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셉트는 백의민족…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단복 디자인한 무신사 스탠다드 인터뷰 ①

기세를 보여주는 단복 디자인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국가대표 단복 콘셉트는 ‘백의민족’이다. 따뜻한 미색 컬러뿐 아니라 데님 소재의 재킷과 바지로 구성된 단복 형태도 눈에 띄었다. 현재의 단복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 프로젝트를 담당한 무신사 스탠다드의 김지훈 맨즈디자인팀 디자이너, 이나래 마케팅팀장을 만났다.

콘셉트는 백의민족…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단복 디자인한 무신사 스탠다드 인터뷰 ①

지난 9월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이 열렸다. 선수와 지도자를 포함해 천여 명이 참석한 결단식 현장은 마치 하얀색 물결이 일렁이는 듯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국가대표 단복 콘셉트가 ‘백의민족白衣民族’이기 때문이다. 따뜻한 미색 컬러뿐 아니라 단복의 형태도 눈에 띄었다. 데님 소재의 재킷과 바지로 구성했는데, 실루엣이 날렵하면서도 편안해 보였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국가대표 단복. 화보 속 인물은 태권도 국가대표 장준 선수다.

이번 단복의 디자인과 제작을 맡은 주체가 무신사 스탠다드musinsa standard다. 대한체육회는 단복을 통해 선수단의 생동감과 젊은 기세를 보여주길 바랐고, 1020 세대의 너른 사랑을 받는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와 협업하게 된다. 현재의 단복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을까? 프로젝트를 담당한 무신사 스탠다드의 김지훈 맨즈디자인팀 디자이너, 이나래 마케팅팀장을 만났다. 이들에게 백의민족이라는 콘셉트를 떠올린 계기부터 곳곳에 반영한 디자인 디테일까지 두루 물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디자인한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단복 구성

Interview 무신사 스탠다드

김지훈 디자이너·이나래 마케팅팀장

단복에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다

곧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과 내년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국가대표 선수단의 개폐회식 단복을 제작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이나래 올해 3월쯤 대한체육회의 제안을 받았다. 단복을 통해 젊고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넣고 싶다는 니즈가 있었다. 아시안게임이 9월에 열린다면 단복 제작은 그에 앞서 이뤄지기 때문에 타임라인이 꽤 타이트했다. 국가를 대표하는 옷을 만드는 일이었기에 신중하게 고민한 후, 참여를 결정했다.

‘단복 디자인’ 프로젝트라고 했을 때, 디자인해야 하는 요소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디자인의 영역 범위가 궁금하다.

김지훈 제한이 있었던 건 아니다. 다만 하나의 착장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우터와 이너, 팬츠는 필수라고 생각했다. 또 그 착장을 돋보이게 하려면 추가적인 아이템이 필요했기에 벨트와 슈즈, 가방과 양말, 키링을 준비했다. 착장의 완성도를 높이려고 노력하는 한편, 젊은 감각을 더하려 했다. 요즘 패션 아이템으로 키링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어 키링을 제작했다.

이나래 디자인 팀에서 ‘선수들이 입장할 때 어떤 모습이라면 가장 좋을까?’를 굉장히 깊이 고민했다. 입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구현했다. 벨트의 모양이나 키링 등은 그 상상의 결과다.

펜싱 국가대표 홍효진 선수가 단복을 착용한 모습

이번 프로젝트에서 꼭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있었다면.

김지훈 대한체육회는 이번 단복을 통해 변화와 젊음 같은 키워드를 보여주고자 했다. 그 니즈를 충족하는 디자인과 더불어, 보다 익숙한 정장 형태의 단복도 준비했었다. 공익적이고 대외적인 프로젝트인 만큼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다행히 초기 프레젠테이션에서 현재 안에 대한 반응이 괜찮았다.

이나래 대회가 끝난 후에도 일상적으로 입을 수 있는 옷이면 더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디자인을 발전시키면서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나.

김지훈 선수들이 주인공이라는 것. 개막식에는 여러 국가의 선수들이 등장하지 않나. 정장을 입은 선수단도 있고 전통 의상을 입은 선수단도 있다. 그 현장에서 우리 선수단이 더 돋보이고 멋있어 보이기를 바랐다.

