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둥지를 튼 까르띠에 메종 청담이 지난 10월 기나긴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까르띠에 메종 청담 레노베이션
2008년 아시아 최초로 서울에 둥지를 튼 까르띠에 메종 청담이 지난 10월 기나긴 레노베이션을 마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빛과 투명성, 개방감을 바탕으로 한국적 미감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환대의 공간이 이번 레노베이션 디자인의 핵심이다.
최근 등장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는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의 정수를 체험하고 문화를 즐기는 공간으로 진화 중이다. 각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 백화점 대신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는 이유도 그곳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얼마 전 레노베이션을 마친 까르띠에 메종 청담은 하이엔드 주얼리와 시계에 대한 최근의 높아진 관심과 함께 한국적 미학이 돋보이는 아름다운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20여 년째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이어오고 있는 모이나르 베타유Moinard Bétaille 건축사무소는 프랑스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브루노 모이나르Bruno Moinard와 클레르 베타유 Claire Bétaille가 이끌고 있는데 이번 까르띠에 메종 청담 프로젝트에도 이름을 올렸다. 프랑스의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존중하고 협업하는 태도는 까르띠에 메종의 장점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똑같은 디자인의 부티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러한 브랜드의 지향점을 증명한다. 2008년 서울에 문을 열었을 때는 보자기를 연상시키는 외관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번 레노베이션에서 건축가는 서울의 고유한 산수를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다. 고층 건물이 만들어내는 스카이라인 사이로 북악산, 북한산, 남산, 이름 모를 둔덕이 그리는 능선은 다른 도시에서 찾아볼 수 없는 서울만의 아름다움이기 때문이다. 공간에 들어서면 부드러운 곡선이 공간 전체를 휘감는 가운데 한옥 문살, 창호, 보자기, 국내 공예가들의 오브제 등 한국적 모티프가 곳곳에 녹아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열린 구조로 설계한 반투명 파사드는 건물 전체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자연광이 실내를 황금빛으로 물들여 황홀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자아낸다.
시릴 비네론Cyrille Vigneron 까르띠에 CEO·회장 “서울의 빛나는 아름다움은 그 다양성을 통해 드러나며, 까르띠에 역시 어디에서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까르띠에 메종에는 세계를 여행하며 관찰하고 영감을 얻어 세상의 모습을 재창조한 까르띠에 형제의 비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까르띠에와 마찬가지로, 크리에이터의 도시인 서울 역시 고유의 정신을 고수하면서도 그 자체의 유산을 새롭게 재해석해 선보인다. 옛것에서 새로운 것을 창조해 다른 이들에게 영감을 주는 살아 있는 유산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까르띠에 메종 청담의 레노베이션은 디자인과 라인의 긴장감, 기하학 등을 통해 서울의 독창성을 포착하고 새롭게 발전시키고자 까르띠에가 쏟은 노력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개방적인 파사드를 지나 입장하는 순간, 까르띠에의 유산과 독창성이 깃든 작품으로 공간이 자연스럽게 인도할 것이다.”
‘The Culture of Design’을 콘셉트로 한 1층은 환대와 상상으로 가득 찬 만남의 장소다. 까르띠에의 상징인 팬더가 경복궁 향원정 연못을 유유자적하게 바라보고 있는 부조를 설치한 포커스 월을 중심으로 주변 벽면에 흩날리는 매화잎을 새겨 넣어 고아한 정취를 자아낸다. 한쪽 벽면을 서울의 산자락을 표현한 물결치는 선으로 가득 채웠고, 향원정 연못에 핀 연꽃과 까르띠에 주얼리의 플라워 모티프 컬렉션에서 영감을 얻은 크리스털 샹들리에로 우아함을 더했다. 이와 함께 레노베이션을 기념해 오리지널 베누아 워치를 변주해 자개 다이얼과 다이아몬드 베젤 세팅으로 고급스러움을 강조한 ‘베누아 메종 청담 익스클루시브 에디션’ 30피스를 한정판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소나무와 팬더를 모던하게 표현한 2층 포커스 월.
브라이덜과 맨즈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2층은 ‘How far would you go for love’라는 테마로 채워졌다. 추상적인 패턴의 소나무와 팬더가 어우러진 푸른색 포커스 월이 시선을 끄는데 동서양의 만남을 고전적으로 표현한 1층과 달리 강렬하고 모던한 매력을 발산한다. 지하 1층 ‘까르띠에 아 라 원’은 컬렉션을 자유롭게 선보이는 팝업 공간, 3층은 하이 주얼리를 전시한 공간이다. 한편 까르띠에 메종 청담의 하이라이트는 ‘라 레지당스’로, 4층과 5층을 개방해 층고를 높였다. 보이드 공간의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골드 컬러로 그러데이션된 태피스트리가 천장에서 바닥까지 길게 드리워져 있어 탁 트인 개방감과 아늑함을 동시에 선사한다. 이곳에서는 프랑스 살롱처럼 문화와 예술을 테마로 한 다양한 퍼블릭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김쎄라 까르띠에 코리아 사장 “새로운 까르띠에 메종 청담은 서울이라는 크리에이터들의 도시에 대한 까르띠에만의 헌사이자 화답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까르띠에 메종 청담의 역사는 ‘하이 주얼리’의 역사와 동의어다. 까르띠에는 2016년 한국적 요소를 한층 더해 리뉴얼을 진행했다. 그리고 올해, 서울의 동시대적 감각에 대한 까르띠에의 찬사를 담은 메종 청담을 오픈해 감회가 새롭다.”
첫 프로그램은 10월 6일부터 11월 6일까지 열리는 ‘까르띠에 메종 청담 오프닝 익스피리언스’로 네이버 예약을 통해 신청 가능하다. 근사한 전시 공간으로 변신한 이곳에서 진귀한 까르띠에 컬렉션 피스 3점을 만날 수 있다. 바로 1973년에 제작한 ‘팬더 브로치’와 1903년에 공개한 플래티넘과 다이아몬드로 장식한 ‘두 개의 양치식물 브로치’, 마지막으로 단 30점만 존재하는 ‘곤충 비오니크 브로치’다. 고대 이집트에서 부활과 불멸의 상징이었던 풍뎅이를 모델로 한 ‘곤충 비오니크 브로치’는 1999년 12월 밀레니엄 컬렉션으로 출시된 바 있다. 전기회로 기판을 형상화한 패턴으로 장식한 날개가 특징으로, 모던과 혁신, 디지털 시대, 일상과 기술, 자연과 인공, 고대 문명과 미래 비전의 의미가 담겨 있다. 이와 함께 까르띠에 메종과 오랜 시간 협업하며 인하우스 글립틱 공방을 운영해온 파인 주얼러이자 장인, 메트르 다르Maitre d’art가 소개하는 ‘아트 오브 글립틱Arts of Glyptics’ 섹션도 한편에 마련되어 있다. 기묘한 컬러와 패턴이 특징인 진귀한 스톤이 조각 과정을 거쳐 까르띠에 주얼리로 완성되는 과정을 스케치와 영상, 작은 피스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환대’라는 키워드와 한국성을 재해석한 독창적인 디자인, 수준 높은 문화 프로그램으로 무장한 이번 까르띠에 메종 청담의 레노베이션은 청담동 일대에 지각변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