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보내는 ‘추신’ 컬렉션
이케아 PS 컬렉션 공개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가 최근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담은 PS 컬렉션을 공개했다.

‘민주적인 디자인(Democratic Design)’이라는 슬로건 아래 모두에게 편안한 삶의 공간을 제안해온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이케아가 최근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담은 PS 컬렉션을 공개했다. 여기서 ‘PS’는 ‘추신’을 뜻하는 ‘Post Scriptum’의 약자로, 일상적인 제품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적인 시도를 덧붙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컬렉션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경계를 유연하게 확장하는 동시에 예상치 못한 유쾌함과 감각적인 상상력을 더한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이며 일상의 풍경을 새롭게 제안한다.

이케아 PS의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함이 지루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단순함은 디자인의 가장 순수하고 매력적인 형태를 드러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단순함이 상호작용과 놀라움을 통해 새로운 발견으로 이어지고, 다양한 기능을 가진 오브제와 예상치 못한 디테일이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기를 바랍니다.
마리아 오브라이언(Maria O’Brian) 이케아 스웨덴 크리에이티브 리더

1995년에 시작하여 올해로 열 번째로 공개되는 이번 컬렉션에는 총 44종의 제품이 포함됐다. 이를 위해 12명의 디자이너들에게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석하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의 기회가 주어졌다. 단순하지만 결코 지루하지 않고, 기능적이면서도 개성이 살아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목표 아래 완성된 결과물은 곳곳에 유쾌한 놀라움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눈길을 끈다. 회전하는 플로어 램프를 비롯하여 공기를 주입해 완성하는 안락의자, 흔들리거나 접히는 가구와 오브제들은 기존 가구의 역할과 형태에 대한 고정관념을 새롭게 뒤흔든다.
단순하지만 매력적인 이케아 PS 2026
다채로운 개성이 공존하는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은 한 손으로 들어 올릴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안락의자라고 할 수 있다. 이 제품은 오랜 시간 이어진 실험과 실패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이케아는 1990년대 중반부터 공기를 소재로 한 가구 제작을 시도해왔지만 번번이 한계에 부딪혀야 했다.

디자이너 미카엘 악셀손(Mikael Axelsson)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의 구조 실험에 도전했다. 직접 20개의 프로토타입을 용접해가며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한 끝에 크롬 튜브 프레임 내부에 두 개의 공기실을 결합한 독창적인 형태의 안락의자가 완성되었다. 둥근 실루엣이 특징인 이 제품은 이케아의 내구성 테스트를 모두 통과해 안전성을 확보했다. 여기에 언제든 공기를 주입할 수 있도록 발 펌프를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 유쾌한 실용성을 보여준다.

수많은 디자인 제품들은 귀중하고 쉽게 손댈 수 없는 존재로 여겨집니다. 저는 그와는 정반대로, 사람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자극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가구가 그렇게 놀이를 유도할 때, 우리는 그 가구를 온전하게 사용하고 함께 살아가며 일상에 기쁨을 더하게 됩니다.
미카엘 악셀손(Mikael Axelsson) 이케아 스웨덴 디자이너


디자이너 프리소 비어스마(Friso Wiersma)는 과거 선박을 제작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두 점의 원목 수납 가구를 선보였다. 베니어판을 엮어 만든 전면부가 특징인 수납장과 목재의 갈라짐을 방지하기 위해 건조 과정에서 남기는 전통적인 표시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넓은 소나무 선반에서는 컬렉션 전반을 관통하는 공예적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기능성과 실용성을 강조한 구조 속에서도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는 따뜻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여기에 미국 작가 미셸 아르마스(Michelle Armas)의 대담하고 표현력 넘치는 모티프가 담긴 러그와 쿠션 커버, 패브릭 등과 더불어 마리아 빈카(Maria Vinka)의 수공예 유리 화병 세 점은 컬렉션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특히 작은 귀를 가진 인형 모양의 유리 화병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끌며, 사소한 디테일 하나만으로도 사물에 생명력을 부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어느 방향으로 앉아도 편안한 다이닝 체어와 숨겨진 수납공간을 갖춘 다이닝 테이블, 제한된 공간에 맞춰 변형 가능한 업라이트 플로어 스탠드와 접이식 체어베드 등 다양한 제품이 함께 구성됐다. 그동안 PS 컬렉션이 꾸준히 탐구해온 실험 정신과 유쾌한 기능주의를 집약한 이번 에디션은 출시와 동시에 큰 주목을 받고 있다.
1995년부터 시작된 PS 컬렉션의 역사
1987년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로 불리는 주식 시장 대폭락은 경기 침체를 불러일으켰고, 디자인계에도 하나의 전환점이 되었다. 화려한 기하학 패턴이나 유리 테이블 같은 맥시멀리즘 디자인은 점차 힘을 잃어갔으며 1990년대 초부터는 미니멀리즘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영국, 일본, 이탈리아 디자이너들은 밝은 목재와 절제된 형태를 중심으로 한 스칸디나비아적 미감을 새롭게 해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980년대부터 부진을 겪고 있던 이케아 역시 잃어버린 정체성과 입지를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디자인적 뿌리를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이케아는 브랜드의 근원이 스웨덴과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정신에 있다고 판단했고, 간결하면서도 실용적인 미학을 다시금 전면에 내세우고자 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혁신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핵심 가치로 삼은 PS 컬렉션이다. 기존 제품군에 대한 일종의 ‘추신’이라는 의미를 담은 이 컬렉션은 좋은 디자인과 기능성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이케아의 철학을 상징적으로 드러냈고, 첫 컬렉션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첫 번째 PS 컬렉션은 ‘민주적 디자인’을 주제로 1995년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공개되었다.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들은 단순함과 기능성의 가치를 다시금 환기시켰다. 지금까지도 사랑받는 시계와 서랍장 디자인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에 충실한 디자인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는 진리를 보여준다.


