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디지털 협업 플랫폼, 다쏘시스템 앤 아센시오 부사장

버추얼 트윈,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등을 통해 가상 세계용 협업 플랫폼을 제공하는 다쏘시스템.

더 나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디지털 협업 플랫폼, 다쏘시스템 앤 아센시오 부사장

버추얼 트윈, 3D 익스피리언스 플랫폼 등을 통해 가상 세계용 협업 플랫폼을 제공하는 다쏘시스템. 1981년 설립 이래 자동차, 항공 우주, 조선·해양, 생명과학 등 다양한 영역에 진출했는데, 국내 기업으로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현대중공업 등 2만여 곳을 클라이언트로 보유하고 있다. 디자인코리아 2023 콘퍼런스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앤 아센시오Anne Asensio 부사장은 자사의 플랫폼이 전 지구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조한다고 강조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예술가, 학자들이 지혜를 모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 온라인상에서 원만하게 협업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발하는 것이 다쏘시스템의 일이라는 것이다.

다쏘시스템 합류 전 제너럴 모터스, 르노 등에서 20년간 자동차 디자이너로 일했다.

2008년부터 디자인 익스피리언스 부문 부사장으로 일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이직한 것이 의외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제너럴 모터스에서 선행 디자인 디렉터로 일하던 시절, 다쏘시스템의 베르나르 샬레Bernard Charlès 회장을 만나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당시 나는 디자이너들이 제품 개발의 최종 단계에만 참여하게 되어 결국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고 있었다. 또 당시 디자이너들은 심미적인 부분에만 집중한 나머지 엔지니어와 디자이너가 할 일을 명확히 구분했는데,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이 문제라고 여겼다. 이를 해결하려면 영역을 막론하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모든 구성원이 평등하게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나의 이런 고민을 들은 베르나르 샬레 회장이 다쏘시스템에 합류할 것을 권했고, 디지털 툴이 디자인 과정에서 나의 이상을 실현해줄 수단이라 생각해 이직을 결정했다.

합류 후에는 혁신 전략 팀 ‘디자인스튜디오(DESIGNstudio)’를 설립했다.

다쏘시스템에 들어온 뒤 처음으로 한 일 중 하나였다. 디자이너와 엔지니어가 한 플랫폼에서 협업할 수 있도록 만든 새로운 조직이다. 시범적으로 운영한 결과 작업물도 뛰어났고 구성원들도 만족했다. 그래서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외부로 확장했다. 예술가, 건축가, 인류학자, 사회학자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창작자도 협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세계인이 당면한 전 지구적인 과제를 해결하는 데 다쏘시스템의 플랫폼이 보탬이 되었으면 했다. 또한 2016년부터 ‘디자인 포 라이프Design for Life’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디자이너와 예술가, 혁신가가 모여 사회 혁신 프로젝트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완성된 결과물은 매년 전시 형태로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 발표했다. 대표적으로 2018년에는 건축가 구마 겐고가 대기오염 해결을 위한 공기 정화용 구조물을 선보인 바 있다.

현재는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나?

크게 세 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우선 생물학 관련 리서치 랩을 막 시작했다.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방법에서 생물학이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프로젝트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참여 인원 규모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환자를 돌보는 방법도 연구하고 있다. 프랑스 뮤지션들과 협업해 메타버스상에서 환자의 감성적인 부분을 치유할 음악을 만드는 중이다. 또 식재료 재배부터 식탁에 오기까지의 과정, 이른바 ‘팜투테이블’ 자체를 새롭게 디자인해 인간과 자연 모두 건강할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이다.

다쏘시스템처럼 가상 세계로 진출한 기업이 최근 몇 년간 급속도로 늘어났다. 이들과 구분되는 다쏘시스템만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우선 다쏘시스템은 기술 서비스 기업이 아니라 과학 기반의 회사라고 강조하고 싶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서비스를 판매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아니다. 우리는 과학 기술을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려고 노력 하는 기업이다. 그렇기 때문에 협업할 고객사를 선정할 때도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중요하게 고려한다.

최근 주목하는 현상이 있다면?

산업적으로 규모에 개의치 않는 경제 활동이 급부상하는 현상을 주목하고 있다. 큰 자본금 없이 데이터와 디자인, 기술 등 무형의 자원만 이용해도 고객의 니즈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또 다른 현상으로는 디지털 트윈의 적용이다. 앞으로는 산업적 영역 외에도 의료의 접근성, 빈곤, 고령화 등 인류가 당면한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자질이란 무엇이라 생각하나?

디자이너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주변을 관찰하며 무언가를 더 배우고자 하는 호기심을 지녔다는 것, 그 호기심을 바탕으로 무엇이든 직접 만들겠다는 마음을 가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자질 외에도 앞으로는 정해진 프로세스를 탈피하고 실험하는 태도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엇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지혜, 자기 성찰을 통해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는 일의 중요성도 점차 부각될 것이다.

글 박종우 기자 인물 사진 이기태 기자
장소 협조 다쏘시스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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