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OS를 지향하는 워크 플레이스 집무실

모두가 매일 아침 중심 업무 지구로 향하지 않아도 되며 도시와 지역의 속성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재편될 것이다. 한편 거시적 목표는 ‘도시의 OS를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전한다.

도시의 OS를 지향하는 워크 플레이스 집무실

일하는 방식이 다채로워졌다. 코로나19 이후 더 그렇게 됐다. 재택근무, 자율 근무, 원격 근무가 일반화되었고, 독립적으로 일하거나 본업이 있어도 사이드 잡을 하는 사람이 늘었다. 이렇게 상황이 바뀌니 공간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마땅한 흐름이다. 이 점에서 지난 9월 종로구 정동에 첫 번째 지점을 낸 집무실은 주목할 만하다. 집무실은 비즈니스 네트워킹 플랫폼 로켓펀치와 공간 디자인 스튜디오 엔스파이어의 합작으로 만든 1인 오피스다. 그리고 공유 오피스라기보다는 분산 오피스 쪽에 가깝다. 공유 오피스가 도심의 교통 요지를 중심으로 발달한 거점 공간이라면, 분산 오피스는 도시 곳곳에 위치해 스마트하게 일하기에 최적화된 공간이다. 이게 다 무슨 차이인가 싶다면, 우선 차이가 혁신을 만든다는 것부터 알아두자. 집무실은 ‘집 근처 사무실’을 뜻한다. 홍대, 강남, 종로 같은 중심 업무 지구가 아닌 주거지역을 중심으로 거점을 마련한다. 지금까지 정동, 서울대, 석촌에 지점을 열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평균 2시간 동안 복잡한 왕복 출퇴근길을 뚫고 이동한다니 얼마나 안쓰러운가. 그러나 걸어서 10분 거리에 일하는 곳이 있다면 삶의 질이 달라진다. 로켓펀치의 조민희 대표는 집무실을 ‘온라인 네트워킹 서비스를 오프라인으로 연결한 미래형 비즈니스 라운지’라고 정의한다. 로켓펀치의 커리어 성장과 비즈니스 네트워크 서비스를 오프라인에서 시도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렇게 온·오프라인의 결합으로 집무실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해진다. 우선 집무실은 멤버십으로 운영한다. 그리고 멤버십 전용 애플리케이션이 이용자의 출입 관리를 비롯해 일종의 커뮤니티 메신저 역할을 한다. 여기에는 모든 집무실 이용자의 프로필이 연동되어 있고, 일에 대한 정보와 소식을 서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맥주를 제공하거나 각종 소셜 이벤트를 벌이지 않아도 모바일을 통해 네트워킹이 가능하다. 이렇게 연결되는 온라인 네트워크는 또 다른 커머스와 연계될 가능성이 있다. 역시 테크 스타트업다운 관점이다. 멤버십 이용료는 월 3만 3000원. 하루에 한 시간이 기본으로 제공된다. 더 많이 이용할 경우 추가 비용(시간당 3300원)을 내면 된다. 그렇게 모든 지점을 24시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독립적으로 일하면서 미팅이나 이동이 잦은 사람에게 제격이다. 공간을 채우는 가구는 일하는 사람을 위해 최적화된 3개의 ‘워크 모듈’로 구성했다. 엔스파이어가 디자인한 ‘네스트’, ‘케이브’, ‘하이브’다. IoT 기능을 갖추어 ‘가구 이상’을 지향한다. 3개의 모듈은 이용자의 개성에 따라 골라 마음껏 사용할 수 있다. 카페 같은 열린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은 네스트가, 집중이 필요한 사람은 하이브가, 화상 회의에 참여하는 경우에는 소음 차단 효과가 있는 케이브가 적당하다. 워크 모듈은 모듈이라는 이름답게 이동성에 신경 썼다. 따라서 새로운 지점을 열 때 시공과 동시에 모듈을 제작하면 2주 만에 ‘집무실’을 만들 수 있다. 집무실의 운영 방법 역시 기술 네트워크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100% 무인화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 모바일로 조명을 제어하고 온도와 습도를 조절할 수 있다. 문을 열고 잠그는 일 역시 원격으로 가능하다. 이용자가 24시간 언제든 방문할 수 있게 운영하려면 무인화는 필수다. 현재는 이용자들의 움직임을 학습하는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 이용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분석해 공간이 스스로 환경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이 또한 테크 스타트업다운 전략이다. 2021년은 이래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조민희 대표는 ‘올해 목표는 100호점을 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100호점의 의미는 수도권 사람 대부분이 집 근처에 사무실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모두가 매일 아침 중심 업무 지구로 향하지 않아도 되며 도시와 지역의 속성은 지금과 다른 모습으로 재편될 것이다. 한편 거시적 목표는 ‘도시의 OS를 만드는 것’이라고 자신 있게 전한다. 위워크가 공유 오피스를 시작으로 학교, 집, 도시를 만들 거라 선언하던 때가 떠오른다. 테크 스타트업이 공간을 보는 관점이다.
글 유다미 기자 사진 제공 집무실

집무실 정동점
기획 로켓펀치(대표 조민희), rocketpunch.com
기획 및 공간·워크 모듈 디자인 엔스파이어
(대표 김성민·정형석), enspiregroup.org
조경·식물 디자인 슬로우파마씨(대표 이구름·정우성),
slowpharmacy.com
디자인 협업 큐브 디자인(대표 배승호)
주소 서울시 중구 정동 3-7 성공회빌딩 1층
웹사이트 jibmusil.com
인스타그램 jibmus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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