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정의하는 미래의 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현대자동차는 최근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여러 일을 추진해왔지만 보다 확실한 변화를 이룬 일종의 ‘사건’에 대해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시점은 2018년이다. 2018년 8월,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의 운전대를 넘겨 잡은 정의선 총괄수석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책 한 권을 권하고 진지한 물음을 던졌다.

현대자동차가 정의하는 미래의 일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워크 디자인에 대한 고민은 개인뿐 아니라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최근 미래의 일에 대해 고민하며 존재 이유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졌고,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 업의 정의를 재구축했다. 그 변화의 결과물이 지금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설치한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하이차저.

좋은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 변화 CES 2020에서 현대자동차는 우버와 손잡고 하늘길 개척에 나선다는 프로젝트를 깜짝 발표했다. 한 단계 발전한 수소 전기차나 자율 주행 기술을 선보일 줄 알았는데 ‘달리는 차 위에 나는 차’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만큼 독보적인 행보였다. 수년 전과 비교해 달라진 것은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반응이다. ‘자동차 회사가 자동차나 잘 만들지’라는 반응 대신 고개를 끄덕이며 어느새 기대감을 표한다. 이런 반응은 수년간 현대자동차가 변화된 모습을 보여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도대체 그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현대자동차는 최근 새로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여러 일을 추진해왔지만 보다 확실한 변화를 이룬 일종의 ‘사건’에 대해 현대자동차 임직원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시점은 2018년이다. 2018년 8월,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의 운전대를 넘겨 잡은 정의선 총괄수석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책 한 권을 권하고 진지한 물음을 던졌다. 피터 드러커와의 문답을 정리한 〈최고의 질문〉에 나오는 첫 물음은 ‘왜, 그리고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로, 적절한 타이밍에 리더가 던진 질문 하나가 미래에 현대자동차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재정의한 계기가 되었다. 좋은 디자인은 좋은 질문에서 나오듯, ‘21세기에 차만 만들어 존재할 수 있느냐’와 같은 질문에 대해 답을 찾는 과정이 존재했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순간은 승승장구하기보다 위기에 봉착하거나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 찾아온다. 누구나 손안에 콤팩트한 컴퓨터를 소유하게 되면서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디지털화를 선언하게 된 변화의 물결 속에서 가장 위기감을 맞은 분야가 자동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직의 리더가 던진 질문을 두고 수개월간 치열하게 논의한 끝에 현대자동차는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서의 혁신을 선언했다. 모빌리티 관련 업체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자동차 제조를 넘어 모든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업의 존재 이유를 휴머니티 실현에서 찾았다. 고민 끝에 다다른 곳은 선대 회장 때부터 지금까지 내려온 현대자동차의 DNA였다. ‘인간을 향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로 브랜드 비전을 재정립하고 나니, 생각하는 방식과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모든 사안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다시 질문하게 만들고 이것이 대내외로 드러나는 현대자동차의 새로운 면모를 이끌었다. 크리에이티브웍스실의 지성원 상무는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질문이 주효했다고 말한다. “어떤 프로젝트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변화시킬까를 생각하면 잘해야 ‘진화’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이것을 왜 만드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다.”

