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올해는 7명의 한국 공예가를 포함한 파이널리스트의 작품 30점이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약 한 달간 서울공예박물관을 찾아 눈길을 끈다.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
김민욱 작가의 ‘Instinctive(본능적)’. 수분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팽창하고 수축하는 나무의 특성을 작품에 표현했다.

스페인 럭셔리 브랜드 로에베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너선 앤더슨이 2016년 제정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매년 진취적이고 재능 있는 작가들을 발굴해 현대 공예의 탁월함과 예술성, 독창성을 기린다. 올해는 7명의 한국 공예가를 포함한 파이널리스트의 작품 30점이 7월 1일부터 31일까지 약 한 달간 서울공예박물관을 찾아 눈길을 끈다.

일상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재편되면서 아트 신에서도 버추얼 투어는 물론 NFT 거래, 메타버스 전시 등 다양한 실험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와 정반대 현상도 동시에 일어나는 중이다. 가속화되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반대급부로 손의 흔적을 좇는 공예와 크래프트맨십을 향한 예찬이 이어지고 있는 것. 올해로 5회를 맞이한 로에베 재단 공예상은 이러한 시대정신을 잘 보여준다. 조너선 앤더슨 Jonathan Anderson은 “공예는 로에베의 본질이다. 하나의 하우스로서 우리는 가장 순수한 형태의 공예를 추구한다. 여기에서 우리의 현대성이 발산된다. 또한 언제나 현재성을 가질 것이다”라며 공예에 대한 브랜드의 진지한 성찰과 존경심을 드러냈다.

몽환적인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정소윤 작가의 ‘Someone Is Praying for You(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이번 어워드에는 116개국 작가들의 작품 3100점이 출품된 가운데 11명의 전문가 패널이 심사숙고 끝에 30명의 파이널리스트를 선정했다. 전문가 패널 사무총장 아나수 자발베아스코아Anatxu Zabalbeascoa는 “전 분야의 공예를 망라해 우리가 추구하는 다양성을 확립하고자 했다”며 “가장 수준 높은 공예는 시간을 초월하는 동시에 견고한 뿌리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을 국제적 차원에서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종 선정작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도자 공예, 목 공예, 섬유 공예, 금속 공예를 비롯해 가죽 공예, 바구니 세공, 유리 공예, 장신구와 칠 공예 등 영역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중 핀란드의 공예가 마리안네 후오타리Marianne Huotari는 핀란드 전통 태피스트리 ‘뤼이위ryijy’를 변형한 화병으로 선명한 색상과 독창적인 텍스처를 구현했다. 영국의 케이트 말론Kate Malone은 강렬하고 역동적인 석기 공예 기술로 기하학적 도형을 결합해 독창적인 조형을 완성했다. 또 일본 전통 대나무 바구니 공예 기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다나베 치쿤사이, 곤충의 외골격을 모티프로 핸드 코일링, 버니싱, 스모크- 파이어링smoke-firing 같은 아프리카 토착 전통 기법을 활용한 남아공 작가 마도다 파니Madoda Fani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이번 어워드에서 두드러진 또 하나의 특징은 한국 공예가들의 약진이다. 물론 이전에도 어워드에서 한국 공예가들의 이름을 찾는 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2017년 첫 회에 도예가 배세진이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된 것을 시작으로 정해조, 장연순, 김준용, 고희승, 김혜정, 이지용 등이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지난해 파이널리스트인 이지용 작가는 올해 조혜영 큐레이터와 함께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은 런던 디자인 뮤지엄, 도쿄 소게츠 재단, 파리 장식미술관에 전시되어 화제가 됐다(파리 전시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VR 전시로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새롭게 개관한 서울공예박물관에서 상승 기류를 탄 한국 공예의 정점을 엿볼 수 있다. 30점의 최종 후보작 중 김준수, 김민욱, 정다혜, 정명택, 정소윤, 정용진, 허상욱 등 무려 7명의 한국 공예가 작품이 포함되었다. 예술, 디자인, 그리고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브랜드를 확장해온 로에베의 탁월한 안목과 시간의 지층을 뚫고 현대와 전통의 융합을 꾀한 현대 공예가들이 집결된 현장에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 서민경 기자 자료 제공 로에베 재단

분청 기법의 대가 허상욱의 ‘Vessel with Plantain Surface Decoration(파초가 그려진 화병)’. 표면에 은을 입혀 은은한 광택을 연출했다.

〈2022 로에베 재단 공예상〉전
기간 7월 1~31일
장소 서울공예박물관, craftmuseum.seoul.go.kr
참여 작가 안딜레 다알반Andile Dyalvane 외 29명
craftprize.loew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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