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지우고 소비자를 새로 썼다 〈노브랜드: 디스 이스 낫 어 브랜드〉

PB(Private Brand)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이마트(대표 강희석) 노브랜드의 모든 것을 담은 브랜드 북 〈노브랜드: 디스 이스 낫 어 브랜드〉 (이하 〈노브랜드〉)가 나왔다.

브랜드를 지우고 소비자를 새로 썼다 〈노브랜드: 디스 이스 낫 어 브랜드〉

PB(Private Brand)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는 이마트(대표 강희석) 노브랜드의 모든 것을 담은 브랜드 북 〈노브랜드: 디스 이스 낫 어 브랜드〉 (이하 〈노브랜드〉)가 나왔다. 단순히 책이라기보다 노브랜드가 내놓은 ‘책이라는 물성을 가진 기획 상품’에 가깝다.

콘셉트 비즈니스의 정석

이마트 PB인 노브랜드에 대한 아이디어는 2014년 12월, 4평 남짓한 사무실 한 귀퉁이에서 탄생했다. 당시 넥스트 리테일 사업의 일환으로 구성된 TFT가 주축이 되어 이마트 비밀연구소를 설립했고 ‘52주 발명 프로젝트’를 위한 인력이 차츰 충원되었다. 이듬해 4월 총 9개 상품이 노브랜드의 이름을 달고 시장에 첫선을 보였을 때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사업은 콘셉트 비즈니스다. 사업 초기부터 철학과 원칙이 명확해야 한다”라는 노브랜드의 방향성은 2016년 용인시 소재 노브랜드 전문점 1호점(용인보라점)의 성공으로 이어졌고 가성비를 최우선으로 삼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파고들면서 PB 업계를 평정하는 데 일조했다. 2020년 기준 278개 전문 매장을 오픈했고 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것이 그 증거다. 노브랜드의 성공을 단순히 시장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면 오해다. 브랜드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브랜딩’과 디자인을 하지 않은 ‘디자인’을 내세운 전략에 노브랜드만의 초고속 성장 비밀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가 구매하는 것은 노브랜드의 개별 상품이 아닌 노브랜드라는 잘 기획된 브랜드 이미지라고 볼 수 있다.

디자인 거장의 정신과 매칭시킨 노브랜드의 철학

책은 크게 3개 장으로 구성되었다. 첫 장 ‘레스 이스 모어Less is More’는 20세기 대표 모더니스트 건축가 미스 반데어로에의 경구에서 가져왔다. 노브랜드의 지향점이 그의 철학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기 때문. 즉 이 장에서는 단순하지만 가장 본질적인 핵심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모두 제거해 고객 가치를 높인 노브랜드의 제품 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노브랜드 사용 설명서를 담은 쇼핑 팁과 노브랜드만의 워크 스타일도 살펴볼 수 있어 흥미롭다. 두 번째 장은 ‘레스 이스 보어Less is Bore’. 적은 것은 지루하다고 미스 반데어로에를 정면으로 반박한 건축가 로버트 벤투리의 말을 인용했다. 여기서는 마케팅과 홍보 없이 오직 시스템을 통해 차별화해나가는 노브랜드의 다양한 면면을 보여준다. 패키지, 매장 디자인 시스템 전략과 함께 스마트 컨슈머들의 팬덤을 이끌어내는 베스트 제품을 두루 살펴본 것이 특징이다. 마지막 장인 ‘모어 이스 모어More is More’는 이 시대의 슈퍼 건축가 램 콜하스의 책 제목에서 따왔다. 모호성과 복잡성의 경계를 오가는 오늘날 비즈니스는 어떻게 사회 생태계와 연결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 답을 로컬과 글로벌, 전통 시장과 제조업체의 상생과 공존, 지속 가능을 위한 노력에서 찾는다. 일련의 격언은 노브랜드가 디자인 싱킹을 기반으로 탄생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노브랜드: 디스 이스 낫 어 브랜드〉
기획/글
월간 〈디자인〉, 노브랜드
디자인 심혜진, 박예지
발행 디자인하우스
가격 1만 4800원

브랜드 북의 진화

〈노브랜드〉는 각 장별로 송만준 노브랜드 사업부 상무, 브랜딩 총괄 김기영 숙명여자대학교 교수 등 노브랜드를 탄생시킨 이들의 생생한 인터뷰를 담았다. 또 이석우 SWNA 대표, 전채리 CFC 대표 등 요즘 한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디자이너들이 노브랜드와 함께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고, 각계 트렌드 전문가들이 분석한 노브랜드 성공 요인을 통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감각적인 사진과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읽는 재미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까지 더한 〈노브랜드〉는 월간 〈디자인〉이 기획하고 디자인하우스가 펴냈다. designhouse.co.kr, emart.ss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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