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2023: 사물화된 소리, 신체화된 문자〉
주제어는 ‘타이포그래피와 소리’. 내년 가을에 개최될 〈타이포잔치 2023: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이하 〈타이포잔치 2023〉)의 트레일러와도 같은 〈사이사이〉는 3일간 열린 강연과 워크숍과 공연을 통해 문자로 소리에 가닿으려는 활동을 소개했다.
그래픽 디자이너라면 ‘타이포잔치’ 행사를 통해 시간의 무서운 속도를 실감할지도 모른다. 어느덧 가을이 찾아왔고, 그 입구에는 언제나 타이포잔치가 있다. 지난 9월 2일부터 4일까지 〈타이포잔치 사이사이 2022- 2023〉(이하 〈사이사이〉)가 열렸다. 주제어는 ‘타이포그래피와 소리’. 내년 가을에 개최될 〈타이포잔치 2023: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이하 〈타이포잔치 2023〉)의 트레일러와도 같은 〈사이사이〉는 3일간 열린 강연과 워크숍과 공연을 통해 문자로 소리에 가닿으려는 활동을 소개했다. 서체 디자이너, 그래픽 디자이너뿐 아니라 시인, 성우, 뮤지션들이 행사에 참여해 문자를 둘러싸고 있는 소리의 영역을 깨닫게 했다. 첫날의 강연을 맡은 글 쓰는 디자이너 알렉스 발지우Alex Balgiu는 글자에 꼭 맞는 몸, 즉 소리를 탐구하는 과정을 보여줬다. 강연장을 한가득 채운 책과 인쇄물은 구체시(concrete poetry), 소리 시(sound poetry), 시각 시(visual poetry)로 가득찬 타이포그래피적 합창단이기도 했다. 가령 볼드와 이탤릭 처리가 혼합된 문장을 한 번에 읽어야 한다면 어떻게 소리 내야 할까? 아무 의미도 없는 단어, 예를 들어 고양이끼리의 대화를 기록한다면 어떤 서체로 쓰고 싶은가? 그동안 글자가 의미를 담은 기호였다면 알렉스 발지우가 보여주는 세계에서는 오로지 형태만을 고려해 원초적인 소리를 뜻하는 음표에 가까웠다. 음악 비평가 신예슬의 강연에도 이러한 지점이 있었다. 음악의 음표는 소리 없는 기호이지만, 분명 소리를 가리킨다. 그렇다면 악보를 읽는 일은 노래를 부르는 일일까? 기호를 읽는 일일까? 기호로만 여겨지던 문장부호 또한 소리를 가득 내포하고 있었다. 〈사이사이〉의 마지막 프로그램 ‘문장 부호 이어 말하기’에서는 물음표와 느낌표가 찍힌 각각의 문장은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되고, 말줄임표는 성가시다고 여겨지는 소리를 음 소거 처리하기도 하며, 음악가는 가사에 문장 부호를 찍어 노래를 만들어냈 다. 〈사이사이〉가 가져다준 질문, 가득 생겨나는 물음표는 어쩌면 다음 〈타이포잔치 2023〉으로 이어지는 연결 부호일지도 모르겠다.
포스터 디자인 프론트도어,
studio_frontdoor
사진 글림워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