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윈도 프로젝트

에르메스가 ‘가벼움의 미학’을 주제로 10월 13일부터 12월 14일까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무대 미술가 여신동과 협업한 스페셜 윈도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윈도 프로젝트

에르메스가 ‘가벼움의 미학’을 주제로 10월 13일부터 12월 14일까지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무대 미술가 여신동과 협업한 스페셜 윈도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자전거를 타고 하늘로 향해 가는 모습을 에르메스 홈 오브제로 구현했다.

시즌마다 바뀌는 에르메스의 윈도 디스플레이는 단순히 제품을 진열하거나 구매욕을 자극하는 수준을 넘어 다채로운 상상력으로 가득 찬 예술의 경지에 올라선 지 오래다. 이곳에서는 매년 새롭게 제시되는 주제를 어떻게 재해석해 한정된 공간에 펼칠 것인지를 고민하는 전 세계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진검 승부가 펼쳐진다. 에르메스는 윈도 디스플레이에 참가하는 크리에이터들을 대륙별로 초청해 워크숍을 여는데, 주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함께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교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은 크리에이터 입장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에서는 잭슨홍, 아티스트 컬렉티브 길종상가가 수년째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를 도맡아 매력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얼마 전에는 에르메스 현대백화점 판교점이 문을 열면서 최재은 작가가 판유리를 쌓아 올려 만든 전시대 위에 떠 있는 듯한 오브제 디스플레이로 주제를 변주하기도 했다. 이번에 에르메스가 무대 미술가 여신동 감독과 함께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에서 선보인 스페셜 윈도 디스플레이도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연극계에서 10여 년간 무대 미술 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그는 프로덕션 디자이너, 연출가, 시노그래퍼로 영역을 넓히며 활약 중이다. 2017년 봄 시즌을 기점으로 주요 백화점의 에르메스 매장 윈도 디스플레이를 여러 번 맡았던 그는 올해의 주제를 ‘I can be anything to you(나는 당신에게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라는 디스플레이 테마로 재해석했다. 여신동 감독이 위트를 가미해 완성한 이번 스페셜 윈도 디스플레이는 빛과 그림자를 활용해 드라마틱한 장면을 연출했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여신동
무대 미술가
“ 윈도가 연극 무대라면 에르메스 홈 오브제는 배우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다.”

‘가벼움의 미학’이라는 주제에서 떠오르는 것이 있었나?

에르메스의 올해 주제 ‘가벼움의 미학’은 요즘 내가 무대 미술에서 추구하는 철학과 맞닿아 있어 재미있게 풀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무대에 뭔가를 자꾸 채워서 화려하게 보여주려고 했지만, 이제는 주인공인 배우가 가장 도드라질 수 있도록 미술적 요소를 덜어내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윈도가 연극 무대라면 에르메스 홈 오브제는 배우 역할을 하는 주인공이라는 데서 영감을 얻어 이번 디스플레이를 구상했다.

디스플레이 테마인 ‘I can be anything to you’는 어떤 의미인가?

주인공인 에르메스 홈 오브제가 관객에게 건네는 메시지다. 오브제 스스로 다양한 가능성을 찾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그 이면에는 사용자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 녹아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상상을 한껏 펼쳐내고자 오브제를 조합했을 때 만들어지는 그림자에서 말과 마차, 자전거 등의 형상이 나타나도록 했다.

실존하는 인물을 미니어처로 제작해 소품으로 활용했다. 왼쪽에서 세 번째 미니어처는 여신동 감독 본인이다.
역동적인 그림자 형상을 만들어내기 위해 벽면의 여백을 살리고 조명을 활용한 점이 눈에 띈다.

예전부터 연극 무대에서 극적인 효과를 위해 조명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번에도 다양한 그림자를 연출하고자 빛을 활용하기로 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건물 외벽에 자연광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는 것이었다. 주변 건물로 인해 입구 전면에 그늘이 많이 지는 것을 관찰하고 인공 조명을 과감하게 활용해 좌우로 마주 보고 있는 말 형상의 그림자를 만들어냈다. 한편 도산공원을 향하는 건물의 측면부는 직사광선이 내리쬐는 위치로 평소에도 무척 밝기 때문에 인공 조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이에 자연광을 적극 활용해 오브제를 통해 자전거를 탄 사람의 모습을 한 그림자가 벽면에 나타나도록 디자인했다.

에르메스 홈 오브제 주변에 사람 미니어처를 배치했는데 실존하는 인물인가?

모두 나와 함께 일하는 배우들이다. 생동감을 살리기 위해 이들을 3D 스캐너로 촬영한 다음 3D 프린터로 출력했다. 그중에는 드라마 〈슈룹〉에 출현한 배우 우정원도 있으니 찾아보길 바란다.(웃음) 모두들 재미난 포즈를 취해줘서 3D 스캔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나중에 한 명이 모자라서 나도 미니어처로 참여했다.

에르메스 스카프 제품 위에서 미니어처가 점프하듯이 상하로 움직이는 디스플레이.
작업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

‘가벼움의 미학’을 표현하기 위해 무중력 상태로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고자 오브제를 고정하는 선을 모두 숨겼다. 각 제품이 워낙 고가이다 보니 긴장의 연속이었다.(웃음) 설치하기 전 수차례 3D 시뮬레이션을 하더라도 현장에서는 늘 변수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조명 각도와 밝기에 따라 원하는 그림자가 표현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오래 걸려 밤을 꼬박 새우면서 설치했다.

윈도 디스플레이가 무대 미술과 다른 매력이 있다면 무엇인가?

에르메스 윈도 디스플레이의 목적은 단지 구매욕을 자극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고객들을 위한 예술 서비스에 가깝다. 백화점 매장이 아닌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라는 장소 특성상 거리를 오가는 이들 누구나 감상할 수 있기에 이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 더욱 특별한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글 서민경 기자 사진 김상태
자료 제공 에르메스, her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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