1999년에 공개된 두 번째 컬렉션은 ‘높은 디자인 가치’를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보다 대중적으로 확장하는 데 집중했다. 이전보다 가격을 더욱 낮춰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디자인을 접할 수 있게 하며 이케아가 추구하는 민주적 디자인의 방향성을 분명하게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오늘날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는 철제 수납장과 커피 테이블 디자인이 탄생했다.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라는 주제 아래 세 번째로 선보인 2002년 컬렉션은 실내외 어디서나 사용할 수 있는 다기능 제품들로 구성되었다. 오브제로서 손색없을 만큼 조형미를 강조한 물뿌리개를 비롯하여 공간에 여유로운 분위기를 더하는 흔들의자, 다양한 화분과 의자 디자인이 함께 공개되며 생활 공간 전체를 유연하게 바라보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주목할 점은 가격을 더욱 낮추기 위해 모든 디자이너들이 공장 현장에서 직접 디자인 작업을 진행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불필요한 구조를 줄이고 보다 효율적인 생산 방식을 구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03년 ‘무한한 놀이(Unlimited Play)’ 컬렉션은 아이들의 발달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제품들로 구성되어 가구와 장난감의 경계를 허무는 실험적인 시도로 주목받았다. 이어 2006년에는 ‘만약 가장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장 훌륭한 해결책이 될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한 컬렉션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새로운 소재, 새로운 기술, 새로운 작업 방식을 적극적으로 탐구한 결과가 틀에 얽매이지 않는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독창적인 해결책으로 귀결되는 모습은 소비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2009년 공개된 ‘네버 엔딩 디자인 스토리(Never Ending Design Stories)’ 컬렉션은 디자인의 본질에 대한 탐구와 혁신적인 소재 활용, 환경에 대한 책임감을 중심에 두었다.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새로운 디자인 가능성을 탐색하는 이케아의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2012년에는 ‘역사에 영감을 받아 오늘날을 위해 디자인하다’라는 주제 아래 브랜드의 60년 디자인 역사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혁신적인 소재와 새로운 기능, 지속 가능한 생산 방식을 바탕으로 기존 디자인을 새롭게 해석한 컬렉션은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시도였을 뿐만 아니라 이케아 디자인 역사 속에서도 가장 경쾌하고 실험적인 움직임 중 하나였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가정과 삶, 새로운 상황과 필요성에 주목한 2014년 ‘온 더 무브(On the move)’ 컬렉션에서는 이동이 일상이 된 도시인들의 유연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했다. 이어 2017년에 공개된 ‘리브 잇! (Live It!)’ 컬렉션은 독립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며 전통적인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이들을 위한 디자인으로 채워졌다. 두 컬렉션은 공통적으로 획일적인 기준보다 자유롭고 유연한 삶의 태도를 강조하며, 변화하는 시대 속 현대인의 감각과 욕망을 섬세하게 반영했다. 이는 PS 컬렉션이 단순히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는 데 그치지 않고 시대적 흐름과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읽어내며 자신들만의 디자인 철학을 지속적으로 확장해왔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케아의 PS 컬렉션은 시대의 변화와 라이프스타일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좋은 디자인이라는 본질적인 철학을 꾸준히 이어왔다. 혁신적인 소재와 새로운 기능, 유쾌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일상의 가능성을 확장해온 이들의 시도는 삶의 방식 자체에 대한 총체적인 제안처럼 느껴진다. 이와 같이 실용성과 즐거움을 동시에 담아낸 PS 컬렉션은 앞으로도 이케아만의 유쾌한 실험 정신으로 우리의 일상을 더욱 풍요롭고 유연하게 만들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