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프로그램의 타이틀 디자인 아카이브

KBS 디자이너 김지혜는 그간의 타이틀 디자인을 인스타그램에 아카이빙하며 KBS 프로그램 브랜딩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KBS 프로그램의 타이틀 디자인 아카이브

유튜브와 각종 스트리밍 플랫폼으로 인해 TV 전성시대는 옛말이 되었다 해도 여전히 방송국은 건재하다. 이미 종영된 방송 프로그램이 유튜브를 통해 다시 인기를 끌기도 한다. KBS 디자이너 김지혜는 그간의 타이틀 디자인을 인스타그램에 아카이빙하며 KBS 프로그램 브랜딩의 과거와 현재 이야기를 기록하고 있다.

계정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선배들의 디자인을 되짚어보며 공부하자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으로 이를 공유하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보고, 그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하게 된다.

지금 방송국 내에서 프로그램 타이틀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어떤가?

프로그램 내용의 구성안이 나오면 콘셉트와 중심이 될 만한 이미지, 컬러에 대한 견해를 조율한다. 이를 토대로 디자인팀 내부에서 시안을 만들고, 제작진과 회의를 거쳐 결정한다. 확정된 타이틀 디자인은 웹 제작팀, 자막 CG팀, 홍보팀에 전달되고 포스터 제작과 오프닝 CG 제작을 한 번 더 거친다. 타이틀의 글자 수는 적지만, 여러 사람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아카이빙한 로고 중 직접 디자인한 것도 있나?

1984년 첫 방송을 시작한 〈연예가중계〉 타이틀 리디자인이다. 방송 시작 35년 만에 시도한 것으로, 선배들의 디자인에 손대는 게 부담스럽긴 했지만 회사의 대표 장수 프로그램의 간판을 다시 만든다는 점에서 굉장한 의미가 있었다. 시안을 100개는 만들었다 싶을 정도로 많은 고민을 하고, 에너지를 들였다. 〈6시 내 고향〉〈아침마당〉〈걸어서 세계 속으로〉도 마찬가지다.

프로그램 타이틀을 아카이빙하며 발견한 재미가 있다면?

방송 타이틀 디자인으로 시대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뮤직뱅크〉의 타이틀 디자인만 봐도 변화한 시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1980년대에는 컴퓨터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디자이너 대부분이 손수 모눈종이에 디자인 작업을 했다. 음악 프로그램인 〈젊음의 행진〉이나 〈가족 오락관〉 타이틀의 다소 어색한 기울기나 자간이 오히려 인간적으로 느껴지던 시기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방송 타이틀 디자이 전문화됐다. 〈예술극장〉이나 〈TV는 사랑을 싣고〉처럼 장식도 많아지고 프로그램을 대표하는 아이콘이나 캐릭터를 추가하기도 했다.

방송국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이 아니더라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지고 있다. 방송국 소속 디자이너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종편 방송사가 많이 생겨났던 2011년이 떠오른다. 공영방송보다 제약이 덜했기 때문에 좀 더 도전적이고 자극적인 프로그램이 많았고, 채널과 프로그램 수가 급격히 늘어나며 방송사 이미지와 브랜딩에 더욱 큰 역할이 요구되었다. 방송사에서 별도로 브랜딩팀을 두기 시작한 것도 이때로, 타이틀 디자인이 굉장히 발전했던 시기이기도 하다. 현재도 프로그램 타이틀 디자인은 웹용으로도 번안되며 다양한 시청자를 고려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또 새로운 디자인이 시작됐던 시기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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