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캘린더의 테마는 ‘시각시Visual Poetry’다. 그리고 눈, 움직임, 씨앗, 빛, 꽃, 숲, 도전, 물결, 건축, 달, 잎, 크리스마스 등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다른 주제로 구성했다.
365편의 그래픽 시,아메바 캘린더
다양한 디지털 디바이스가 달력 기능을 대체한지 오래지만 달력의 세계는 매년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 사실. 일력에 대한 선호도만 보더라도 그렇다. 매일 다른 이미지가 보고 싶고 매일 특별한 영감을 받고 싶어 하는 우리의 작은 욕망 때문이다. 다행히 일상은 계속되고 새해도 어김없이 찾아온다. 정보 디자인 전문 회사 아메바의 캘린더도 그렇다.
아메바는 매년 지도, 도시, 예술, 사랑 등 그해에 어울리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해 그래픽 디자인과 어우러진 캘린더를 선보여왔다. 완성도 높은 만듦새로 소장 가치 역시 남다르다. 멋진 것은 대개 어느 정도 무게감을 동반하기 마련, 견고한 상자에 담긴 올해의 달력은 유독 묵직했다. 이번 캘린더의 테마는 ‘시각시Visual Poetry’다. 그리고 눈, 움직임, 씨앗, 빛, 꽃, 숲, 도전, 물결, 건축, 달, 잎, 크리스마스 등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다른 주제로 구성했다. 상자를 열면 12개로 분할된 패키지가 정갈하게 꽂혀 있고 패키지 속에는 다양한 그래픽과 함께 구성한 일력이 들어 있다. 월별 테마에 따라 디자인한 365편의 ‘시각시’다. 보통의 일력은 매일 한 장씩 한 해가 끝날 때까지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는 형태가 일반적인데, 아메바 캘린더는 매월 1일이 되면 새로운 상자를 열어 새로운 마음으로 한 달을 시작할 수 있다. 이는 “가장 문화적이고 행복한 삶은 시적인 삶”이라고 말하는 아메바 박효신 고문의 기획 의도다. 아메바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태동과 함께 등장한 시각시와 그 핵심을 차지하는 타이포그래피에 주목했다.
“현대의 그래픽 디자인은 1900년대부터 발전해온 구성적인 방법론을 활용하는데 이것은 수학적 방법론을 말한다. 이는 가장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디자인 방법론이다.” 그가 말하는 수학적 방법론이란 트리밍, 운동감, 비례, 수열, 순열, 원근감, 대칭, 무한, 몽타주, 확대 및 축소, 복사, 자르고 붙이기 등 디자인 행위에서 벌어지는 ‘편집력’을 말한다. 그러나 디자인은 이성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디자인이란 감성과 이성이 결합하고 타협한 산물로, 달콤한 감성적 발상이 필요한 영역이다. 그리고 아메바는 365점의 작품으로 이를 주지한다. 홍찬미 아트 디렉터, 오예경ㆍ이재은ㆍ조은영 디자이너의 협업으로 만든 이번 캘린더에는 이러한 편집력을 한껏 발휘해 시간성과 계절감을 표현한 그래픽이 펼쳐진다. 계절 변화를 염두에 둔 컬러도 인상적이다. 여기에 카피라이터 신주희의 짧은 시를 결합해 매일의 영감이 되어줄 시각시를 완성했다. 이들의 모든 공력은 ‘매일 시적인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의 표현이다. 글 유다미 기자 사진 이경옥 기자
홍찬미 아트 디렉터 “글자와 이미지로 365일이라는 시간에 새로운 일들이 벌어지게 하는 작업은 꽤 흥미로웠다.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한 해 동안 시적 감흥을 주는 캘린더가 되길 바란다.”
신주희 카피라이터 “디자인으로 푼 시라니. 시간과 계절이 점과 선과 면, 색으로 구현된 페이지를 감상하며 글을 쓰는 일은 즐거운 경험이었다. 문자 이외의 것이 시가 되는 과정은 신선했고 그 신선함에서 얻은 영감은 작업하는 내내 나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속의 시선詩仙(세상일을 잊고 시 짓기에 몰두하는 사람)이 되게 했다.”
오예경 디자이너 “비주얼이 감동, 생각, 운율을 지니면 한 편의 또 다른 시가 된다. 시각시 일력을 통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힘을 보태주면서 따뜻한 감성과 감동을 전하고 싶다.”
이재은 디자이너 “시가 그림이 되는 과정이야말로 시의 운율을 타듯 대지가 채워지는 흐름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캘린더가 공간 한편을 자연스럽게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은영 디자이너 “이번 캘린더는 꼴라주로 그린 계절의 이미지다. 여름의 파도를 지나 낙엽이 지는 가을의 끝자락까지 미리 2021년을 보낸 것 같다. 개인적으로 늘 어려운 시간이었던 11월에 마음을 조금 더 담았고 작은 위로가 되었다.”
지난 2월 iF 디자인 어워드 2025 수상작이
발표됐다. 해마다 전 세계에서 1만 1000여 개의 작품이 접수되는데 이 중 약 100개국의 디자인 스튜디오와 기업이 수상자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한국은 골드 수상작 6점을 비롯해 370개 작품이 수상했다. 올해 시상식은 4월 28일 베를린 프리드리히슈타트 팔라스트 극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국내 디자인 프로젝트 중 일부를 소개한다.
‘지기 캐시미어(Ziggy Cashmere)’로 활동하고 있는 제이콥 프루이트(Jacob Pruitt)는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에서 팬들이 생겨날 정도로 인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공개되지 못한 프로젝트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단순히 시각적인 아카이브로 활용되기 보다, 책을 통해 실현하지 못했던 프로젝트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고 싶어 이 책을 제작했다.
묵직한 건축물과 화려한 공간, 선명한 그래픽···. 사진가 홍기웅이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풍경이다. 피사체가 다를지라도 그의 작업에는 일관되게 느껴지는 질서와 심상이 있다. 점과 선, 면을 가로지르며 포착한 풍경 속에서 마침내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CFC 소속 사진가이자 건축 공간을 찍는 홍기웅의 시선을 따라가봤다.
지난 수십 년간 가장 영향력 있는 그래픽디자이너로 폴라 셰어를 빼놓을 수 없다. 1970년대부터 아트 디렉터로서의 경력을 시작한 그는 독자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인 다이내믹한 타이포그래피를 통해 공연 예술 기관의 그래픽 언어를 재정의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뮌헨의 디자인 미술관 디 노이에 잠룽은 독일 최초로 미국 출신의 그래픽디자이너 폴라 셰어의 첫 번째 개인전을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