티크(Technobiotique®)’라는 개념을 통해 디자인과 생명 시스템의 결합을 탐구해왔다. 그녀는 기술적 생산 과정(techno)과 자연의 순환 시스템(biotic)을 결합하는 새로운 물질 패러다임에 따른다면 이상적인 소재란 단순히 친환경적인 것이 아니라, 생태계의 순환 속으로 완전히 다시 흡수될 수 있는 물질이라고 설명한다. 즉, 디자인의 끝이 폐기가 아니라 ‘재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술적 큐레이션을 담당하는 마리-카상드르 뷜틸(Marie-Cassandre Bultheel)은 보다 감각적이고 철학적인 접근을 더해 공간을 시각적 경험 외에 신체와 감정이 반응하는 환경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힘쓴다. 그렇게 매 에디션마다 환경 지속성과 시각적 아름다움도 찾아볼 수 있는 전시장을 선보이는 중이다.
2026 에디션의 특징: ‘제로 플라스틱’


이번 에디션의 핵심은 100% 플라스틱 프리 선언이다. 단순히 플라스틱이라는 소재를 다른 것으로 바꾸자는 이야기가 아닌, 디자인의 생산 방식 자체를 재구성하자는 제안으로 봐야 할 것이다. 전시된 모든 작업은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거나, 완전히 생분해 가능한 물질로 대체되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전시에 제로 웨이스트 시노그래피가 적용되었다는 것. 아드라 스튜디오(Adra Studio)가 설계한 구조는 이전 비엔날레에서 사용된 자재를 재활용하고, 기존 이 공간에 존재하던 재료들을 재조합해 구성되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대신, 이미 존재하는 것들을 ‘재해석’하는 접근으로 디자인의 역할을 다시 정의한 것이다. 또한 전시는 교육적 역할도 강조한다. 오디오 가이드, 전문가 강연, 체험형 프로그램을 통해 관람객들은 작품 관람 외에도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구조를 깊이 이해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작가와 작품

수십 명의 디자이너와 아티스트가 참여하지만, 특히 주목할 만한 작가는 아글라에 푸아송(Aglaé Poisson)과 세드릭 브라이자허(Cédric Breisacher)를 뽑고 싶다. 아글라에 푸아송은 니팅과 로프, 섬유 구조를 통해 부드러움을 재정의한다. 일반적으로 가구의 탄성과 안락함은 폴리우레탄 폼과 같은 합성 소재에 의존하지만, 그녀는 나무 막대와 로프를 엮는 구조를 통해 전혀 다른 접근을 제안하고 있다. 이때 형태는 미리 설계되지 않고, 재료 간의 긴장과 균형 속에서 로프의 장력, 매듭의 방식, 섬유의 유연성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부드러움을 특정 물질의 속성이 아니라 구조적 관계에서 끌어낼 수 있음을 보여주며, 동시에 접착제나 산업적 몰딩 없이도 기능적인 오브제가 가능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한편 세드릭 브라이자허(Cédric Breisacher)는 보다 물질 중심적인 접근을 통해 순환의 개념을 구체화한다. 목조 가구를 손으로 직접 조각하는 그는 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나무 부산물 – 즉, 목재를 깎으며 생긴 칩과 가루 – 을 다시 새로운 재료로 전환한다. 그가 개발한 ‘아글로메라(Agglomera)’는 목재 부산물에 전분 기반의 천연 바인더를 결합한 복합 소재로, 생분해 가능하면서도 충분한 강도를 지닌다. 그의 대표 시리즈 ‘낫 웨이스티드(Not Wasted)’는 이러한 접근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하나의 오브제 안에는 자연 상태의 나뭇가지, 가공된 목재, 그리고 다시 압축된 목재 부산물이라는 세 가지 물질 상태가 공존하며, 폐기물은 더 이상 부산물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현대 디자인 산업이 전제해온 ‘추출 – 생산 – 폐기’의 선형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시도인 동시에 수작업과 촉각적 경험을 강조하며 물질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려는 콘셉트가 흥미롭다.

이 두 디자이너의 작업은 서로 다른 방향에서 출발하지만, 아글라에 푸아송이 구조를 통해 물질의 역할을 재정의한다면, 세드릭 브라이자허는 물질의 순환을 통해 구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것처럼 결국 하나의 커다란 질문에서 만난다. ‘어떻게 만들 것인가’와 ‘무엇으로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은 Bâtir Vivant이 제시하는 더 큰 문제인 ‘디자인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로 이어진다. 이 디자이너들의 작업은 완성되었다라기보다 변화 가능한 상태에 가깝다. 풀 수 있고, 다시 엮을 수 있으며,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 이러한 점에서 이들은 단순히 지속 가능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디자인을 순환하는 시스템 안에 위치시키는 방식을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Bâtir Vivant (생명을 짓다)
주소 10 Rue Lincoln 75008 Paris
기간 2026년 4월 2일 – 4월 12일
주최 지속가능 디자인 협회(Association pour un Design Souten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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