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으로 말하는 기획자,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성수동 팝업 스토어 열풍의 주역, 프로젝트 렌트의 최원석 대표가 지난 5월 〈결국, 오프라인〉을 출간했다. 젊은 세대가 주목하는 ‘힙’한 공간들의 특징을 짚는 한편, 브랜드의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진심 어린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출간 전 최원석 대표를 만나 책 소개와 더불어 공간 트렌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공간으로 말하는 기획자, 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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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프로젝트 렌트 대표. 촬영은 프로젝트 렌트가 라운지 공간 활성화 프로젝트를 담당한 역삼동 GS타워에서 진행했다.

어떻게 책을 집필하게 됐나?
요즘 들어 고객 유도에만 집중한 판촉형 팝업 스토어를 적지 않게 보게 된다. 팝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목적성 대신 방문객 수와 연예인 방문 유무 정도만 강조하고 있어 안타깝다. 프로젝트 렌트가 팝업 스토어를 비롯한 오프라인 마케팅 플랫폼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이유에 대해 제대로 알려야 할 것 같아 책을 쓰게 됐다.

확실히 요즘 들어 팝업 스토어가 범람하고 있는 느낌이다.
팝업 스토어가 지나치게 많아진 나머지 목적성이 사라진 것 같다. 심지어 일부 기업은 소비자를 약탈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소비자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이해 없이 고객을 유혹하기 위한 홍보 수단을 마구잡이로 사용한다. 무작정 기업의 사고방식을 강요하는 셈이다. 브랜드와 고객 사이의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커뮤니케이션을 설계하는 일이 중요하다. 기업 차원에서도 공간을 조성해야 하는 이유, 프로모션 시기와 장소, 방식 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홍보를 위한 홍보,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은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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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렌트가 기획한 가나초콜릿하우스 시즌 3. 18세기 유럽에서 사교의 매개체였던 초콜릿을 재해석해 팝업 스토어 안에서의 총체적인 경험을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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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렌트가 기획한 식물성 음료 어메이징 오트 팝업 스토어. 친환경 콘셉트를 살린 인테리어와 뛰어난 맛의 비건 음료와 디저트로 호평받았다.

책에선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공간의 조건 10가지를 선정해 한 챕터씩 구성했다.
상업 공간은 크게 판매를 위한 공간과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으로 나뉜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이 상대적 우위를 점하게 됐다. 기능적인 공간도 방문자를 설득하는 스토리텔링과 커뮤니케이션 중심으로 재편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드의 이야기를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하려는 공간에는 어떤 요소가 필수적인지 설명하기 위해 챕터를 그렇게 구성했다. 브랜드 경험을 잘 설계한 공간이라면 이 요소들을 대부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간의 종류에 얽매이지 않고, 소비자를 설득해서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은지 고민하고 설계하는 일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이다.

기획자의 역량을 강조한 점도 눈에 띈다.
브랜드가 소비자를 설득한다는 전제하에 공간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관점에서 인테리어와 서비스, F&B, 사운드 등 모든 요소를 강조할 순 없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하는 기획자가 공간의 목적성에 맞게 톤앤매너를 조정해야 한다. 인테리어보다 F&B가 중요할 수도 있고, 그래픽보다 음악이나 굿즈가 더 중요한 경우도 있다.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소비자가 공간 안에서 경험하는 모든 요소의 밀도를 키 메시지에 따라 조절하는 프로듀싱 능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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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2호(2024.06)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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