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구익 분배는 기본 중의 기본, 위 두 낫 워크 얼론 (We Do Not Work Alone)

‘위 두 낫 워크 얼론’은 2016년 파리에서 미술대학을 막 졸업한 친구 셋이 합심해 만든 컬렉티브다.

공정한 구익 분배는 기본 중의 기본, 위 두 낫 워크 얼론 (We Do Not Work Alone)
파리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 마티외 코제Matthieu Cossé와 협업한 자기 세트. ©Claire Israel

‘위 두 낫 워크 얼론’은 2016년 파리에서 미술대학을 막 졸업한 친구 셋이 합심해 만든 컬렉티브다. 팀명은 일본 도예 거장 가와이 간지로의 에세이집에서 따온 것인데 그 이름처럼 함께 일하는 것을 팀의 가장 큰 모토로 삼고 있다. 이는 5년 이상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소르본 대학교에서 미술학을 공부한 아나 클로소브스키Anna Klossowski, 샤를로트 모렐Charlotte Morel 루이즈 그리슬랭Louise Grislain은 졸업 후 각자 현대미술계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갤러리에서 일하고, 프리랜서 큐레이터로 젊은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했으며, 미술 잡지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셋 모두 공통된 고민이 있었다. 미술계의 비정상적인 수익 배분 구조에서 신진 큐레이터들의 몫은 턱없이 부족했다. 무보수로 일하는 것도 관행처럼 여겨졌는데 이런 시스템 안에서 시작한 사회생활은 자연스레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잘못된 굴레를 벗어나고자 의기투합한 것이 ‘위 두 낫 워크 얼론’의 시작이다. 이들은 인정받는 날만 기다리며 무작정 무보수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신진 작가들과 직접 연대해 적극적으로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창출해보기로 했다. 머리를 맞댄 세 사람이 고안해낸 것은 아티스트와 협업해 예술적 감각을 더한 생활용품을 제작,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즉 벽에 걸고 눈으로 감상만 하는 작품 대신 실생활에서 사용 가능한 실용적인 물건을 만드는 것이었다. 위 두 낫 워크 얼론은 대량생산이 아닌 예술과 공예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한정 생산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슬로 공정이 사용자에게 특별한 가치를 느끼게 하리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이다. 예술품 소유가 일부 계층에만 허락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열려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컸다. 엘비르 봉뒤엘Elvire Bonduelle과 협업한 기하학적 형태의 쿠션 ‘레 칼Les Cales’과 마티외 메르시에Mathieu Mercier의 장갑 ‘러브 & 헤이트 Love & Hate’, 카테리나 제브Katerina Jebb가 프랑스 화가 발튀스Balthus의 작업실에 남겨진 재떨이를 재현해 만든 ‘발튀스의 재떨이’ 등 첫 번째 컬렉션 6종은 공개와 동시에 젊은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소유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구미를 자극한 것이다. 위 두 낫 워크 얼론은 자신들이 하는 일이 출판사와 동일하다고 말했다. “작가가 없으면 책을 출간할 수 없듯이 아티스트가 없으면 작품 또한 나올 수 없다.” 이는 아티스트가 ‘위 두 낫 워크 얼론’의 제4의 멤버임을 암시한다. 애초에 컬렉티브 결성 목적 자체가 정상적인 처우와 보상에 있었던 만큼 멤버들은 물론 아티스트와의 수익 배분에도 공정성을 기한다.

또 자신들을 믿고 동참해준 아티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는다. 비록 지난해에는 작품을 선보일 대형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며 계획에 차질을 빚었지만, 팔레 드 도쿄와 협업해 제작한 프랑스 아티스트 알랭 세샤Alain Séchas의 와인 마개가 히트하며 큰 수익을 안겨주었다. 론칭한 온라인 숍도 입소문을 타면서 안정적인 판매로 이어졌다. 2021년은 위 두 낫 워크 얼론 결성 5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한 평 남짓한 좁은 방에 모여 시작한 컬렉티브가 파리 중심가에 번듯한 쇼룸까지 오픈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모든 아트 페어에는 온라인으로 참여할 예정이지만, 상반기 쇼룸 오픈을 시작으로 다양한 자체 전시를 열 계획이다. 또 올여름에는 2020 MMCA ‘올해의 작가상’ 최종 후보에 오른 이슬기 작가와도 협업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wedonotworkalone.fr

(왼쪽부터) 루이즈 그리슬랭, 샤를로트 모렐, 아나 클로소브스키 ©Yannick Labrousse

위 두 낫 워크 얼론
“우리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것 이상으로 협업 아티스트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했다.”

