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세계를 담은 그림 서체, 엔씨 타입 플레이

엔씨소프트는 조규형과 협업한 타입 플레이를 통해 즐거움이 담긴 글자의 세계를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게임의 세계를 담은 그림 서체, 엔씨 타입 플레이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모티브로 디자인한 타입 플레이. 그림 서체를 이용해 흥미로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온라인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가 공개되고 있다. 그중 지난 10월 눈에 띄는 온라인 전시가 열렸다. 엔씨소프트의 온라인 전시 〈엔씨 타입 플레이NC Type Play〉다. 게임을 하나의 언어로 보자는 엔씨소프트의 시도로, 디자이너 조규형이 게임 속 요소를 재해석해 폰트 ‘타입 플레이’를 디자인하고 배포한 것이다. 타입 플레이는 그가 2011년, 2016년에 선보인 그림 서체 프로젝트를 연상시킨다. 알파벳에 해당하는 글자를 그림으로 완성한 것으로 이번에는 대·소문자 로마자로 이루어진 레귤러와 레벨업 두 가지 타입과 숫자, 특수 기호 등을 디자인했다. 물론 그림의 모티브는 게임 속 캐릭터다. 총 150개 글자에서는 그의 위트 있는 관찰이 돋보이고, 익살스러운 표현 역시 인상적이다. 엔씨소프트는 이렇게 완성한 폰트를 누구나 다운로드해 사용할 수 있도록 배포하고, 사용자가 이 폰트를 활용해 일종의 놀이를 할 수 있게 온라인 전시를 열었다. 이는 엔씨소프트가 게임 콘텐츠로 새로운 놀이 경험을 제안하기 위해 기획한 ‘엔씨플레이NC Play’의 첫 번째 프로젝트다. 코로나19가 심화되지 않았더라면 실제 공간에서 전시를 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다양한 이벤트를 벌일 계획이었지만 불가피하게 오프라인 전시 대신 온라인 공간을 통해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전시를 소개하는 맵이 화면을 장식한다. 온라인 공간을 마치 물리적인 장소처럼 구성하고자 2개 층으로 나뉜 지도로 안내하고 있다. 타입 플레이를 직접 타이핑해볼 수 있는 상층부에는 폰트를 다운로드하고, 폰트가 적용된 아이템을 볼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이렇게 2층은 사용에 대한 공간으로 마련했다면 아래층은 타입 플레이를 만들기 시작한 이유부터 과정, 그리고 폰트의 각 스토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으로 구분 지었다. 폰트는 각각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상세하게 나와 있는데, 게임 사용자가 아니더라도 폰트 속 캐릭터와 캐릭터 간의 관계를 알아볼 수 있어 흥미롭다. 특히 레귤러 타입과 레벨업 타입을 비교해볼 수 있는 점은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 콘셉트를 잘 보여주는 부분이다. 예컨대 레벨업 타입은 레귤러 타입이 진화한 버전으로, 게임 속 몬스터인 ‘월드보스’와 두 전사를 대치시켜 레귤러 알파벳 A의 형상을 완성했다면, 레벨업 타입에서는 갑작스럽게 월드보스에게 공격을 당한 한 전사와 이를 막아낸 전사의 모습을 조합해 게임처럼 액션이 벌어지는 상황을 묘사했다. 기존의 많은 기업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강화하기 위해 전용 서체를 만들고 이를 배포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의 폰트는 그 전형에서 벗어난 모습이다. 기업의 정체성을 이미지보다는 즐거움을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역할로 녹여낸 결과다. 또 폰트를 엔씨소프트의 게임과는 전혀 다른 인상으로 디자인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엔씨소프트는 조규형 디자이너에게 폰트 디자인에 대해 “엔씨소프트의 게임에서 콘셉트를 도출하지만 엔씨소프트 게임 이미지와는 달랐으면 좋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이는 엔씨소프트의 세계를 한층 더 확장하기 위해 전형적인 이미지가 아닌, 전혀 다른 분위기와 인상으로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은 일종의 세계이자 전에 없던 세상이다. 엔씨소프트는 조규형과 협업한 타입 플레이를 통해 즐거움이 담긴 글자의 세계를 새로운 이미지로 만들어냈다.

