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 하우스, 미쉐린 레스토랑이 주목한 논알콜 와인

차를 발효해 대체 와인을 만드는 효 하우스 신윤걸 대표 인터뷰

효 하우스, 미쉐린 레스토랑이 주목한 논알콜 와인

국내 무알콜·저알콜 맥주 시장은 2018년부터 급증하는 중이다. 2018년 140억 원에서 2020년 240억 원, 2022년에는 500억 원대를 돌파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맥주뿐 아니라 와인과 막걸리까지 다양한 대체 주류가 나오며 선택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 효 프리미엄 시리즈는 하얏트 호텔, 밍글스, 권숙수, 정식당, 스와니예 등 국내 유수의 미쉐린 레스토랑과 파인다이닝에서 페어링 주(酒)로 만날 수 있는 논알콜 와인. 신윤걸 대표가 전통 발효 공법을 연구하며 과학적 접근을 통해 차(茶)로 만들었다. 효 하우스의 ‘효’는 발효의 효에서 따왔다. 확장되는 대체 주류 시장에서 발효와 6대 다류의 프리미엄 차를 활용해 자신만의 아이덴티티를 만들어 나가고 있는 효 하우스의 이야기를 들었다.

Interview

신윤걸 효 하우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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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프리미엄 001 청차 © 효 하우스

발효에 과학을 더하다

어떻게 발효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우리나라가 발효 종주국이죠. 세계적으로 발효 음식이 굉장히 많은데 우리나라만큼 다양하게 하는 곳은 많이 없어요. 제가 수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는데, 우리나라 발효를 과학적으로 체계화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일을 예로 들면 브루잉과 관련된 공식이 체계적이에요. 홈브루잉으로 맥주도 많이 만들어 마셨는데, 발효 전 물의 비중과 맥아를 끓이고 발효된 후의 비중 등에 대한 공식이 있고, 비중만 측정해 계산하면 알코올 도수까지 알 수 있죠. 어떤 효모를 썼는지에 따라 예상되는 맛이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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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다이닝과 협업해 2022년 출시한 효 하우스의 첫 모델 © 효 하우스
차를 발효해 만든 논알콜 와인은 좀 생소해요. 대체 주류 시장에 뛰어든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와인을 대체할 발효 제품을 생각했던 건 아닙니다. 2019년 브랜드를 시작해 코로나19를 버텨오며 여러 번 위기가 있었죠. 우연히 파인다이닝과 협업해 제품을 만들게 되었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때 좀 충격을 받았죠. 우리 고객의 핏이 어디 있는가를 알아차리게 된 겁니다. 그동안 건강 음료로 포지셔닝 했는데, 건강해지기 위해 저희 제품을 먹는 건 아니었던 거죠.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왜 먹어야만 할까, 많이 고민했는데 먹어야 하는 상황이 있어야 되겠더군요. 그 상황을 파인다이닝에서 찾았습니다. 주중에는 미팅으로 파인다이닝에 가는 분들이 있는데, 팬데믹 이후 건강 때문에 술을 드시지 않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아요. 한약을 먹을 수도 있고요. 수요가 있으니 파인다이닝 입장에서는 논알콜 대체 주류를 들여놔야 하는 것이죠.

가치를 부여하는 리브랜딩의 시작

2022년 말 성수동으로 이사 오며 리브랜딩과 함께 다시 제품을 개발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리브랜딩 과정의 주안점은 무엇이었지 궁금해요.

어떤 아이덴티티를 부여할 것인가가 중요했습니다. 특별함은 제품이 지닌 아이덴티티에서 나와야 하니까요. 전통 발효의 DNA에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공법을 접목해 요즘의 제품으로 만드는 게 저희의 아이덴티티입니다. ‘전통’과 ‘모던’이라는 두 키워드가 디자인에도 묻어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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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프리미엄 001 청차 © 효 하우스
특별함을 대체 와인이라는 제품에 어떻게 담았나요?

