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윈 & 틴 세대의 변화무쌍한 아지트 라이브러리 티티섬

티티섬은 아이들이 경제적 부담이나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취미를 찾고, 질 좋은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트윈 & 틴 세대의 변화무쌍한 아지트 라이브러리 티티섬
필요에 따라 공간을 분할할 수 있는 모두라운지. ©김동규

역사학자 필리프 아리에스가 보호와 양육의 대상으로 ‘어린이’의 개념이 확립되었다고 진단한 근대 이후 세계는 20세기 내내 아동의 권리와 교육을 위해 힘써왔다. 2000년대 이후 미국과 유럽에서는 어린이 중에서도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연령층을 조명하는 흐름이 감지되고 있는데 바로 ‘트윈 세대’다. 트윈tween은 ‘10대(teen)’와 ‘사이(between)’의 합성어로 어린이라기엔 조금 크고, 청소년이라기엔 조금 어린 10대 초반(12~16세) 아이들을 지칭한다.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 시작하는 시기로, 여전히 부모에게 크게 의존하는 초등학교 저학년생이나 대부분 학업에 집중하는 고등학생과는 또 다른 공간적 고려가 요구되는 세대라고 할 수 있다. 도서문화재단씨앗(이하 씨앗)이 기획하고 운영하는 라이브러리 티티섬(이하 티티섬)은 한국에서 아직 초보 단계인 트윈 & 틴 세대 전용 공간을 도서관에서 구현한 시도다. 씨앗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공 영역이자 문화 공간인 도서관이 트윈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림책 위주의 어린이 도서관과 엄숙한 분위기의 성인 도서관 사이에서 트윈 세대가 갈 수 있는 도서관이 많지 않다는 사실도 티티섬을 기획하는 데 한몫했다. 주변에 고등학교가 여럿 있어 틴에이저와 성인까지 아우르는 도서관으로 이용자를 확대하기는 했지만 연령대별로 사용 공간을 세심하게 분리해 누가 방문하더라도 눈치 보지 않고 마음 놓고 이용할 수 있다. 도서관을 표방하지만 서가와 열람실로 이루어진 여느 도서관을 떠올리면 큰 오산이다. 도서관이 일상적으로 방문해 편히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만든 티티섬은 이용자 스스로 각 공간의 기능과 성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했다. ‘존zone’의 구분은 있되 ‘실室’의 구획은 없어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에서 요리, 공연, 공작, 원예, 영상 제작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책은 어디에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던 도중에 책을 찾아보는 것도, 보지 않는 것도 모두 이용자 스스로 결정하도록 한 것이다. 이처럼 유연한 공간 구상은 기획 단계부터 트윈 세대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를 기울여 구체화한 결과물이다. 건축 설계를 맡은 PRDTV와 문도호제는 인근에 거주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진행하는 건축 워크숍에 참여했는데, 공간에 대한 경험도, 사용하는 언어도 다른 건축가와 아이들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동사’다.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디자인에 대한 그림을 요구하는 대신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먹다’, ‘쉬다’, ‘떠들다’ 같은 동사로 말해주기를 요청했고, 이 동사들은 숨은 뜻을 헤아리는 과정을 거쳐 디자인 언어로 번역되었다. 무늬만 사용자 참여를 내세우는 일반 건축 프로세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실제로 건축가는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 설계안을 제작·공유한 뒤 이에 대한 피드백을 다시 디자인에 반영했다. 이렇게 만든 도서관에 아이들이 애정과 주인 의식을 갖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 트윈 세대가 주체적으로 채워갈 공간에 단단한 기반이 만들어진 셈이다. 티티섬은 아이들이 경제적 부담이나 사회적 기대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취미를 찾고, 질 좋은 공간을 향유할 수 있는 아지트 역할을 톡톡히 할 예정이다. www.ttsome.kr

티티랩에서는 어른들의 간섭에서 벗어나 마음껏 어지르며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 ©김동규

라이브러리 티티섬
기획·운영 도서문화재단씨앗, see-art.org
트윈 & 틴 대표 그룹 TNT Architect
경험 설계 진저티프로젝트(대표 김고운·강진향),
gingertproject.co.kr
공간 디자인 PRDTV(대표 박치동)
노정석·정소영, 문도호제(대표 임태병), 스튜디오
커먼굿(대표 김민선) 김영일·신치영
가구 디자인 우피아(대표 이승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중간공간연구소,
김경래우드워킹(대표 김경래)
그래픽 · 사이니지 디자인 바톤(대표 한송욱),
ba-ton.kr
조경 초콜릿코스모스(대표 신정화),
chocolatecosmos.co.kr
사진 김동규스튜디오(대표 김동규),
kimdonggyu.com

임태병
문도호제 소장

노정석
PRDTV 이사

“물리적 제약 안에서 조건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티티섬 프로젝트에 참여한 계기는 무엇인가?

성남 구도심은 새로운 문화 시설이나 공간적 혜택으로부터 상당히 벗어나 있다. 무계획으로 생겨난 도시인 탓에 학교가 몰려 있고 학생 수도 많은 편이다. 이곳 아이들이 문제집이나 유튜브 외에 다양한 매체와 활동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트윈 세대의 관심을 반영해 책 큐레이션을 선보인다. ©김동규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사실 처음 프로젝트를 의뢰받았을 때 걱정이 많았다. 실질적인 레퍼런스가 없을뿐더러 아이들 취향에 맞는 디자인을 과연 잘 해낼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아이들과 워크숍을 진행해보니 어른도 헷갈려하는 복잡한 레이아웃과 공간 프로그램을 곧잘 이해하더라. 물론 아이들의 언어를 건축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직역하는 것이 건축가나 디자이너의 역할은 아니다. 물리적 제약 안에서 조건을 해석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관건이다. 또 이를 다시 사용자에게 이해시켜야 한다.

가변적인 공간 구획과 작은 크기의 사이니지가 눈에 띈다.

사용자 스스로 공간의 기능을 정할 수 있게 하자는 디자인 방향에 따라 불완전하게 작동하는 공간을 구상했다. 대략적인 구분은 있되, 구획이나 단절은 없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사이니지의 작은 폰트는 공간을 탐색하는 이용자의 주체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문이나 벽, 사이니지로 공간이 특정되면 이용자의 목적에 따라 공간 내에서 움직이는 범위가 좁아진다.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사이니지는 공간 탐색의 범위를 넓히고 이용자의 의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한다.
글 이솔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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