조규형
스튜디오 워드 대표
“획일적으로 느껴지는 게임 그래픽에서 이미지의 확장을 시도했다는 점이 특별했다.”

프로젝트 과정은 어떻게 진행했나?

두 달 반 동안 진행했다. 보름간 엔씨소프트의 게임에 대해 리서치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각물을 수집하고 게임에 관한 영상과 사용자들이 찍은 스크린샷, 커뮤니티의 반응 등을 살펴보면서 스토리를 이해했다. 게임 사용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한발 물러선 관찰자로서 이야기를 재해석할 수 있었다. 나머지 두 달 동안은 캐릭터를 그렸다. 실제 적용된 캐릭터의 3배 정도 되는 양을 그렸는데 우선 알파벳에 적용할 캐릭터를 고르고, 그려놓은 그림 중에서 적절한 포즈, 인상 등에 따라 소환해 완성하는 식이었다.

레귤러 타입과 레벨업 타입은 어떤 차이가 있나?

레귤러 타입은 알파벳 모양에 충실한 디자인이다. 각각의 캐릭터를 글자 모양에 따라 배치해 실제 폰트로 기능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레벨업 타입은 레귤러 타입에 들어간 캐릭터들의 액션을 가미하고 관계를 만든 것이다. 즉 가독성보다는 이야기가 중심이다.

일반적인 게임 일러스트와 확연히 다른 인상으로 선보였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핸드 드로잉으로 작업하기를 요청받았다. 엔씨소프트 게임 요소를 모티브로 디자인하지만 엔씨소프트처럼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요청이었다. 획일적인 게임 그래픽에서 이미지의 확장을 시도했다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놀이 경험을 위한 취지와도 적합했다. 만약 실제 게임 그래픽 이미지를 적용해 굿즈를 만든다면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핸드 드로잉으로 재해석한 이미지는 사물에 적용했을 때 훨씬 자연스럽게 제작할 수 있다. 실제로 블랭킷, 스티커북, 배지 등을 만들었다.

기존에 진행한 그림 서체 프로젝트에 비해 이번 타입 플레이는 어떤 의미가 있나?

무료로 배포하는 폰트라는 점이 큰 의미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많은 사람이 폰트를 사용해 각자 이미지를 만든 것을 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또한 그림 서체 프로젝트는 나에게는 오랜 친구 같은, 일종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업인데, 이번 협업을 계기로 다시 선보이고 배포할 수 있어 또 다른 기쁨을 느꼈다. 이전과는 달리 클라이언트와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라는 점도 큰 차이다. 엔씨소프트의 게임을 바탕으로 이미지를 만들고, 그들의 제안과 피드백을 토대로 디자인을 발전시키는 것은 개인 프로젝트와는 다른 영감을 줬다. 이러한 협업은 견고한 스토리로 완성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소다.

장재희 디자이너, 오흰샘 팀장, 홍주연 디자이너
엔씨소프트 브랜드 디자인팀
“게임에는 캐릭터의 다양한 움직임과 그에 따른 다채로운 내러티브가 존재한다. 이러한 요소를 그림 언어로 잘 풀어낼 아티스트를 찾던 중 딩벳 아트를 선보였던 조규형 디자이너에게 협업을 제안했다. 사내에서는 평소 엔씨소프트 게임에 관한 디자인 에셋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벡터 형태로 활용할 수 있는 그래픽 세트를 마련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오갔다. 특히 폰트를 통해 배포했다는 점에서도 큰 호응이 있었다. 이번 타입 플레이를 통해 우리가 지향하고 만들어나가고자 하는 ‘플레이’가 어떤 느낌인지 공유할 수 있는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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