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37×엑사원 아틀리에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

LG생활건강의 코즈메틱 브랜드 숨37과 생성형 AI 창작 플랫폼 LG 엑사원 아틀리에가 만났다. AI와 협력해 브랜드 콘셉트를 시각화한 디자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숨37×엑사원 아틀리에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
숨37 ‘워터-풀’ 라인 리뉴얼 패키지 디자인. 브랜드 콘셉트에 맞게 LG의 초거대 AI 엑사원 아틀리에로 생성한 작품을 적용했다. 토너, 에멀션, 젤 크림, 에센스, 미스트, 폼 클렌저 총 6종의 스킨케어 제품으로 구성됐다.

인간이 AI의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생성형 AI를 둘러싼 세세한 의견은 엇갈릴 수밖에 없지만, 이 기술의 궁극적 목적이 인간의 삶을 이롭게 만드는 데 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을 것이다. LG의 초거대 AI 모델인 엑사원 역시 인간 전문가를 돕고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엑사원EXAONE’은 EXpert AI for everyONE의 약자로, 언어의 맥락을 이해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학습하는 것은 물론 언어, 이미지, 영상까지 다룰 수 있는 멀티모달multimodal 능력을 갖춰 텍스트 입력 기반의 이미지 생성을 넘어 이용자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표현해주는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도구라도 이를 사용하는 창작자의 의사 결정 없이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

LG생활건강의 숨37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도 인간이 AI의 작품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번 프로젝트 숨37 디자인을 담당한 LG 디자인센터 한민정 책임 디자이너는 “숨37은 시즌마다 다양한 아티스트와 협업한 패키지를 선보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느껴지는 한계를 극복하고자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던 중 엑사원을 적용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브랜드 디자인 콘셉트를 시각화해 핵심 가치를 전하는 동시에 디자인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다. 그렇게 탄생한 ‘워터-풀’ 리뉴얼 라인 패키지는 대자연과의 호흡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심해 이미지로 표현한 것이 특징. 엑사원은 디자이너가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해 충실한 조력자가 되어준다. LG생활건강 디자인센터 Lux크리에이티브 1팀은 이를 재구성하고 미세하게 조정해 디자인을 다듬어나갔다. 크리에이티브 디자인 플랫폼과 디자이너의 협업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디자이너 여현진, 한민정, 이혜진, 천은휘(디자인센터 Lux크리에이티브1팀) 유영복(디자인센터 뷰티 크리에이티브 부문) 이병주(디자인센터장)
마케터 김민지(Lux숨 마케팅팀)
LG AI연구원 안병휘(AI Project Dev. Team), 이시행(Vision Lab)

“아티스트가 AI를 잘 활용한다면 더 확장된 예술의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심해의 신비로운 이미지를 표현한 엑사원 아틀리에의 작품. 이를 패키지에 적용해 제품의 수분감과 보습력을 강조했다.

Interview with

LG생활건강 디자인센터 숨37 책임 디자이너
한민정

LG생활건강 디자인센터 숨37 디자이너
이혜진

AI에 제시한 입력어를 통해 다양한 결괏값이 나왔을 것 같다. 제품 디자인 콘셉트에 맞춰 어떤 프롬프트를 입력했나?
‘대자연과의 호흡’이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중심으로 수분 라인인 ‘워터-풀’의 심해 이미지를 전하고자 했다. ‘Hidden Ocean’이라는 키워드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바닷속 풍경을 AI가 상상해서 그려낼 수 있도록 키워드를 입력했다. 이를테면 ‘an abstract painting of deep blue sea with mysterious sea plants’와 같은 문구를 다양하게 변형하면서 결과물을 얻어냈다.

AI가 제안한 제품을 디자이너들이 재구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작품 선별 기준은 무엇이었나?
AI는 입력어를 넣을 때마다 수십, 수백 장의 아트워크를 만들어낸다. 다양한 아트워크 중에서 숨37 ‘워터-풀’ 라인의 콘셉트 및 색감과 가장 어울리는 이미지를 선별하고 그중에서도 사람이 만들어내기 어려워 보이는 이미지를 선정했다. AI가 생성하는 이미지는 평면이고 패키지는 입체로 만들기 때문에 패키지를 제작했을 때 시각적으로 가장 보기 좋은 형태로 재구성했다.

퍼즐식으로 여닫을 수 있는 패키지 구조와 100%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 점도 인상적이다.
기존의 플라스틱 성형을 없애고 세트 구성품에 각기 다른 아트워크를 적용해 AI가 생성한 이미지를 다양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전체 세트 외관에는 다양한 패턴이 크고 작은 타공을 통해 포인트로 보여지게끔 의도했으며 패키지를 오픈했을 때 아름답고 추상적인 형태의 바다가 드러나도록 설계했다. 패키지 소재로는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한 종이와 상품에 부여하는 국제 인증인 ‘FSC 인증’을 받은 종이를 활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콩기름 인쇄로 폐기 시 쉽게 분해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도 패키지 디자인에 생성형 AI를 활용할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직접 생성형 AI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창작의 영역을 빼앗긴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사용해보니 AI가 사람의 창조적인 능력을 넓혀주는 도구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상의 세계는 무한해서 AI와 사람의 세계가 겹치기란 쉽지 않을 것 같다. 실제로 같은 제시어를 입력해도 AI 역시 입력할 때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를 생성해낸다. 아티스트가 AI를 잘 활용한다면 더 확장된 예술의 세계관을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숨37 패키지 디자인 프로젝트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여전히 엑사원 아틀리에를 활용하고 있다. 사람처럼 AI도 계속해서 학습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사용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작품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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