근대5종 국가대표 전웅태 선수가 단복을 착용한 모습

‘백의민족’을 외치는 새로운 단복 디자인

그렇게 완성한 디자인의 콘셉트를 한 단어로 설명하면 ‘백의민족白衣民族’이라고. 이 콘셉트를 떠올린 이유가 궁금하다.

김지훈 한국이라는 정체성에서 길어 올린 요소를 디자인에 반영하고 싶었다. 컬러라면 오방색이 될 수도 있고, 태극의 붉은색과 청색이 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오방색도 태극의 색도 고유한 상태 그대로일 때가 가장 아름답더라. 그래서 계속 자료를 찾다가 오래된 사진을 봤다. 미색의 옷을 입은 옛사람들이 찍힌 사진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나니 모든 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완성된 컬러 조합을 설명해 달라.

김지훈 순수한 백색과는 또 다른 컬러다. 크림이나 아이보리에 가까운 색이다. 무신사 스탠다드의 기존 제품에도 비슷한 색상이 있지만 완전히 똑같은 색은 없다. 아예 흰색으로 제작할 경우, 입는 사람에게도 보는 사람에게도 좀 부담스러울 거라 생각했다. 상의 이너는 검정색으로 정해 균형을 맞췄다.

백의민족이라는 콘셉트뿐 아니라, 디자인 곳곳에 전통적인 디테일을 반영했다. 어떤 디테일들이 있나?

김지훈 데님 아우터에는 팔작지붕*을 연상시키는 절개 라인을 넣었다. 한옥에서 보이는 건축적 라인을 따서 절개선에 반영했다. 단추와 리벳에는 각각 전통 북 문양과 태극 문양을 넣었다.

* 지붕 위에 까치박공이 달린 삼각형의 벽이 있는 지붕.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팔작지붕에서 영감을 얻은 절개선. 한옥의 지붕을 연상케 한다.
전통 북 문양을 넣은 단추
주머니 끝에 달린 리벳에는 태극 문양을 넣었다.
클로즈업 사진으로 흰색과 아이보리색 사이의 컬러와 소재를 가늠할 수 있다.

수많은 자료와 레퍼런스를 보며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시간이 필요했겠다. 무수한 모티프 중에서도 현재 반영된 요소는 백색, 팔작지붕, 북, 태극 문양 등이다. 이 요소들이 선택된 이유는 무엇인가?

김지훈 디자인 개발 당시 수많은 자료를 모아서 보고 공부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다녀왔다. (웃음) 전통을 해석할 때는 사려 깊게 접근해야 한다. 이미 그 자체로 고유하고 아름다운 것을 어설프게 변형하고 싶지는 않았다. 현대적으로 풀어내더라도 이질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운 멋이 나는 요소들을 차용하려 했다. 팔작지붕의 선처럼 말이다. 또 키링은 노리개에서 착안했는데, ‘노리개’라는 개념은 그대로지만 끈이나 매듭법은 현대적으로 바꾼 것이다.

노리개에서 영감을 얻은 키링. 끈 사이에 끼운 고리는 백마노 원석으로 만든 것이다.
재킷 디테일

단복에는 데님과 시원한 기능성 원단을 사용했다. 소재 선택 시에는 무엇을 고려했나?

김지훈 국제대회에 출전한 각국 선수단의 단복을 많이 봤다. 데님을 입은 선수단도 있었는데, 그들의 기운이 좋아서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항저우 9월 날씨는 습하고 더운 편이라 일반 데님은 적합하지 않을 듯했다. 기능성 원사 쿨맥스COOLMAX®를 혼용한 원단을 사용하는 한편 데님의 두께를 더 얇게 만들었다. 쿨맥스 혼용 원단은 땀을 빠르게 흡수하고 배출하며, 신축성도 좋기 때문에 선수들의 활동이 자유롭다. 원단 후보는 다양했지만 ‘쾌적함’과 ‘활동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이 명확했으므로 선택에 어려움은 없었다.

▼ 인터뷰가 2편으로 이어집니다.

콘셉트는 백의민족… 항저우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단복 디자인한 무신사 스탠다드 인터뷰 (2)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