차와 와인이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재료부터 예로 들 수 있는데요. 포도를 하나의 과일로 볼 때 그 안에서 여러 품종으로 나뉘고, 같은 품종이라도 떼루아에 따라 맛과 향이 다르죠. 차도 같아요. 6대 다류(백차, 녹차, 홍차, 청차, 흑차, 황차)로 나뉘고 산화 여부나 정도, 발효에 따라 구분합니다. 또 와인이 여러 아름다운 향미를 지녔듯 차의 스펙트럼도 넓습니다. 역사로 봤을 때 우리가 차를 접하고 마셔온 시간이 와인에 못지않고요. 저희가 발효라는 기술을 통해 하나의 논알콜 대체재를 만들 수 있다면, 와인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여기에 정통성을 부여하기 위해 차를 구분하는 6대 다류를 주제로 맛의 와우 포인트와 차를 생산하는 차창과의 신뢰, 스토리를 고려해 찻잎을 선택했습니다.

카운터 뒤에 있는 탱크에서 만들어지는 건가요?

2019년 강동구에 있을 때부터 쓰던 기계 설비예요. 사실 처음에는 OEM 공장을 찾으려고 했어요. 시설 설비를 갖추는 데에도 비용이 많이 드니까요. 국내에 있는 소규모 양조장에는 다 연락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거의 안 하려고 하셨죠. 왜냐하면 효모가 재밌는 게, 공기 중에도 많이 떠돌거든요. 누룩을 직접 만드는 막걸리 양조장을 가보면 그곳은 절대 이사를 하거나 청소하지 않아요. 더럽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이거는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특정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 군집)의 영역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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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하우스 성수동 © designpress

우리 장내에도 나쁜 균이 있어요. 좋은 균과 나쁜 균이 각각 10%라면, 중성자가 80% 정도 돼요. 나쁜 균이 11%가 되면 중성자가 나쁜 균을 도와줘요. 반대로 좋은 균이 11%가 되면 중성자가 좋은 균을 도와주고요. 요즘 학계에서는 나쁜 균을 죽이지 말고 좋은 균을 양성해서 자체 면역력을 높이자고 해요. 양조장도 청소를 하거나 살균제를 뿌리면 아마 좋은 균까지 사멸될 거예요. 그 환경을 유지하는 게 마이크로바이옴인데, OEM을 하면 탱크가 교차 오염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이런 이유로 직접 만들기로 했고, 그때 들여왔죠.

현재 몇 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나요?

효 프리미엄 시리즈는 001 청차, 002 흑차, 003 홍차, 이렇게 3종만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성에서 가져왔던 녹차를 블렌딩 해 여러 맛을 시험해 보고 있고요.

1년에 3,000병 정도 생산한다고요.

네, 한 제품당 3,000병이요. 그런데 이 수치는 단순하게 탱크 수로 계산했을 때고, 지금은 3,000병까지는 못 만들어요.

납품을 하려면 그 맛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겠어요.

그렇죠. 저희는 관능 테스트를 하는데, 여기에 좀 더 과학적인 수치를 넣고 싶어서 스마트 센서를 통해 브릭스 수치나 산미 같은 데이터를 가져와요. 그런데 관능 테스트가, 사람의 혀가 훨씬 뛰어납니다. 물론 모두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사람 입만큼 정확한 것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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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효 프리미엄 001 청차, 002 흑차, 003 홍차 © 효 하우스
라벨 디자인은 어디와 함께했나요?

