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균사체로 탈을 만든 디자이너, 구오듀오 (Mushroom Mycelium Mask)

995년생 동갑내기 디자이너 맹유민과 이화찬으로 이뤄진 ‘구오듀오’가 선보인 첫 번째 공식 작품은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이색적인 탈이다.

버섯 균사체로 탈을 만든 디자이너, 구오듀오 (Mushroom Mycelium Mask)

버섯은 식물이 아니라 일종의 ‘균 뭉치’다. 1995년생 동갑내기 디자이너 맹유민과 이화찬으로 이뤄진 ‘구오듀오’가 선보인 첫 번째 공식 작품은 버섯 균사체로 만든 이색적인 탈이다. 소재와 형태, 접근법에 관한 제한 없는 실험을 목표로 하는 두 사람이 ‘생장하는 균’을 재료로 선택한 것. 낯선 소재와 공법을 선택하며 관습을 깨는 이들 또한 CMF를 고려한다. 다만 이들에게 CMF란 제작 프로세스를 뜻한다기보다 실험적인 아이디어의 물화를 위해 총체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에 가깝다. kuo-duo.com

이화찬(왼쪽), 맹유민
구오듀오

어쩌다 버섯 균사체를 선택하게 되었나?

졸업 전시를 위한 프로젝트였다. 당시 북유럽의 디자인 스튜디오를 경험하고 돌아온 직후이기도 해서 학생으로서 할 수 있는 실험적인 소재에 도전하고 싶었다.

익숙하지 않은 소재라 제작 과정도 쉽지 않았을 텐데.

우선 소재를 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았다. 연구개발과 관련한 특허권 때문에 미국에 매번 요청해야 했는데 팬데믹 상황이라 배송도 어려웠고, 특히 한여름에는 습도와 온도가 높아 모두 썩어버리기도 했다. 버섯 균사체를 받아보면 봉지 속에 담긴 지푸라기 더미처럼 보인다. 버려지는 곡물의 줄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버섯 포자를 바람으로 불어서 입혀놓은 상태로 도착하기 때문이다. 이 균에 밀가루와 물을 섞어 밥을 먹이면 하얗게 자라나는데, 어느 정도 자랐을 때 몰드에 옮겨 꽃처럼 피어날 때까지 다시 기다린다. 원하는 형태가 되었을 때 바로 꺼내서 오븐에 구워 완성했다. 습기를 말리기 위해 오븐에 구운 건데 그러지 않으면 계속 생장해 마치 새송이버섯처럼 피어난다.

새송이버섯이라니, 꽤 구체적인 묘사인데 몇 번의 실패가 있었나 보다.

생장을 멈추게 할 시기를 놓쳐 버섯이 핀 걸 종종 보기도 했다. 처음 다루는 데다가 유기적인 소재이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아 많은 실패를 했다. 물론 소재와 친해지는 데 필요한 과정이었는데, 이렇다 할 방법이 없어 버섯 균사체를 판매하는 미국의 기업 대표에게 자문을 구하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가 말하길 버섯 균사체 연구의 역사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했다. 버섯 가죽은 어느 정도 진행된 것 같지만 균을 실제 제품으로 양산하기까지는 수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 같다.

릴 바스켓Reel Basket’.
그런데 왜 탈로 만들었나?

버섯 균사체는 사람들에게 낯선 소재이니 처음부터 일상용품으로 만드는 것보다 유희적인 오브제로 만드는 것이 훨씬 친근한 소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버섯 균사체가 섞인 곡물 반죽을 몰드에 붙이면 하얀 곰팡이가 자라는데 이 때의 물성이 가벼운 종이와 비슷하고, 모형에 종이를 겹겹이 붙여 만드는 탈과 형태를 잡아가는 과정도 비슷하게 느껴졌다.

사실 버섯 균사체같이 자연의 소재를 활용한다고 하면 지속 가능성과 친환경이 자연스럽게 연상된다.

맞다. 그래서 관련 질문도 종종 받는다. 우리는 소재보다 새로운 접근법에 더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어 릴 바스켓의 경우 3차원의 그리드를 표현하고 싶었고 그러다 줄로 엮은 바스켓을 만들기로 했다. 줄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움직이는 속성을 제거하고 싶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굳힐 수 있는 클레이 레진을 사용했다. 표현하고 싶은 것과 재료와 형태를 동시에 구상한다.

익숙한 형태에서 벗어난 북엔드.
다른 디자이너가 소재와 형태에 접근하는 방법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을 꼽는다면?

디자이너가 아닌 아티스트지만 데이비드 호크니. 그가 끊임없이 사진, 아이폰 같은 새로운 매체를 찾아 도전하고 그 매체의 제약 조건 속에서 그림을 발전시키며 그려나가는 행위가 인상 깊었다. 디자인도 마찬가지로 소재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 조건 속에서 새로움을 찾아 3차원의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연구를 하다 보면 이 제한이 크게 느껴져 중간에 그만두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데이비드 호크니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지금 구오듀오는 어떤 새로운 작업에 집중하고 있나?

좋아하는 소재인 나무를 가지고 실험 중이다. 나무는 잘라도 살아 있는 재료이고, 그래서 우리가 제어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작업한다는 기분이다. 익숙한 소재지만 새로운 접근 방식을 찾아내려고 연구 중이다. 살짝 소개하자면 나무를 직물처럼 사용해보고자 한다.
글 박슬기 기자 자료 제공 구오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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