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익산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아이덴티티 디자인

탄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그 역할에 충실한 국립익산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하 어린이박물관)이 지난 1월 반가운 개관 소식을 전했다.

국립익산박물관 어린이박물관 아이덴티티 디자인

7세기 미륵사지 석탑이 플렉시블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 백제의 건축물과 기와 장인은 유쾌한 미륵사 정령으로 변모했다. 헤리티지와 미래의 상상을 연결하는 MI · 캐릭터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다.

박물관 소장품은 고유성, 장소성,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지닌다. 오랜 역사 속에서 많은 재난을 견디고 오늘에 이른, 세상에 하나밖에 남지 않은 문화재도 상당수다. 이는 마땅히 후대와 함께 향유해야 할 공공재이기에 국립박물관은 유·무형의 문화적 소산을 제대로 알고 지켜야 한다는 사명까지 안는다. 단순한 전시 시설이나 학술 연구 기관을 넘어서 각 지역의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브랜드로 개발해 우수성을 알리는 소임까지 맡는 셈인데, 탄탄한 아이덴티티 디자인으로 그 역할에 충실한 국립익산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이하 어린이박물관)이 지난 1월 반가운 개관 소식을 전했다. 국립익산박물관은 세계문화유산인 미륵사지의 아름다움을 해치지 않고자 의도적으로 높이를 낮춘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로 2020년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을 수상했다. 이른바 유적 밀착형 박물관을 추구하며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도록 설계한 결과다.

이번에 문을 연 어린이박물관은 옛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을 새 단장한 약 1000m² 규모의 공간으로 전시, 교육, 체험 등 다양한 콘텐츠를 아우른다.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박상희 교수 연구 팀과 국립익산박물관이 산학 협력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정립했다. 프로젝트의 주요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익산시 및 국립익산박물관의 브랜드 강화, 타 어린이박물관과의 차별화 전략 수립, 그리고 ICT 기반의 체험형 박물관 조성이다. 대한민국 4대 고도古都 중 하나인 익산의 문화 자산을 메인 콘셉트로 활용해 7~10세 어린이를 둔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실감형 디지털 콘텐츠를 계획한 것이다. 박상희 교수 연구 팀은 이 같은 목표를 수행하기 위해 픽셀을 비주얼 콘셉트로 선정했다. 디지털에서 활용하는 최소 단위로 무한한 확장성을 갖는다는 점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 심벌마크는 익산을 대표하는 미륵사지 석탑을 시각화했는데 아직 복구 과정에 있는 서탑의 형상을 표현한 점이 눈에 띈다. 어린이와 함께 미래를 만드는 ‘연결의 문’을 함축한 디자인으로, 플렉시블 아이덴티티로 개발해 다양한 미디어 환경에 노출하며 호기심을 유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캐릭터 디자인도 흥미를 돋우는 요소다. 백제의 역사와 유적을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을 캐릭터로 만들어 고대 불교 사원 터인 미륵사지가 지닌 가치에 쉽게 공감하도록 했다. 백제의 불탑 주조 기술자와 기와 전문 기술자를 일컫던 ‘노반박사’와 ‘와박사’에서 착안한 장인 캐릭터는 그 당시 꽃피운 우아하고 섬세한 문화를 어린이에게 전달하는 매개자가 되어 방문객에게 친근한 인사를 건넨다. ‘1300년 전으로의 시간 탐험’을 주제로 한 전시 공간에서는 노반박사와 와박사를 도와 미륵사를 완성하는 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지식 전달과 신체적 활동, 나아가 정서적 교감까지 이루어지는 쉽고 영리한 디자인이다. 어린이박물관의 MI 및 캐릭터 디자인을 총괄한 박상희 교수는 “박물관 아이덴티티를 통해 무엇보다 미륵사지의 가치와 역사를 매력적인 방식으로 전하길 바랐다”고 말한다. ICT에 능숙한 요즘 어린이의 성향을 고려해 체험형 인터랙티브, 홀로그램 등 디지털 콘텐츠의 비중을 높인 것도 눈길을 끄는데 이것 역시 박물관이 좀 더 친근한 공간으로 변모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것이다. 2년 전 문을 연 국립익산박물관은 어린이박물관 개관으로 좀 더 완전체에 가까워진 듯하다. 다채로운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곳이 지역민 누구나 즐겨 찾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2020년에 개관한 국립익산박물관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속관 중 신생 박물관에 속한다. 반면 미륵사는 삼국시대에 가장 큰 불교 사원이자 7세기 백제 부흥을 갈망한 무왕의 못다 이룬 꿈이 서린 곳이다. 이런 이유로 가장 젊은 국립박물관임에도 이곳의 상설 전시는 늘 고귀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올해 새롭게 어린이박물관을 개관하면서 가장 주력한 부분은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의 희망인 어린이를 위해 밝고 활기찬 전시를 선보이는 것이었다. 개관 사전 홍보 단계에서 제작한 노반박사와 와박사 카카오톡 이모티콘이 40분 만에 모두 다운로드되는 바람에 개발자와 담당자 모두 이를 받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유쾌한 기억이 떠오른다.”

권혜은 국립익산박물관 학예사

“국립익산박물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백제역사유적지구의 미륵사지 옆에 자리해 있다. ICT 기반의 체험형 박물관으로 전시를 통해 아이들이 유적지와 자연 속에서 뛰놀며 역사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이처럼 어린이박물관의 가치가 돋보이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개발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주요 과제였다. 특히 과거와 미래의 연결을 시각화하는 작업에 가장 역점을 두었다. 미륵사지 석탑을 연구하던 중 이것이 찬란한 백제의 유산이자 내일을 여는 문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미륵사지 석탑 중 서탑의 원형을 바탕으로 로고타이프와 심벌마크를 개발했다.”

박상희 경희대학교 시각디자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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