로봇과 자율 주행 비행기의 공통점
설 연휴 극장가와 TV, 포털 사이트를 통해 상영된 2분 분량의 다큐멘터리 광고가 화제를 모았다. 10년 전 자동차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으나 좌절하지 않고 양궁 선수로서 새로운 꿈을 향해 나아가는 장애인 양궁 국가대표 박준범 선수의 이야기를 현대자동차가 리얼 다큐 형식으로 제작한 영상이다. 영상에서 박준범 선수가 착용한 것은 현대자동차가 개발한 웨어러블 로보틱스의 하나로, 보행이 불편한 고령자나 하반신 마비 환자가 걷거나 계단을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의료용 착용 로봇(H-MEX)이다. 생후 15개월에 첫 걸음마를 뗐던 그의 어린 시절과 사고 후 10년 만에 두 번째 걸음마를 걷게 된 영상이 겹쳐지며 깊은 울림을 준다. 크리에이티브웍스실에서 진행한 이번 캠페인 영상은 현대자동차가 모빌리티의 한계를 넘어 ‘인간을 위한 기술’에 집중하는 브랜드임을 전달하기 위해 계획했다. 2탄으로 선보일 로보틱스는 윗보기 작업용 착용 로봇(H-VEX)으로 몸을 뒤로 젖힌 채 팔을 들고 일해야 하는 작업자의 힘을 보조해주는 로봇이다. 작업자가 팔을 올리면 최대 60kg가량의 힘을 더해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2019년 초 로봇·인공지능 분야를 5대 미래 성장 분야 중 하나로 선정한 현대자동차는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로보틱스팀을 신설한 바 있다. 로보틱스랩 현동진 실장은 현대자동차가 왜 로봇을 만드는지에 대한 답을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만드는 웨어러블 로보틱스의 기술이 조금 더 발전하면 장애를 가진 사람이 보는 세상이 좀 더 넓어질 수 있다. H-VEX의 경우는 현재 현대자동차 북미 공장에서 사용하고 있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정교함이 있기 때문에 작업자가 여전히 필요한데 육체적으로 힘든 부분을 로봇이 대신하면 인간은 장인 정신을 발휘할 여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제약을 내일을 사는 사람들이 조금 덜 갖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에서 로보틱스 사업이 시작되었다.” 한편 CES 2020에서 미래 도시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공개한 현대자동차는 세 가지 새로운 모빌리티 시스템으로 UAM(Urban Air Mobility), PBV(Purpose Built Vehicle), Hub를 제시했다. UAM은 도심 항공을 날아다니는 자율 주행 비행기다. 이 비행기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한 개념이 자율 주행 셔틀인 PBV, 비행기와 셔틀이 만나는 환승 거점인 Hub다. 2019년 현대디자인센터 산하에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을 신설한 현대자동차는 이 조직을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디자인이 아닌 새로운 모빌리티 디자인을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난해 9월에는 UAM사업부를 구축하며 미국 항공우주국 출신 항공 전문가 신재원 박사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번에 선보인 PBV와 Hub는 현대디자인이노베이션실 내 미래상품디자인팀이 맡았다. 현대디자인센터 이상엽 전무는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UAM-Hub-PBV로 이어지는 에코 시스템과 모빌리티를 개인 맞춤형의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제안한 것이라 말한다. “자율 주행 셔틀은 목적지로 이동하는 동안 개인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이는 공장에서 완성 차 한 대가 조립되어 나오는 것과 다르게 차량의 상부와 하부를 분리 생산하는 방식을 적용했다. 바닥 면이 평평하여 ‘스케이트 보드’ 콘셉트라 칭하는 차량 하부는 목적에 따라 전장을 4m에서 최대 6m까지 주문 생산할 수 있고 하부 길이에 맞도록 상부의 모듈을 조립할 수 있는 모듈러 시스템 디자인을 적용했다. 파트너십을 맺는 서비스에 따라 자율 주행으로 이동하는 카페, 상점, 호텔, 병원 등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동 시간의 혁신적인 단축을 가능하게 하는 비행기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기능하는 자율 주행 셔틀, 비행기와 셔틀이 만나는 복합 환승 거점은 현대자동차가 그리는 미래 모빌리티 라이프이자 새롭게 정의한 모빌리티 서비스 기업으로서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다. 현대자동차가 생각하는 모빌리티는 단순히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의 이동이 아닌, 현재의 삶을 가치 있는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과 사람을 연결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글 김만나 기자

“현대자동차는 생각하는 방식과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사옥 환경에 접목 중이다.”

2020년 1월부터 글로벌 홈페이지 개편, 다큐멘터리 광고 론칭 등 새로운 소식이 많다.

(지성원) 개인에게 자신의 일을 돌아보는 시점이 오듯 기업도 마찬가지다. 현대자동차는 업의 정의를 다시 생각한 바 있고 그 결과물로 이런 변화가 일어났다. 미래 비전을 재정립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결론에 도달하고 나니 우리의 일이 명쾌해졌고 정말 순식간에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휴머니티의 실천이 현대자동차가 존재하는 이유이고, 모빌리티의 자유를 통해 개개인에게 가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의 일이라 정의했다. 현대자동차의 로보틱스 사업과 다큐멘터리 광고 모두 이 맥락 속에 있다.

