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최고의 베스트셀링 디자이너 스테파노 조반노니

플라스틱의 마술사, 이탈리아 최고의 베스트셀링 디자이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카피된 의자 봄보(Bobmo)의 디자이너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르는 스테파노 조반노니(Stefano Giovannoni). 아이스크림부터 가구, 주방, 전자 제품, 자동차, 건축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그는 대표적인 전천후 디자이너이다.

이탈리아 최고의 베스트셀링 디자이너 스테파노 조반노니
스테파노 조반노니와 무라노 베니티 체어 (Murano Vanity Chair)
마지스(Magis)의 무라노 베니티 체어는 유리처럼 투명하고 우아한 가치를 담은 의자이다. 154년 전에 나온 토넷(Thonet)의 No.14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 익숙한 형태를 그대로 차용하면서 현대적인 미학과 실용성을 가미하는 것은 조반노니가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다.

플라스틱의 마술사, 이탈리아 최고의 베스트셀링 디자이너,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카피된 의자 봄보(Bobmo)의 디자이너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르는 스테파노 조반노니(Stefano Giovannoni). 아이스크림부터 가구, 주방, 전자 제품, 자동차, 건축 등 다양한 영역을 넘나드는 그는 대표적인 전천후 디자이너이다. 스테파노 조반노니라는 이름을 알지 못할지라도 그의 제품(혹은 복제품)만큼은 익숙하게 느껴질 정도. 시각적인 유희성이 돋보이는 작품과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이 가장 좋은 디자인’이라는 언행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그를 유희성을 좇는 형태주의 혹은 상업성만 중시하는 물질주의(materialism)적인 디자이너로 오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가까이 그의 작품과 저변에 깔린 속성을 관찰해본다면, 그가 얼마나 이성적이고 진지하게 디자인을 대하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조반노니의 디자인에는 재료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대중의 심리, 시장성에 대한 통찰이 담겨져 있으며, 유희적인 외양과 가벼워 보이는 유머조차도 사실 내구성과 실용성이라는 기반 위에 덧입힌 것이다. 이탈리아 디자인의 전성시대를 이끌던 에토레 소트사스(Ettore Sottsass), 안드레아 브란치(Andrea Branzi), 마시모 모로치(Massimo Morozzi) 등이 강연하고 수학한 피렌체 폴리테크니코 대학(Politecnico di Milano) 건축과 출신인 조반노니는 이성적인 미니멀리스트 레모 부티(Remo Buti)에게 사사했으며 10년간 같은 대학에서 강의를 했을 만큼 학구적이다. 그는 에토레 소트사스의 휴머니즘과 레모 부티의 미니멀리즘에 영향을 받았으며, 그 위에 독창적인 창의성과 팝아트적인 유머를 곁들여 자신만의 디자인 세계를 구축해나갔다. 질 들뢰즈 (Gilles Deleuze), 가타리(Guattari) 등 프랑스 철학자들의 욕망과 감각 이론을 즐겨 읽는데, 특히 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의 <소비와 사회>는 건축학도였던 그를 디자인으로 이끄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조반노니는 디자인을 일종의 커뮤니케이션으로 바라본다. “지금껏 디자인하면서 가장 염두에 두고 중점을 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다. 내 작품이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 속에 내재하고 있는 선호 이미지와 교감하고, 새로운 감성과 감각을 통해 대중에게 팔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길 때 나는 디자인을 시작한다”라는 발언은 그의 디자인 철학을 잘 드러낸다. 그에게 잘 팔리는 디자인이란 더 많은 대중과 소통하는 디자인을 의미한다. 그의 이런 태도는 수많은 베스트셀러 디자인을 만들어냈으며 기업의 성공은 물론 자신의 명성을 쌓는 데도 기여했다. 알레시(Alessi)의 지로톤도(Girotondo: 우리나라의 강강술래 같은 이탈리아 놀이) 시리즈는 이런 그의 말을 대변한다. 귀도 벤투리니(Guido Venturini)와 함께 디자인 그룹 ‘킹콩’으로 활동하던 1989년에 선보인 이 접시는 알레시의 기업 방향을 바꿀 만큼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로톤도를 출시하기 이전에도 알레시는 수준 높은 디자인으로 유명했지만 필립 스탁의 주이시 살리프(Juicy Salif) 같은 제품에서 알 수 있듯이 지나치게 오브제적 성격이 강해 무겁고 실용성이 떨어졌으며 제작 단가가 높아 소비자 가격 또한 높았다. 조반노니는 알레시의 CEO 알베르토 알레시(Alberto Alessi)에게 예술적 취향이 높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도 좋아할 만한 제품을 생산하자고 제안했고, 실험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낀 알레시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조반노니는 제작 공정을 단순화시켜 생산 비용과 시장 가격을 낮추는 한편 사용성이 좋은 제품에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선호하는 이미지를 적용했다. 그리고 출시와 동시에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사람들이 손을 잡고 둥글게 원을 만든 형태의 이 접시는 성별이나 문화에 관계없이 폭넓은 사랑을 받았다. 일 년 판매 예상 개수였던 5000개를 가볍게 뛰어넘어 그 10배인 5만 개를 판매한 것. 24년이 지난 지금 지로톤도는 70개가 넘는 패밀리군으로 발전했으며, 알레시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이후에도 알레시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여 1990년대에 혁신적인 플라스틱 주방 제품군을 선보였는데 그 결과 조반노니는 ‘플라스틱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알레시는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다. 또 전자 제품, 욕실 가구 등 다양한 사업군에 도전하고 기업을 확장해 이 둘은 연이어 큰 성공을 거두며 함께 성장해왔다. 그가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인 이유는 바로 시장과 비즈니스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 때문이다. 역사적 측면에서 카시나(Cassina), 카펠리니(Cappellini), 카르텔(Kartell)에 비해 수십 년 뒤처져 있던 후발 업체 마지스(Magis)는 1996년 조반노니가 디자인한 봄보 체어를 통해 단숨에 유명 브랜드로 성장했다. 봄보는 17년이 지난 지금도 스툴 의자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며 대표적인 베스트셀러로 판매되고 있다. 조반노니는 마지스의 아트 디렉터로 활약하며 부스 디자인, 제품 개발, 디자이너 선정에 참여했고 회사의 아이덴티티를 만드는 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매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통해 수많은 스타 디자이너와 신제품이 배출되지만 사실 그 중 상당수는 판매에 있어서는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 일이 많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대비되는 이유는 아무리 창의적이고 유명한 디자이너일지라도 시장과 비즈니스 이해력까지 겸비한 경우가 드물기 때문. 반면 시장 상황과 기업의 비전을 놀라운 통찰력으로 간파하고 대중이 원하는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스테파노 조반노니는 든든한 구원 투수이자 불황일수록 빛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중국의 세 도시에 스튜디오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 자신의 디자인을 자체 생산하는 사업가가 되는 비전도 품고 있다고 하니 앞으로 그의 이름 앞에 또 어떤 수식어를 달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 여미영, 자료 제공: 스테파노 조반노니, 담당: 최명환 기자

