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고 난 뒤에도 행동하게 하는 전시, 〈Hit the Ball, Hit the Action〉
국제앰네스티와 가구디자이너 소목장세미가 함께 선보인 이 전시는 6개의 미니 골프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골인 지점을 향해 공을 치는 행위를 통해 관람자는 곧 참가자가 된다. 전시 제목이 〈Hit the Ball, Hit the Action〉인 이유다.
“실수를 만회할 두 번째 기회는 없는 건가요?” 사촌을 지키려다 실수로 일어난 사고 때문에 변호사도 없이 15살의 나이로 교수형을 선고받은 남수단의 마가이를 알게 된 건 한 전시에서였다. 국제앰네스티와 가구디자이너 소목장세미가 함께 선보인 이 전시는 6개의 미니 골프 트랙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각의 골인 지점을 향해 공을 치는 행위를 통해 관람자는 곧 참가자가
된다. 전시 제목이 〈Hit the Ball, Hit the Action〉인 이유다.
〈Hit the Ball, Hit the Action〉은 국제앰네스티가 매년 세계인권선언의 날을 맞아 개최해온 ‘편지 쓰기 캠페인(Write for Rights)’의 일환으로 기획했다. 장애물을 피해 목표 지점에 공을 집어넣기란 결코 쉽지 않다. 무엇보다 이 게임을 즐기기 위해선 각 트랙에 숨겨진 이야기를 알아야 하는데 모두가 인권 위기에 처한 ‘유스(Youth)’의 사연을 담고 있다. 이란 정부의 강제 히잡 착용법에 저항하는 평화 시위를 하거나, 강에 수은을 방류한 기업을 규탄하는 등 올바르고 정의로운 일을 하려다 인권을 침해당한 이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6개의 트랙을 모두 돌고 나면 7번 트랙에서 사용했던 골프공에 핸드 프린터로 메시지를 각인한 뒤 대형 편지함 속으로 보낼 수 있다. 그 공에 ‘연대’라고 써봤다. 그냥 전시 하나를 봤을 뿐인데, 체험형 전시라고 해서 공 몇 번 쳤을 뿐인데 그 액션이 나를 ‘행동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전시 총감독을 맡은 소목장세미의 유혜미는 “하나의 답이나 메시지를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각 사례에 대해 사람들이 함께 이야기해보게 만드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그의 말대로 남수단 마가이의 질문(사형 제도)에 대해 생각해봤다. 전시가 끝난 뒤엔 마지막으로 받은 영수증의 QR 코드를 찍어 탄원도 해봤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지금, “실수를 만회할 두 번째 기회는 없는 건가요?”라는 마가이의 질문에 대답할 준비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