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와 긍정의 리듬으로 일하는 디자이너들, 비밥디자인스튜디오
2015년 설립한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
2015년 설립한 제품 디자인 스튜디오. 정수헌은 티그Teague 독일 뮌헨 지사에서 2년간 제품 디자이너로 일했다. 박리치는 영국 카디프 메트로폴리탄 대학교에서 디자인 리서치 석사과정을 마친 뒤 독일 뮌헨의 삼성마스터디자인스튜디오에서 일했다. 삼성전자 제품 디자이너 출신인 강병욱은 2020년 합류했다. 현재 스튜디오 규모는 14명. 샌프란시스코에 지사 설립을 준비 중이다. bebopdesign.co
1940년대에 탄생한 재즈 음악의 한 장르 ‘비밥bebop’. 비밥디자인스튜디오의 공동 대표 강병욱, 정수헌, 박리치는 단지 어감이 좋다는 이유로 이 단어를 선택했다지만 이들의 디자인은 비밥 특유의 자유로움과 닮았다. 사디SADI에서 프로덕트 디자인을 공부하며 만난 세 사람은 재학 시절부터 졸업 후 함께 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할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스튜디오 운영에는 학교에서 배운 것 이상의 노하우가 필요한 법. 따라서 훗날을 기약하고 각자 업계와 학계에서 경험과 지식을 쌓은 뒤 2015년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비밥디자인스튜디오의 특징 중 하나는 포트폴리오 대부분이 테크 스타트업 제품이라는 점이다. 이는 첫 프로젝트와도 관계있다. 이들의 첫 클라이언트는 흥미롭게도 루마니아의 1인 스타트업이었다. 웹사이트에 올린 학창 시절 작업물을 보고 연락한 클라이언트는 보조 배터리 디자인을 요청했다. 이에 열정적으로 임했고, 결과물은 훌륭했다.
이후 테크 기기 관련 기업으로부터 연이어 의뢰가 들어오면서 영국, 독일, 캐나다, 미국 실리콘밸리 등으로 클라이언트가 확대되었다. 여느 국내 디자인 스튜디오와 달리 초기에는 오히려 해외 프로젝트가 많았고 이후 국내 스타트업이나 대기업과도 일하게 됐다. 이들은 스타트업과 일할 때 기획부터 양산까지 전 과정을 함께하며 깊은 파트너십을 공유한다. 제품 스타트업 이스케이프 랩의 차량용 비상 탈출 망치 ‘오브제머’와 제타뱅크의 인포메이션 로봇이 대표적이다. 2020년 아시아 디자인 프라이즈 위너, 2021년 핀업 디자인 어워드 금상을 수상한 오브제머는 탈출용 망치를 차량 인테리어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숨겨놓는다는 데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비밥디자인스튜디오는 망치를 아름다운 오브제로 디자인해 눈에 잘 띄는 곳에 비치하도록 유도했다. 인포메이션 로봇은 인공지능 자율 주행 모듈 기술을 보유한 제타뱅크가 상용화와 대중화를 위한 디자인을 의뢰해 시작했다. 대중에게 친근한 로봇을 만들려면 감성을 강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한 디자이너는 곡선을 살린 외형과 차분하고 부드러운 색감으로 인테리어와의 조화에 주력했다.
최근 세 대표는 일하는 방식을 실험하고 자유로운 기업 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애쓰고 있다. 일례로 최고의 결과물 도출에만 집중하기 위해 모든 자유가 보장되는 완전 자율 출근 제도를 시행 중인데, 야근과 철야가 일상이었던 과거 디자인 전문 회사의 패턴을 생각해보면 고무적인 일이다. “저희 가치관은 일할 때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에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일해야 좋은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이들은 가구, 뷰티 산업 등의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미국 지사 설립 계획을 갖고 있다. 현재 박리치 대표가 실리콘밸리에서 설립을 준비 중이며, 추후 현지 디자이너와 한국에서 파견한 디자이너들이 함께 일하며 특유의 조직 문화를 미국에도 이식할 예정이다. 글 박종우 기자
자신을 표현하는 단어 세 가지
공감, 긍정, 자유.
지난해 날 설레게 한 디자인
김기강, 김성래, 김안나, 김연수, 박철수, 신예진, 여재원, 이수현, 이진욱, 이현정의 디자인. 모두 비밥디자인스튜디오 멤버들이다.
올해 꼭 만나고 싶은 클라이언트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의 모든 브랜드.
자신과 직결되어 있다고 보는 사회적 이슈
취향과 개성의 다양화.
지난해 소비 중 가장 만족하는 것
목업 재료 보관함으로 사용 중인 헤이Hay의 빨래 바구니.
디자이너를 건강하게 만드는 습관
철들지 않는 것.
새해 계획
재밌고 새로운 이벤트를 많이 만드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