직접 했어요. 제가 디자인 툴을 다루지 못했을 뿐 보는 눈이 없는 건 아니거든요. (웃음) 다른 나라에 갈 때마다 박물관이나 미술관 찾는 것을 좋아했다 보니 ‘이렇게 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늘 있었어요. 그런데 요즘에는 유튜브에 다 있더라고요. 기능들을 찾아보며 만들었죠. 차 문화 자체가 동양적인 식문화이기도 하고 이를 브랜딩에 녹여내기 위해 한자를 넣은 건데, 사케 같다며 일본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셨어요. 일본이 전통적인 것들을 모던하게 디자인해 많이 만들었고, 그런 것을 잘했을 뿐인데, 우리가 전통적인 것을 가져와 현대적으로 풀어내면 일본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죠. 처음 파인다이닝과 협업한 제품의 라벨은 삼합지(두꺼운 한지)로 만든 거고, 하나씩 프레스로 찍어낸 거예요. 제품 자체가 어떤 국가의 아이덴티티가 되고 브랜드가 되는 게 가장 이상적인 거라고 봐요.

차를 와인답게 하는 것

차를 발효한 이 음료를 대체 와인이라고 부르게 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는 맛에 있다고 봅니다. 해외의 논알콜 대체 와인이 시장에서 외면받는 이유가, 제조 방식이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포도 주스를 넣어 와인 같은 맛을 내거나 와인을 만든 후 증류시켜 알코올을 날리는 거예요. 그런데 알코올이 날아가며 바디감이나 향미까지 날아가요. 알코올이 물보다 향미를 잘 머금어주거든요.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쉬움이 생기죠. 드셔 보시면 왜 와인 같다고 하는지 아실 거예요. 저희는 차의 맛이 오롯이 나는지를 가장 많이 신경 씁니다. 내추럴한 탄산감도 있고요. 그리고 발효가 되다 보면 원재료의 맛이 바뀌는 경우가 많아요. 막걸리도 그렇죠. 국내에서 유통되는 막걸리의 유통기한은 한 달 정도밖에 안 돼요. 어떤 제품은 2주 정도고요. 막걸리 안에 효모가 살아있으니 계속 발효가 일어나는 겁니다. 냉장 보관해서 효모를 동면 상태에 빠뜨린다고 해도, 처음 만들었을 때와 시간이 지났을 때 맛이 조금은 다르죠. 오히려 저는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이 더 술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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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프리미엄 001 청차. 버블의 청량함과 우롱 특유의 구수함이 특징이다. © 효 하우스
발효에 과학적이고 현대적인 공법을 접목하는 부분을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요.

맨 처음 한 것이 종균의 구성 성분을 알아보는 겁니다.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모르면 스케일링 하기가 힘들어요. 마크로젠에 배지를 만들어 보내면 DNA 테스트와 16s RNA 테스트를 거쳐 어떤 박테리아균과 효모균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그 후 한국인의 장 건강에 맞는 김치 유산균, 식초균 등을 접종했습니다. 효모를 연구하고 접목해 제품을 만들고 있어요.

대체 와인인 만큼 효 프리미엄 시리즈와 각각 페어링하기 좋은 메뉴가 있다면요?

001 청차는 대만에서 유기농으로 재배한 우롱으로 만들었어요. 우롱 특유의 구수함과 농익은 과실향이 아름답게 표현돼서 숙성회와 잘 어울립니다. 한식과도 잘 어울리고요. 전천후로 다 잘 어울리는 제품입니다. 002 흑차는 국가 2급 기밀로 지정된 발효 기술이자 찻잎에서 나올 수 있는 ‘금화’로 만들었는데, 저는 마시면서 샤블리가 생각났어요. 상큼한 음식, 회와 잘 어울리고 해산물, 굴과 잘 어울리죠. 마지막으로 세계 최초의 홍차인 정산소종(正山小種)으로 만든 003 홍차는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 백송을 태워 그 특징이 제품에도 나타나는데요. 스모키한 피니쉬가 특징으로, 훈연한 고기와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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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하우스 성수 © 효 하우스
앞서 상황에 대한 해답을 파인다이닝에서 찾았다고 말하셨지만, 그 안에 들어가까지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무작정 전화를 돌렸습니다. 미쉐린 가이드 웹사이트를 보고 리스트를 만들어서 한 곳씩 전화했어요. 여기에 납품하고 싶다고요. 다들 그러죠. 다음에 전화 주시면 안 되냐, 헤드 셰프한테 물어보겠다. 이런 식으로 거절당하다가 한 군데가 제안서를 보내 달라고 했어요. 제안서라고 만들어 놓은 게 있나요. 우리는 누구이고 어떻게 만들었다, 사진과 함께 텍스트로 적어 보냈죠. 그런데 미팅하자고 회신이 왔어요. 그곳이 밍글스였습니다. 2023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하게 납품하고 있어요. 지금도 감사해요. 그렇게 한두 군데가 되고, 또 연락이 오고. 레스토랑에서 드신 셰프님들이 연락주실 때가 정말 좋습니다.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네요. (웃음)

