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공간 프로젝트 아카이브〈더 웨이 위 빌드〉

지난 9월 1일 현대카드가 출간한 〈더 웨이 위 빌드The Way We Build〉는 책이라는 물성 안에 현대카드의 공간 프로젝트 29곳을 담아낸 아카이브다.

현대카드 공간 프로젝트 아카이브〈더 웨이 위 빌드〉

현대카드만큼 일찍이 디자인의 가치를 알아보고 이를 브랜드 경험에 녹인 기업도 드물다. 2013년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가회동에 문을 열었을 때 이곳에 입장하기 위해 현대카드를 발급받는 디자이너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 이후 여행, 음악, 요리를 테마로 한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 쿠킹 라이브러리가 차례로 오픈할 때마다 건축계와 디자인계는 환호성을 질렀다. 성냥갑 같은 건물이 획일적으로 줄지어 있는 무채색 도시에 각 테마에 맞게 큐레이션한 책을 바탕으로 국내외 유수 건축 스튜디오가 설계한 감도 높은 공간이 하나둘 등장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 1일 현대카드가 출간한 〈더 웨이 위 빌드The Way We Build〉는 책이라는 물성 안에 현대카드의 공간 프로젝트 29곳을 담아낸 아카이브다. 앞서 언급한 4개의 라이브러리는 물론 일반인 접근이 쉽지 않은 현대카드 본사와 전 세계 사옥, 비록 2018년에 문을 닫았으나 한때 프리미엄 카드 고객을 위한 매력적인 아지트로 이름 높았던 하우스 오브 더 퍼플(일명 퍼플 라운지), 뮤직 마니아들의 사랑을 받는 바이닐앤플라스틱, 그리고 마지막으로 현대카드가 주도한 지역 재생 사회 공헌 프로젝트까지 이 책 한 권에 담았다.

장장 486쪽에 달하는 책 속에는 건축에 대한 콘셉트와 건축가 인터뷰, 현대카드의 기업 철학과 각 공간을 기획하게 된 비하인드 스토리 등이 알차게 담겨 있다. 현대카드 여의도 사옥을 소개하는 코너에서는 매번 혁신적인 실험을 거듭하는 현대카드의 도전 정신이 바로 편견을 깬 공간 디자인과 직결되어 있음을 간파하게 된다. 창의적인 공간에서 크리에이티브한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더 웨이 위 빌드〉의 총괄 디렉터인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현대카드는 직원들의 편의와 함께 ‘어떤 디테일이 새로운 생각을 가능하게 할까’에 포커스를 두고 워크 스페이스를 지속적으로 바꿔나간다”며 “기업 문화와 아이덴티티를 일하는 공간에 잘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는 회사는 현대카드밖에 없을 것이라는 자부심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2015년 대기업이라는 덩치에 맞지 않게 실장 권한 아래 팀을 자유롭게 만들거나 해체할 수 있는 ‘애자일 시스템agile system’을 도입하고 이런 운영 방식에 맞춰 사무실 레이아웃을 수시로 변경할 수 있도록 사옥 일부 공간을 리뉴얼한 점이 돋보인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석에서 회의를 하거나 공유할 수 있도록 썼다 지울 수 있는 월 토커도 곳곳에 설치했다. 얼마 전 리뉴얼한 사옥 2관 8층에는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칠판과 분필을 벽마다 설치해 아날로그적 감성까지 충족시켰다.

기파도 프로젝트, 강원도 봉평장, 광주 1913 송정역시장은 현대카드가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사회 공헌 프로젝트로 추진한 결과물이다. 비슷한 예산을 들이더라도 지자체에서 수행한 여느 도시 재생 사업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의 수준 높은 디자인 아웃풋과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모범 사례가 되었다. 그러나 현대카드 측은 과연 대기업에서 지역 재생 프로젝트를 지속하는 것이 올바른 일인지에 대해 의외로 회의적인 입장이다. 기업의 선의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공공 영역의 모순적인 법제와 주민을 비롯한 이해관계자 사이의 갈등, 또 주변 전통 시장과의 불평등한 경쟁 관계가 만들어지는 구조, 젠트리피케이션 문제 등 프로젝트의 성공과는 별개로 고민해야 할 지점이 산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 벤치마킹 사례만을 좇는 한국의 공공 디자인 영역을 떠올려봤을 때 우리 정서에 맞으면서도 세계적 수준의 본보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여전히 높이 평가할 만하다.

〈더 웨이 위 빌드〉는 읽을거리 외에도 중간중간 흥미로운 볼거리를 마련했는데 트레싱지에 건축 도면을 인쇄해 제본하고, 공간 사진을 담은 페이지는 접지해서 가로로 크게 펼쳐 감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번 출간을 기념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1층에서는 9월 한 달간 제도기와 책, 도면을 비치한 ‘건축가의 데스크’와 함께 책을 읽는 공간을 꾸며 눈길을 끌었다. hyundaicard.com
글 서민경 기자 자료 제공 현대카드

관련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