평소에 이탈리아식 비즈니스 모델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신에게 이탈리아 디자인이란 무엇이며 다른 문화와는 어떤 차이가 있나?

이탈리아에서 디자인은 역사이고 전통이다. 이탈리아 디자인은 건축가를 중심으로 이성적으로 발전해왔다는 특수성이 있으며 프로세스상에도 독특한 특징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종종 해외 클라이언트와 프로세스와 디자인에 대한 인식 차이로 마찰을 겪는 경우가 있다. 디자인 프로세스는 크게 ‘이탈리아식 비즈니스 모델’과 ‘미국식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전자가 디자인을 ‘정신’이자 ‘본질’로 본다면, 후자는 디자인을 ‘스타일’이나 ‘트렌드’로 이해한다. 미국식 모델에 익숙한 미국이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디자인을 일종의 장식으로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태도는 매우 위험하다. 디자인이란 커뮤니케이션, 기술, 마케팅 등 다양한 측면의 이해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복합적이고 혁신적인 작업이다. 선도적인 미국 기업 애플이나 3M 등은 일찍부터 이탈리아식 비즈니스 모델을 받아들여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여왔다. 초기에는 이런 방식이 특히 대량생산 시장에서는 R&D 비용 부담이 크고 개발 기간이 더 든다는 이유로 간과되어왔으나, 최근에는 선도적인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변화하고 혁신적인 제품들을 선보이는 것 같아 반갑다.

