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가 살아갈 내일을 위한 집〉전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지속 가능한 컬래버레이션

제3회 부산디자인위크는 개성 강한 로컬 브랜드들과 함께 디자인 도시로 발돋움 중인 부산의 변화상을 보여주었다.

〈내 아이가 살아갈 내일을 위한 집〉전

다음 세대를 위한 진지한 고민

볼보자동차코리아(이하 볼보) 부스는 전시장 초입부터 관람객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았다. 볼보는 다음 세대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디자인의 시대적 소명을 담은 전시를 선보였다. 평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통해 안전과 가족의 중요성을 대변해온 볼보는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을 위한 공간을 표현하고자 전시 콘셉트로 ‘집’을 선택했다.

전시 디자인을 맡은 제로랩은 집의 개념을 ‘아치’로 형상화해 구조물을 디자인한 뒤 다채로운 색상을 적용했다. 목재 대신 철을 사용한 것도 주목할 만한 점. 김동훈 제로랩 공동 대표는 “철은 어떤 식으로든 재활용할 수 있는 자재”라며 행사 후 발생하는 폐자재를 줄이기 위한 의도임을 설명했다. ‘내 아이가 살아갈 내일을 위한 집’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이들 시선에 맞춘 낮은 높이의 철재 구조물을 설치했으며, 관람 방향에 따라 제각기 다르게 보이도록 디자인한 점도 돋보였다. 조경 디자인을 맡은 아누는 부스 곳곳에 독특한 형태의 식물을 식재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했다.

제로랩과 아누를 비롯해 국내 디자이너 및 아티스트 4팀과의 협업으로 완성한 이번 전시에서는 지속 가능성을 재해석한 오브제와 조형물, 가구를 선보였다. 대부분 볼보의 국내 서비스 센터에서 수거한 폐자재 30여 가지로 만들었는데, 환경을 향한 브랜드의 진심이 엿보이는 지점이었다. 제로랩은 테일게이트tailgate(*)로 만든 의자, 디스크 브레이크를 사용한 램프, 손이 달린 북엔드 등 공간에 독특한 감성을 불어넣는 디자인을 전개했다. 버려진 사물을 재해석하는 연진영 작가는 자동차를 상징하는 핵심 소재를 적용한 부품을 사용했다. 파손된 리어 글라스에 긴쓰키 기법을 도입해 금으로 마감한 리어 글라스 테이블, 자동차 휠을 좌판으로 삼아 제작한 휠체어 등을 선보였다.

로우리트 콜렉티브Lowlit Collective는 드러나지 않는 것을 재조명한다는 스튜디오의 지향점을 작품에 반영했는데, 특히 ‘빛’이라는 테마가 두드러졌다. 버려진 파이프를 조합해 완성한 샹들리에, ‘Let There be Light’라는 문구와 함께 휠과 금속 와이어를 조합한 ‘스페이스 워커’, 디스크 브레이크를 활용한 스탠드 조명 등이 대표적이었다. 이 밖에 아누는 폐도자기 파편을 모아 만든 화분을 통해 자연과 만나는 경험을 선사했다. 올해 볼보 전시는 브랜드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한편, 폐자재를 다양한 방법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통해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현주소를 엿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했다.

(*)SUV나 스테이션 왜건, 픽업 트럭 등의 후면부의 문. 트렁크의 도어 부분을 통칭한다.

전시 디자인 제로랩(대표 김동훈·장태훈), zero-lab.co.kr
조경 디자인 아누(대표 안용우), anu-seoul.com
가구·오브제 디자인 제로랩 / 아누 / 연진영 @hang_jin_ / 로우리트 콜렉티브(대표 최재식), lowlit.co

제로랩의 디스크 램프, 와인 홀더, 북엔드.

Designer Interview

제로랩 공동 대표
김동훈

“부스 디자인은 다양한 높이와 형태의 아치를 조합해 관람하는 아이들에게 재미를 주고자 했다. 구조물의 색상은 지속 가능성을 은유하는 색상과 볼보의 캠페인을 표현하는 색상을 조합한 것이다. 가구 외에도 연필꽂이, 펫 텐트, 디스크 램프, 와인 홀더 등 작은 오브제를 많이 만들었다. 이처럼 전시 부스를 구성하는 프레임을 디자인하는 동시에 공간의 빈 구석을 채우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다.”

연진영 작가의 볼보 벌룬 체어와 휠 체어.

가구 디자이너, 작가
연진영

“커다란 자동차를 이루는 부품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평소 내 개성이 강하게 드러나도록 작업하는 편인데, 안전함을 상징하는 볼보와의 협업이 신선하고 재밌을 것이라 생각했다. 버려진 물건으로 가구를 디자인할 때는 그 물건이 최대한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하는데, 이번 프로젝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예를 들어 일회용 플라스틱 비닐은 표면에 쓰인 로고의 폰트 디자인이 안정적이고 아름답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비닐을 가공해 의자를 만들 때 쨍한 화이트와 쿨한 형광 옐로를 사용해 완성했다.”

아누가 조성한 ‘감각을 깨우는 정원’과 화분들.

아누 대표
안용우

“볼보와 도자기를 만드는 아누와의 접점을 어떻게 만드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래서 브랜드 로고를 각인한 화분, 전시장에서 직접 식물을 심을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 씨앗 키트 등을 준비했다. 특히 씨앗 키트는 아이들이 꾸준히 식물을 키울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었다. 전시 경험이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간 뒤에도 이어질 수 있게 의도한 것이다. 전시장에 구현한 정원은 ‘감각을 깨우는 정원’이라는 콘셉트로 도시에서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했다. 만지면 잎이 오그라드는 미모사, 독특한 무늬의 칼라데아 등 다양한 식물을 선정해 식재했다.”

로우리트 콜렉티브가 제작한 샹들리에.

로우리트 콜렉티브 작가
김동호

“보통 버려진 물건을 이용해 디자인할 때 발견과 연결, 재구성의 과정을 순서대로 거치는데, 자동차 부품의 경우도 다르지 않았다. 수거한 폐자재 중 휠과 디스크 브레이크, 파이프 등을 골랐다. 그중 차체 가장 깊숙이 자리한 파이프를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샹들리에로 탈바꿈하는 과정이 기억에 남는다. 휠과 디스크 브레이크는 해체해 새로운 소재와 연결시키고자 했다. 특히 휠은 금속 와이어, 조명 등과 결합해 새로운 의미를 지닌 조형물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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