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14대 회장 김현선

김현선 디총 14대 회장을 만나 디자인계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물었다.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14대 회장 김현선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조경학 석사, 도쿄 예술대학에서 미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김현선디자인연구소를 열어 환경 디자인, 공공 디자인 분야에서 국내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으며 2015~2020년 제5, 6대 한국여성디자이너협회 회장, 2021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을 역임했다. 현재 김현선디자인연구소장, 서울시건축위원이며 2022년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회장으로 취임했다. 주요 저서로 〈도시환경과 색채〉 〈도시와 환경〉 〈내가 사랑한 디노베이터〉 〈쉬운 색채학〉 등이 있다.

1995년 설립한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 (이하 디총)는 그 명칭처럼 각 디자인 분야의 단체들이 모여 결성한 조직이다. 현재 27개 단체로 구성되며 도처에 산재한 업계의 갈등과 분쟁을 해소하는 데 집단 지성의 힘을 발휘한다. 특히 디자인계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비해 여전히 기반이 견고하지 못한 편인데 디총을 이끄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디자이너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이들의 제안은 곧 디자인 스튜디오, 프리랜서 디자이너, 디자인 경영자와 교육자 모두의 목소리이기도 하기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김현선 디총 14대 회장을 만나 디자인계 발전과 활성화를 위한 구체적 방안에 대해 물었다.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요구되는 시대다. 디자이너는 단순히 한 가지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통합적 통솔자로서 사용자를 배려해야 한다. 융합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돌아볼 시점이다.

디총의 주요 쟁점은 무엇인가?

디자인계의 목소리를 모아 권익을 찾고 사회에 기여하는 것이다. 한국 디자인 신이 그동안 많이 성장하기도 했지만 회장 취임 이후 산발적으로 흩어진 기업, 학회, 협회의 소식을 들으며 아직도 다른 산업 분야에 비해 여러 측면에서 부족하다고 느꼈다. 특히 절실한 것이 융합이다.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가 멈춘 듯 보일 때가 있는데 이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발돋움하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분투하기보다는 함께 큰 그림을 그리고 미래 사회를 대비해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부합하기 위해서, 그리고 디자인업계의 위상 제고를 위해서 융합의 의미와 가치에 대해 돌아볼 시점이다.

디총은 한국 디자인 산업 각 분야의 단체가 모인 공동체지만 여전히 이 활동에 대해 잘 모르는 디자이너도 있다. 디총 가입 과정과 주된 활동에 대해 설명해달라.

디총은 법인 형태의 디자인 단체로 2년 이상 활동하면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다. 입회 조건에 맞춰 신청하면 1년에 두 차례 열리는 총회에서 심의 과정을 거친다. 단체의 활동 내용, 건전성, 사회 기여도를 통합적으로 고려한다. 주된 활동은 정부 디자인 정책 개발에 참여하거나 이를 위한 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을 비롯해 전국 각 지역의 디자인 기관과 정책 개편을 논의하고 디자인 행사를 후원하며 워크숍을 개최하기도 한다.

디총 안에는 디자인 생태계를 구성하는 기업, 연구 기관, 디자이너 등이 있다. 각기 지향하는 바가 달라서 한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듯한데 유대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있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해 정기적으로 세미나와 포럼을 연다. 매년 각 산업 분야에서 트렌드 발표를 하듯 디총에서도 하나의 무브먼트를 만들어 디자인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사회적 움직임으로 이어지도록 공유할 예정이다. 기업뿐 아니라 학생과 일반인 참여도 유도할 계획이다. 이는 점점 영역을 확장하는 디자인 분야에서 의미 있는 정보 공유의 장이 될 것이다. 구성원들의 역량 또한 강화될 것이라 기대한다. 4월 27일에는 국회 대회의실에서 ‘디지털 패권 시대의 융합 테크 디자인 정책’, ‘ESG 디자인 경영과 AI 기술이 만드는 따뜻한 세상’을 주제로 포럼이 열린다. 모든 산업 분야가 디지털 전환을 외치고 기업의 ESG 경영에 소비자마저 촉각을 곤두세우는 오늘날 디자인의 역할이 지나치게 간과되고 있는 듯하다. 디총은 디지털 경험 확장에 따른 미래 사회의 변화 양상, 과학 기술 혁신을 위한 디자인 정책 방향에 대해 모색해보고자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분야에서 줄곧 소외된 디자이너의 역할을 강조하고 인식을 전환하고자 ‘ESG 경영’을 ‘ESG 디자인 경영’으로 명명했으니 이를 눈여겨보면 좋겠다.