셋이 함께 팀을 꾸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술계의 기존 시스템에서 벗어나 다른 방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프로젝트를 찾아보자고 머리를 맞댄 것이 시작이었다. 각자 하는 일이 있었지만, 대학 시절부터 함께 프로젝트를 할 때면 언제나 즐거웠기에 우리끼리 뭉치면 잘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아티스트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보여주자는 것이 그날 회의의 핵심이었다. 미술학을 전공하기 전 건축을 공부한 루이즈는 평소 장인 정신과 다양한 재료의 사용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아티스트가 만든 일상 속 오브제를 제안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프랑스 미술계에서는 처음 선보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에 존재하지 않던 비즈니스였기 때문에 참고할 대상이 없었다. 하지만 목적이 확실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큐레이터로 일하는 것은 겉으로는 화려해 보여도 실속은 없다. 신진 작가들도 마찬가지다. 몇 번의 전시만으로 큰 수익을 올리고 입소문을 타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우리는 작가들이 제작한 오브제를 통해 미술품 구매의 문턱을 낮췄다. 누구나 쉽게 작가의 작품을 소유할 수 있게 하면 수익도 생기고 자연스럽게 아티스트 홍보도 된다고 본 것이다. 어쩌면 갤러리 전시보다 홍보에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아티스트 올라프 브레우닝Olaf Breuning과 협업한 테이블보 ‘원 오브 도즈 데이즈One of those Days’. ©Claire Israel
협업 아티스트를 선택하는 방법과 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무조건 우리가 좋아하는,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아티스트를 최우선으로 선택한다. 아티스트와 멤버 셋이 함께 만나 어떤 오브제를 제작하면 좋을지 아이디어 회의를 거치는데 가끔 미팅 전에 ‘이 작가는 이 제품이 어울리겠다’라고 상상하기도 하지만, 절대 우리 생각을 먼저 알리지 않는다. 회의 시작과 마지막 결정권은 무조건 작가가 쥐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 협업 프로세스를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작가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우리는 제작 공정, 비용 등을 고려해 실현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눈 후 마지막 결정 또한 작가에게 넘어간다. 공산품이 아닌 작품을 제작하는 일이기 때문에 작가만의 특별한 아이디어가 최대한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익 배분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궁금하다.

우리 3명에 아티스트 1명이 있어야 돌아가는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일단 아티스트 몫을 제하고 나머지 수익금을 셋이 동일하게 나눈다. 늘 그렇게 하므로 수익 배분에 대한 문제는 없다. 우리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는 것 이상으로 협업 아티스트에게 최대한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것이 중요했다. 계약할 때 미리 커미션을 제공하지 않고 제품이 팔려야만 아티스트에게도 수익이 돌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우리가 제품을 팔지 못하면 아티스트 또한 시간과 노력을 들인 창작물에 대해 아무런 보상도 받을 수 없게 된다. 그래서 미술관 같은 다양한 기관에 파트너십을 통해 제품을 납품한다. 일정 수량의 주문이 정기적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수익 창출에 큰 도움이 된다.

쇼룸 오픈을 축하한다. 팬데믹 시기에 오프라인 매장을 연다는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신진 크리에이터들을 지원하는 파리시의 디자인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건물을 지원받게 되었다. 그래서 비교적 저렴한 월세로 쇼룸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 경기가 좋지 않지만 이럴수록 멈추지 않아야 한다. 오히려 팬데믹으로 인해 실내 인테리어와 소품, 예술적 가치에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어 유럽 밖으로 사업을 확장할 생각도 하고 있다.
글 양윤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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