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디자인 전략을 만든다, 울프 올린스
울프 올린스(Wolff Olins)는 ‘보이는 전략(strategy made visible)’을 모토로 지난 47년간 ‘비주얼 전략’을 정의하고 실천해온 디자인 기업이다.
‘디자인 전략’이라는 말처럼 어렵고 애매한 말도 없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울프 올린스(Wolff Olins)는 ‘보이는 전략(strategy made visible)’을 모토로 지난 47년간 ‘비주얼 전략’을 정의하고 실천해온 디자인 기업이다. 이들은 로고와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을 생각한다. 울프 올린스를 케이스 스터디하라.
자신이 한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좋지 않다면? 그것도 비난 일색일뿐더러 한술 더 떠 그 디자인에 충격을 받고 쓰러지는 사태까지 일어난다면? 2012년 런던 올림픽 로고를 두고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울프 올린스가 디자인한 이 로고는 여론 조사 결과 80%가 비호감을 표시했고 ‘시각 재난’, ‘시각 테러’라는 원색적 단어까지 등장하며 집중 포화를 맞았다.2012년 런던 올림픽 로고의 사이키델릭한 색상과 효과, 이른바 뉴 레이브 스타일(new rave style) 때문에 이 로고가 담긴 영상을 보던 사람이 ‘감광성 발작’을 일으키며 쓰러졌다. 극심한 논란과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는 끝내 이 로고를 지켜냈고 5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여론도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끔찍한 로고라고 비난하는 디자이너도 많았지만, 옹호하는 디자이너도 점차 늘어났다.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이프유쿠드(If You Could)의 알렉스 벡(Alex Bec)과 윌 허드슨(Will Hudson)은 이 로고에 대해 영국 최고의 디자인 화두라며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로고 프로젝트를 지휘한 칼 하이젤먼(Karl Heiselman) 울프 올린스 대표는 “우리는 이 로고가 대중의 인기를 얻기보다 충격을 주길 원했다. 대담한 시도였고 우리가 의도한 바였다”라고 단호히 말한다. 하이젤먼은 “올림픽은 세계적으로 점점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올림픽에 더 많은 세계인이 참여하게 하는 일이 런던의 ‘영국스러움’을 알리는 것이나 스포츠 정신을 홍보하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배경을 설명한다. 그의 목표는 파격적인 올림픽 로고를 통해 전 세계인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참여를 유도하겠다는 당찬 것이었다. 그것은 다소의 논란은 감수하겠다는 ‘뻔뻔함’이었다. 또 다분히 전략적 판단이었다는 이야기이며 어쩌면 현실적으로 ‘눈에 익으면 좋아진다’는 경험도 반영된 것 같다.또한 새롭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울프 올린스의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자존심을 보여준 예라고도 할 수 있다.
울프 올린스는 1965년 디자이너 마이클 울프(Michael Wolff )와 광고 전문가 월리 올린스(Wally Olins)가 공동 창업한 회사로 애플 레코드, 폭스바겐, 프랑스 통신 기업 오랑주(Orange), GE 등의 기업 브랜딩과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며 성장했다. 울프 올린스는 이처럼 단순한 시각 결과물을 디자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략과 브랜드 경험을 창출하면서 상업적 성공과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성공까지도 이끌어냈다. 이것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말이 바로 ‘보이는 전략(strategy made visible)’이다. 앞서 논란이 되었던 런던 올림픽의 예도 충분한 전략이 뒷받침되었기에 결국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울프 올린스가 진행한 또 하나의 도발적인 프로젝트는 레드(RED)다. 레드는 U2의 보노(Bono)와 유명 변호사인 바비 슈라이버(Bobby Shriver)가 아프리카의 에이즈 문제를 돕는 캠페인으로 애플, 델, 갭, 나이키, 스타벅스 등의 유명 브랜드가 참여한 프로젝트이다. 레드는 750만 명이 참여하고 1억 7000만 달러를 모금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캠페인은 브랜드의 일부 제품에 ‘레드’를 입힘으로써 붉은색이 온 세상에 퍼지는 만큼 에이즈가 사라진다는 시각적 언어를 담고 있다. 처음에는 ‘모금 캠페인’에 붉은색이 웬 말인가 싶다가도 그 내용을 알고 나면 수긍이 가고 더 강력한 힘을 느끼게 된다.전략이 뒷받침된 비주얼의 힘이다. 또한 울프 올린스의 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