국내 디자인 산업을 돌아볼 때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무엇인가?

결과 중심이던 산업 형태가 과정 중심으로 바뀐 것이다. 예전에는 철저히 생산적 관점에서 디자인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참여 디자이너, 프로세스 그리고 결과물에 고루 집중한다. ‘얼마나 팔릴 것인가’에서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는가’로 사고의 전환이 이루어진 듯하다. 이는 사용자에 대한 이해가 달라졌기 때문이기도 한데 이러한 변화 역시 디자인 산업에서 주목해야 할 큰 축이라고 생각한다.

공공 영역에서 디자인의 역할 또한 커지고 있다.

그렇다. 그간 디자인이 아름다운 형태와 비율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디자인, 사람을 위한 디자인이 요구되는 시대다. 미래학자들이 예견하기로 디자이너는 없어지지 않는 직종 중 하나라고 한다. 이는 디자이너가 단순히 한 가지 역할에만 머무르지 않고 통합적 통솔자로서 사용자를 배려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디자인 회사들이 점점 개인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계획한 것이 있나?

디자이너가 콘텐츠를 다각화하며 성장할 수 있는 협업 플랫폼을 만들고자 한다. 특히 최근엔 ‘디지털 지구 시대’가 화두인데 메타버스 기반의 융합 테크 디자인 협업 시스템을 구축해 관련 지식과 데이터를 공유한다면 괄목할 만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경력 단절자를 위한 플랫폼도 필요하다. 기존 프로그램은 단순히 재교육을 통해 취업의 발판을 마련하는 데 머물렀지만, 오늘날처럼 융합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에는 이들을 위한 협업 도구가 다양한 산업 분야의 개선, 보완,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 제안 혹은 요청하고 싶은 정책이 있다면?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집을 보면 ‘중소 벤처기업 육성’이 있다. 중견 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지원해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공약인데 여기에 디자인 이야기는 없다. ‘과학 기술 선도 국가’ 공약에서는 100만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언급했는데 여기에도 디자인은 없다. 당선자의 공약 이행을 위해 디자인 분야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많은데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도 명시되어 있지 않다. 디자이너가 필요한 틈새를 찾아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디총의 역할이기도 하다. 특히 현시점에서는 디지털 디자인 전문 인력 양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메타버스 같은 경우 기술 중심으로만 가상 환경을 구축할 때 현실감과 몰입감이 떨어진다. 디자인과의 연계를 강화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좀 더 수준 높은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다. 정책을 넘어 새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디자인청 혹은 대통령 직속 디자인 위원회를 만드는 일이다. 5000년 역사를 가진 한국 문화 콘텐츠를 디자인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연구하는 조직적 힘이 있다면 대한민국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이 밖에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디자인계의 문제가 있다면?

영역 확장과 디자이너의 권리 강화다.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 융합으로의 움직임이 거세다. 디자인 단체뿐 아니라 디자인 방법론에 관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회원사 영입을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간 디자인업계에서 재주 넘는 사람과 돈 버는 사람이 불합리하게 분리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디자인 저작권 법제화를 통해 디자이너, 디자인 기업의 권리 강화에 힘쓰고자 한다.

회장으로서 특히 주력하고자 하는 방향성이 있다면?

다양한 분야와의 협력 그리고 ESG 디자인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 문제시되는 국가 안전 디자인 관련 표준안 및 가이드라인 관련 연구를 진행해 디자인이 국민의 기초적 삶을 돌보는 분야임을 실천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공무원, 기업인 등 사회 지도층을 대상으로 한 디자인 교육 기회도 마련할 것이다. 개인과 단체의 이익 추구를 넘어 사회에 기여하는 선한 디자인을 통해 많은 사람에게 디자인의 필요성과 위상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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