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100세 시대 아닌 기후 위기 시대

사람들은 건강 악화와 갑작스러운 사고를 염려해 보험에 가입한다. 먼 내일이 아닌 오늘부터 발생할 위험에 대비하는 게 보험의 본질이다. 그렇다면 당장 직면한 기후 위기로부터 안전을 보장받을 수는 없을까?

지금은 100세 시대 아닌 기후 위기 시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랑의열매와 숲과나눔의 초록열매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MZ무배당기후위기바로행동보험’ 프로젝트는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대구에 있는 제로 웨이스트 숍이자 비건 레스토랑 ‘더 커먼’을 운영하는 강경민 대표가 보험 상담을 받으며 약관에 ‘100세 보장’이라고 쓰인 문구를 본 것이 기획의 발단이었다. 기후 위기로 인해 미래가 불투명한데 어떻게 보장을 자신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2023년 9월 그래픽 디자이너 신인아와 시민 단체 활동을 하는 김주온이 합류하며 프로젝트가 구체화됐다.

이들은 가상의 보험사인 ‘미래생명’에서 출시한 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개인의 실천이 곧 보험료로 납부된다는 것으로 콘셉트를 세웠다. 프로젝트를 위해 개설한 웹사이트에는 보험 약관을 게시했는데, 보상 기준에 대해 명시한 문구가 흥미롭다. 가령 피보험자가 ‘SNS에 기후 위기에 관한 이야기만 줄창 올려서 구독자 수가 줄어든 경우’에는 보상을 받을 수 있지만, ‘탄소 배출 주범으로 지목받는 기업에서 일하는 것을 과시하는 행위를 한 경우’에는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는 식이다.

신인아 디자이너가 제작한 형광 녹색의 로고와 함께 생성형 AI로 만든 키 비주얼은 프로젝트의 의미를 직관적으로 드러낸다. 폭우로 인한 침수 현장과 불타는 산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보험설계사를 대조적으로 배치해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신인아 오늘의 풍경 대표는 “일반적인 보험 회사들이 사용하는 이미지를 한번 비틀어 해석했다. ‘기후 위기’와 ‘좋은 삶’을 연결하는 데에서 생기는 이질감을 표현하는 게 핵심이었다. AI를 활용해 기후 위기로부터 보장된 삶을 제공한다며 미소 짓는 보험설계사를 디자인했고, 이와 대조되는 재난 현장 모습을 배치했다. 키 컬러로는 방사성 물질을 연상시키는 형광 녹색을 택했다.”라고 전했다.

한편 지난 3월 30일부터 4월 7일까지 을지로 다팜에서 열린 ‘MZ무배당기후위기바로행동보험 팝업 스토어’에서는 가상의 보험이 현실에 개입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기도 했다. 현장에서는 보험 가입과 동시에 보험설계사가 된다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했으며 전시 마지막 날에는 전직 보험설계사이자 아티스트인 이랑이 프로젝트의 취지를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전시는 오는 7월 16일부터 10월 31일까지 경북대학교 미술관에서 이어질 예정이다.

기획 총괄·전시 더 커먼(대표 강경민) @common.for.green
기획·디자인 신인아(오늘의 풍경) @sceneryoftoday
기획·글 김주온 @kim.juon
장소 다팜(서울시 중구 을지로 108 5층) @dapalm__
주관 더커먼크루 @common.for.green
사진 임효진 @seoul_journal
웹사이트 theclimateinsurance.org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2호(2024.06)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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