현대자동차의 웨어러블 로보틱스 캠페인 중 박준범 선수가 등장하는 광고.
외부에 보여지는 모습 외에도 오피스 환경과 내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서 변화가 크다고.

(지성원) 예를 들어 광고 한 편을 제작하면, 여느 대기업에서는 영화 시사회처럼 음향 시설이 잘 갖춰진 곳에서 상영하고 확인하지만 우리는 더 이상 그렇게 하지 않는다. 최고 책임자까지 제작된 광고를 메신저나 이메일로 확인하는 것이 전부다. 실제로 영상을 접하는 이들을 생각하면,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니까 그것만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내부에서 프로젝트 의사 결정을 할 때도 PPT 보고를 하지 않는 것이 보편화되었다. (김주미) 현대자동차가 아직 딱딱하고 보수적일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 많겠지만, 변화한 사옥 환경을 보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유연 근무제와 변화하는 업무 방식에 맞춰 자율 좌석제를 도입하는 등 사무 환경이 바뀌어가고 있으며 전사 직원이 캐주얼 복장을 한 지는 1년이 넘었다. 자율출근제가 진행 중이고 회사 내에 반려견을 키우는 1인 가구가 많아 최근 반려견과 회사에서 함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직장 내에 보육 시설을 갖추는 것과 다르지 않은 개념에서 본 것이다.

크리에이티브웍스실에서 글로벌 홈페이지(worldwide. hyundai.com) 개편을 진행했다. 자동차가 거의 등장하지 않아 업계에서 화제다.

(지성원) 꽤 오랜 시간 준비한 프로젝트이긴 하지만 기존과 전혀 다른 형태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회사에서도 공감하고 응원해줘서 전격 결정이 되었다. 기존 자동차업계의 전통적인 웹사이트 제작 방식으로부터 탈피하는 것이 핵심으로, 사용자들로부터 얻은 데이터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흥미롭고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를 선보일 생각이다. 모빌리티뿐 아니라 밀라노 디자인 위크, 패션 디자이너와 협업한 콘텐츠 등 변화된 현대자동차의 모습을 감각적인 비주얼로 소개하고, 새로운 미디어 유형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스내커블snackable한 포맷을 활용했다.

‘어떻게’가 아닌 ‘왜’라는 질문이 혁신을 이끌어냈다고 답했는데, 이것이 주효했던 크리에이티브웍스실의 최근 프로젝트를 꼽는다면?

(김주미)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 설치한 초급속 충전기인 ‘하이차저’를 꼽을 수 있다. 전기차를 충전해본 사람은 알지만, 전기차 충전 케이블은 냉각수가 들어 있어 일반 케이블보다 무겁다. 여성이나 노인이 홀로 충전하기에 만만치 않은 무게인데 초고속으로 충전이 가능하니 그 정도 고생은 감안하라는 생각으로 나온 디자인이 지금까지의 전기차 충전기였다면, 이번엔 아예 접근을 달리했다. 기존 충전기보다 더 심플하고 매끈하게 디자인하려 했다면 이런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충전구가 차의 전면, 측면 어디에 있든지 이 방향에 맞춰 자동으로 케이블이 회전하고 내려와 손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손쉽게 충전을 예약하고 결제할 수 있도록 했다. (지성원) 현대자동차는 60여 년간 이동 수단으로 자동차를 만들어왔는데, 이제 ‘이동의 자유’를 위한 모빌리티를 만드는 것으로 개념을 확장하니 할 일이 더욱 명확해졌다. 귀찮고 힘들었던 충전 시간 또한 개개인에게 가치 있는 시간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된 것이고, 하이차저와 같은 결과물이 나왔다.

2020년, 현대자동차의 수소 전기차 캠페인 계획을 말해준다면?

(김주미) 지금은 경쟁 자동차 브랜드와의 네트워킹도 중요한 시대다. 아우디와 수소 특허 기술에 관한 협약을 맺어 우리의 수소 전지를 판매하고 있다. 수소 에너지를 자동차뿐 아니라 항공과 선박 등 다른 이동 수단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수소 트럭을 이미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는 현대자동차가 그간 노력해온 수소 관련 기술을 사람들에게 친근한 방식으로 알리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것이다. 베를린과 LA, 베이징 등의 도시에 수소 전기차를 배치해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1~2년에 걸친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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