당신은 비즈니스 감각이 탁월한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많이 팔리는 디자인이 좋은 디자인이라고도 주장하는 당신의 철학을 들려달라.

디자인은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디자이너는 화가나 조각가처럼 작가 자신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고 이들을 만족시켜야 한다. 물질만능주의를 예찬하는 것이 아니다. 소비라는 것은 결국 대중의 관심과 필요를 충족시켰다는 것을 증명하는 구체적 행위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이 팔렸다는 것은 곧 그 제품이 존재 의미가 있음을 증명한다. 판매율은 어떤 디자인 상보다 명확한 지표다. 팔리지 않는 디자인은 낭비고, 다른 것으로 얼마든지 대체될 수 있다는 의미이기에 실패라고 생각한다.

만인에게 사랑받는 디자인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또 당신의 창의력의 원천이 무엇인지도 궁금하다.

다양한 사람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요소를 활용해 디자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것은 제품으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기능성에 충실한 다음에 고려할 사항이다. 어릴 때 어머니가 인테리어 사업을 하셔서 집에서 늘 건축자재를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화가인 삼촌에겐 드로잉을 배웠다. 생각해보면 가족의 영향이 큰 것 같다. 보통 아이디어는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른다. 음악을 감상하거나 요리를 할 때, 운전할 때, 잠들기 전에, 낚시나 여행 중에, 때로는 클라이언트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순간적으로 영감이 떠오른다. 다른 분야 사람들과의 대화 역시 새로운 영감을 준다.

플라스틱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당신에게 플라스틱 소재의 매력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플라스틱 외에는 어떤 소재를 선호하는가?

플라스틱의 최고의 매력은 자유로움에 있다. 어떤 형태와 색상으로도 구현이 가능한 플라스틱은 기술의 진보와 더불어 나날이 강력해지고 다채로워지고 있다. 이것은 나무나 철 같은 전통적인 소재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또 저렴한 가격 덕분에 소비자들과 제조업자들을 충족시키며 제작 속도가 빨라 소비자들과 신속하게 만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에는 플라스틱을 주로 활용했지만 최근에는 알루미늄, 철, 세라믹 등의 소재를 많이 활용한다. 플라스틱에 이런 소재를 접목시켜 고급화시키기도 한다.

한국 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했고 컨퍼런스에도 여러 번 강연자로 참석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06년 WDL(Woman DesignerLeadership) 국제 디자인 컨퍼런스로 처음 방문한 이후 한샘, 삼성, 아모레퍼시픽, 파리바게트 등과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강연의 기회도 있었다. 매번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부터 매우 역동적이고 열정이 가득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업들도 탁월한 기술력을 갖고 있고, 업무 진행을 할 때 의사 표현도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명확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수월했다. 기간이 늘 촉박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말이다.(웃음) 그래도 늘 유쾌했고, 한국에 갈 때마다 편안한 느낌이 든다. 10월에는 해럴드 경제 포럼에 연사로 초청되어 방문할 예정인데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30대 초반 디자인 그룹 킹콩(King Kong)의 멤버로 활동하던 시절의 모습.
최근엔 중국에 스튜디오 준비를 하고 있다고 들었다.

사실 유럽의 디자인 시장은 많이 줄어들었다. 경제 위기 이후 위축된 경향도 있고, 이미 이 시장이 발달될 만큼 발달되었기 때문에 개선할 여지가 많지 않다. 많은 이탈리아 기업들도 경기 불황 이후 디자인 투자에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아시아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디자인에 대한 관심 역시 매우 높다. 낯선 지역에 새로운 스튜디오를 설립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위험이 따르겠지만 이미 중국은 OEM을 통해 함께 일해온 공장이 많이 있고 현지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고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생산을 위한 지리적 이점으로 중국을 선택했다.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가 있는가?

원래 전공이 건축이었던 만큼 다양한 건축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 요트를 타고 낚시를 즐기는 것이 낙이기 때문에 배와 요트 디자인에도 꼭 도전해보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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