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에 모인 디자인 가구들

앤더슨씨 성수에서 열린 〈FRAME〉전 리뷰

전에 없던 규모의 디자인 가구 전시 및 마켓으로,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18,792명이 방문한 〈FRAME〉 전시의 이모저모를 소개한다.

성수동에 모인 디자인 가구들

다양하고 파편화된 취향의 시대, 나만의 선호를 반영한 소비 형태는 디자인 가구 시장에서도 엿볼 수 있는 흐름이다. 유행에 따라 혹은 입문자용 가구라는 타이틀에 따라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디자인 사조나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미국 등 국가별 특징을 파악하고 따라가며 나만의 컬렉션을 꾸려 나가는 것. 이러한 추세에 발맞춰 디자인 가구는 물론, 리빙 문화의 다양성을 더해줄 전시가 지난 주말 성수동에서 열렸다. 가구를 위주로 한 공간 스타일링과 오리지널 빈티지부터 리프로덕션 새 상품 및 중고 상품 등 국내 최대 규모로 디자인 가구를 다루는 앤더슨씨 갤러리(이하 앤더슨씨)가 주최한 〈FRAME〉 전시. 가구를 좋아한다면 더더욱 놓치면 안 될, “가구의, 가구에 의한, 가구를 위한” 가구 중심의 전시였다.

앤더슨씨 갤러리 © 디자인프레스
신관 2층에 마련된 협력 전시 공간 © 디자인프레스

“온전히 가구 중심의 전시가 있었으면 했어요.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가구의 종류가 아쉽다는 마음 없이 풍성했으면 했고요.”

앤더슨 초이 대표, 앤더슨씨 갤러리
중정의 마켓 공간 © 디자인프레스

대규모 디자인 가구 전시

4층 규모의 구관과 2층 규모의 신관, 두 동의 건물과 중정 및 옥상을 이용한 앤더슨씨 성수점에 20여 개의 브랜드, 2,500여 점의 가구와 각종 오브제, 제품이 모였다. 본래 앤더슨씨의 쇼룸으로 활용되던 층별 공간은 대구, 부산, 용인 등 전국 각지에서 모인 브랜드들의 전시 부스가 되었고, 옥상과 아늑한 중정은 좀 더 편안하게 가구를 보고 구매할 수 있는 마켓으로 꾸려졌다. 이를 위해 기존 앤더슨씨 가구들은 다른 장소로 옮겨야 했는데, 무려 15대의 트럭을 이용했다는 후문. 그렇게 비워진 자리를 소신과 철학을 갖고 디자인을 소개하는 디자인 갤러리부터 스튜디오, 컬렉터, 생산자 등 23팀이 함께한 것이다.

에임빌라 © 디자인프레스

디자인 브랜드부터 컬렉터까지, 가구부터 조명과 패브릭까지

여준영 대표의 피규어 컬렉션 © 디자인프레스
모리 © 디자인프레스

구관 1층에는 2019년부터 대구에서 빈티지 가구를 소개하고 있는 모리가 자리했다. 가구를 전방위에서 볼 수 있도록 여유로운 배치를 한 모리에서는 멤피스(Memphis) 그룹의 리더인 에토레 소사스(Ettore Sottsass)가 디자인한 암체어와 카를로 스카르파(Carlo Scarpa)가 디자인한 사르피(Sarpi) 커피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테이블 위에 놓인 아트북에는 실제 이곳에 있는 가구들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여유롭게 아트북을 넘기며 디자인 견문을 넓힐 수 있도록 꾸몄다.

용인을 기반으로 하는 노이 빈티지 스튜디오는 이탈리안 포스트모더니즘과 멤피스 위주의 가구들로, 독특한 컬러와 소재의 과감한 어우러짐을 보여줬다.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유럽 철제 가구와 사무 가구가 눈에 띄는 모이, 프랑스 미드센츄리 디자인 가구사에 한 획을 그은 피에르 샤포(Pierre Chapo)의 작품을 가지고 나온 모이아띠, 직접 디자인한 가구를 만날 수 있는 에리어플러스와 사뮤엘 스몰즈, 그리고 부산을 대표하는 미미화 컬렉션 등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었다. 패브릭 브랜드 이탈리아의 데다와 덴마크의 크바드랏, 프레인 여준영 대표의 DVD와 피규어 등의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것은 이번 전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여준영 대표의 DVD 컬렉션 © 디자인프레스
바나나랩 서울 © 디자인프레스