그러니까요. 스와니예는 논알콜만 전담하는 소믈리에가 따로 있어요. 아주 세분화되어 있고, 셰프만 수십 명이 일하죠. 그러니까 음식에 얼마나 깊이 있게 들어가겠어요. 그런 분들께 인정받아야 하는 거라면, 약간 후달리긴 하죠. (웃음) 그런데 사실 저를 보고 ‘그래서 뭐 하는 사람이에요?’ 묻지 않거든요. 그분들이 보는 건 제품이에요. 일단 맛을 보고 괜찮으면 믿을 만한 곳인지 봐요. 한국에서 만드네, 깨끗하게 제조하네, 스토리가 괜찮네, 재료를 좋은 거 썼네. 그러면 되는 거예요.

효 프리미엄을 만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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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하우스 성수 © 효 하우스
의자테이블 사진
스튜디오 신유와 제작한 테이블과 의자 © 효 하우스
성수동 쇼룸 공간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공간은 스튜디오 신유와 함께 만들었습니다. 구상부터 함께했는데요. 특별히 요청한 것이 있다기보다는 신유 자체가 전통과 모던함이 공존하는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예요. 한옥의 뼈대를 베이스로 가구도 제작했죠. 벽에 걸린 그림은 서달원 선생님 작품입니다. 그래픽적이지만 먹과 한지로 만든 거예요.

성수동에 자리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강동에 있을 때부터 주말마다 친구와 부동산을 보러 다녔어요. 동탄이나 분당도 가봤는데, 성수동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찾아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런데 여기가 매물로 나온 거예요. 조건이 너무 좋아서 보자마자 무조건 제가 하겠다고 했어요. 당일에 계약까지 해버렸습니다. (웃음)

여기에는 주로 어떤 분들이 오시나요?

평일에는 낮에만, 금요일과 토요일은 심야 찻집으로 운영하고 있는데요. 보통 차를 마시러 오시고요. 가장 많은 손님은 파인다이닝에서 드시고 온 분들이에요. 효 프리미엄만 드시기엔 여기가 더 저렴하고, 또 다른 데서는 안 파니까요. 여기 와서 구매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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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 하우스 성수 © 효 하우스
효 프리미엄 시리즈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납품하는 레스토랑과 여기뿐이군요. 아까 효 프리미엄의 비교 대상은 다른 논알콜 대체 와인이 아닌 그냥 와인들이라고 했어요.

기존 와인 대신 우리 제품을 마실 수 있을까? 이건 어떤 와인에 좀 더 가까울까? 와인과 페어링 되는 음식들이 있는데, 그 음식과 우리 제품들도 어울릴까? 시작부터 이렇게 접근했으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와인과 경쟁해요.

마지막으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일단 수출이요. (웃음) 얼마 전 아랍에미리트에서 손님 한 분이 오셨어요. 그분과 수출 쪽으로 이야기 중인데, 잘 풀렸으면 좋겠습니다. 세계 어느 나라를 가든 저희 제품을 볼 수 있다면 아마 가장 행복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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