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이케아의 〈1st〉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좋은 생활을 만든다.’ 이케아의 비전은 명확했다.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이를 확인하고 왔다.

집에 대한 끊임없는 호기심, 이케아의 〈1st〉

지난해 7만 7000명 이상의 관람객이 방문한 1244㎡ 규모의 파딜리오네 비스콘티 전시장이 올해 또 한 번 이케아의 놀이터로 탈바꿈했다. ‘첫 번째 집’을 주제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겪는 비슷하면서도 특별한 경험을 전시, 토크, 매거진, 공연 등 다양한 형식으로 조명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게이밍 컬렉션 ‘브렌볼Brännboll’과 ‘뉘틸베르카드Nytillverkad’ 시리즈였다.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브렌볼의 가장 큰 장점은 스타일과 실용성을 모두 갖춰 어떤 생활 공간에도 잘 어울린다는 것. 전원 버튼을 온·오프하듯 필요한 가구와 물건을 빠르고 간편하게 배치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핵심이었다. 뉘틸베르카드 시리즈의 클리판 소파와 포엥 암체어는 이케아에서 가장 상징적이며 오랜 사랑을 받아온 제품이다. 나카무라 노보루는 기하학적 형태와 강렬한 색감으로 이 디자인을 재해석해 자신감 넘치던 1980년대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데이즈드〉와 협업하여 제작한 〈카탈로그!!!〉 역시 이번 전시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였다. 2000년대 초반 이케아 카탈로그에 수록된 에디토리얼 이미지에서 영감을 받은 매거진으로, 임루 아샤Imruh Asha, 다이스케Daisuke, 앤드류 미키스Andrew Miksys 등 다양한 사진작가와 아티스트가 참여해 젊은 세대의 변화하는 생활상을 폭넓은 관점에서 포착했다. 〈1st〉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울러 집의 모습을 탐색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전시였다. ‘집에 대한 호기심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방향성과 핵심 요소를 발견’하는 이케아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마르쿠스 엥만
잉카 그룹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건축가 미도리 하스이케Midori Hasuike, 공간 디자이너 에메르존Emerzon 등 이케아의 오랜 협력자들이 모였다.

미도리 하스이케는 건축가로서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구상하는 편이고 에메르존은 좀 더 실용적 관점에서 방을 들여다본다. 나는 스토리텔러로서 이야기들을 어떻게 엮고 전달할지 고민한다. 시작은 꽤 느슨했다. 다만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고 싶었다. 우리는 전시나 행사를 기획할 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을 좇는 편이다. 해외 각국에서 진행하는 여러 이벤트는 결국 이케아 매장의 새로운 미학을 찾기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큰 전시 규모나 아카이브 존 또한 실제 매장의 디스플레이를 염두에 둔 디자인이다.

처음 독립하는 사람들의 생활 양식에 집중했다. 이들에게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하고자 했나?

무언가를 제시하는 데 큰 비중을 두진 않았다. 그 역할은 이케아의 많은 매장이 이미 충분히 맡고 있다. 우리는 〈1st〉가 전시보다는 하나의 연구이기를 의도했다. 방문객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며 디자인 커뮤니티를 확장하기를 바랐다. 첫 번째집에 대한 솔루션이 아닌, 앞으로 그 집에서 중요해질 것에 관한 리서치인 셈이다. 이케아의 문제 해결 방식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가 구상한 무언가를 고객에게 제시하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일을 더욱 중요하게 여긴다.

이케아는 집에서의 생활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제품 개발을 위한 영감을 얻는다. 당신 또한 사람들의 집을 직접 방문하고자 노력한다고 들었다. 좋은 집이란 어떤 곳인가?

미학적 관점에서 멋진 집은 정말 많은데 개인적으로는 지저분하고 오래된 듯해도 삶의 흔적이 들여다보이는 집이 좋다. <카탈로그!!!>를 제작하며 가장 신경 쓴 부분 역시 생활의 모습이 담긴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집을 묘사하는 데 중요한 것은 결국 아름다운 이미지가 아닌 머무는 사람이다.

〈1st〉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어떤 역할을 하기를 바라는가?

지난해에 메자닌 아래쪽 공간을 레스토랑과 클럽으로 활용했다면 올해는 그 공간을 훨씬 크게 조성했다. 푸오리살로네를 위한 전시 공간을 넘어서 많은 사람이 낮과 밤을 즐기는 활기찬 장소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각적 결과물을 만드는 크리에이터뿐 아니라 많은 뮤지션과 협업한 이유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52호(2024.06)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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