프레임이 되고 프레임을 깨는 것

이번 전시명은 ‘Frame’이었다. 앤더슨씨 성수점은 신관 2층에서 바라보는 구관의 창문 씬이 유명한데, 창문 앞에 놓인 가구들이 마치 하나의 액자 프레임에 담긴 가구 사진처럼 보이도록 디스플레이했기 때문이다. 앤더슨 초이 대표는 여기에서 ‘Frame’이라는 전시명을 떠올렸다. 한편 프레임은 하나의 관점이기도 하다. “국내 오리지날·빈티지·세컨핸드 디자인 가구 시장이 짧은 기간 급속도로 성장한 만큼 그간 고정되고 편협한 프레임들이 형성된 걸 볼 수 있어요. 그러한 프레임을 깨는 자리, 프레임이 확대되는 자리, 새로운 프레임을 통해 새로운 시대와 시장과 관계를 바라보는 자리를 만들고자 해요.”

“영원한 아름다움은 이념이라기 보다는 옷주름 같은 것이다”라는 발터 벤야민의 문장이 협력 전시 공간 초입에 적혀 있다. © 디자인프레스

“20개가 넘는 브랜드들의 취향을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모두 엿볼 수 있다는 점, 브랜드들이 경쟁이 아니라 화합해 축제의 장을 연다는 점, 수천 개의 가구들에 둘러싸이는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 이 전시에 오실 이유는 충분할 거예요.”

앤더슨 초이 대표, 앤더슨씨 갤러리
협력 전시 공간 © 디자인프레스
앤더슨씨 성수점 외관. 전시를 알리는 플랜카드가 달려 있다. © 디자인프레스

Mini Interview

앤더슨 초이 앤더슨씨 갤러리 대표

전시명은 명확하지만 20여 팀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는 않는다.

처음 기획할 때 이번 전시와 마켓의 띰이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주제가 주어지면 오히려 많은 사람들을 모으기 어렵지 않을까 했다. 예를 들어서 내가 아메리칸 모던으로 띰을 잡는다면, 아메리칸 모던 디자인이 없는 데는 참여하지 못한다. 하나의 컬러로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한국 시장에서는 본인의 결이 뚜렷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필요했다.

전시 참여 브랜드 중에는 앤더슨씨와 함께하는 협력사들도 눈에 띈다. 참여 브랜드를 선정한 기준이 있었다면.

솔직히 말하자면, 없었다. 기본적으로 가구 업계에 있는 분들은 자기만의 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생각이 깨어 있고 이런 행사를 인정해주는 분들이라면 함께할 수 있다. 기꺼이 “나갈게”라고 답해준 분들이 모였다.

쉽게 모이기 힘든 브랜드들과 규모다. 어떻게 가능했나?

그동안 나눈 진심과 존경. 사람들이 ‘많이 올 거야’, ‘많이 팔게 해줄게’로 접근하지 않았다. 우리 또한 좋은 뜻으로 준비한 행사다. 이를 증명하는 게 부스비가 없고, 어느 공간에 전시하고 싶은지 본인들의 의견을 먼저 취합했다.

모리 © 디자인프레스
프레인의 여준영 대표가 컬렉터로 참여했다.

이번 전시와 다른 전시의 가장 큰 차이점은 컬렉터가 참여하는 것이다. 그게 우리의 목표였다. 사람들한테 리빙 문화를 업 시키기 위함이다. 판매도 판매지만 많은 사람들이 와서 다양한 부스를 즐기길 바랐다.

앤더슨씨의 공간은 어떻게 꾸몄나?

평상시에 앤더슨씨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디자이너들로 꾸몄다. 아메리칸 중심으로.

입장료도 받지 않는다. 많은 사람이 찾았으면 좋겠고, 그럴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전시는 계속 이어질까?

이어질 것 같다. 지금 기획하고 있는 건 6명 정도의 컬렉터를 모아서 전시를 여는 거다. 우리는 진짜 리빙 문화를 보고 있다. 기대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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