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케이, 청주에서 글로벌로 떠나는 여정 ①
<스몰과 로컬의 재해석, 미래를 만들어가는 CEO 인터뷰>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은 충청북도 청주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한 저가항공사 에어로케이Aero K이다. 팬데믹이 초래한 항공 산업의 위기, LCC의 무한 경쟁 굴레를 이겨낸 에어로케이는 국제선 취향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성장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스몰과 로컬의 재해석, 미래를 만들어가는 CEO 인터뷰>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은 충청북도 청주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한 저가항공사 에어로케이Aero K이다. 지난 팬데믹 기간 항공 산업에 덮친 악재 속에서도 에어로케이는 꿋꿋이 살아남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들은 단 한대의 비행기, 그리고 단 하나의 국내선 노선만을 운영했었다는 점이다. 분명 이름만 대도 알 수 있는 대형 항공사들이 휘청거릴 정도의 파고였는데 말이다. 팬데믹이 초래한 항공 산업의 위기 그리고 LCC의 무한 경쟁 굴레를 이겨낸 에어로케이는 심지어 올해 국제선 취향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성장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에어로케이가 일하는 방식과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과정을 김상보 에어로케이 CCO와 나혜미 에어로케이 브랜드전략 팀장에게 물었다.
Keyword 1. 청주에서 글로벌로, 에어로케이의 2023년
2016년 설립, 2021년 청주-제주 국내선 첫 취항,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2, 3호기 도입과 함께 최초로 청주-오사카 국제선 취항까지 앞두고 있습니다. 에어로케이에게 2023년은 분명 남다른 해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 소회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김상보.에어로케이는 설립 초기부터 국제선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항공사가 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초창기에는 LCC 경쟁사가 많다 보니 시장에 진입하는 것부터 만만치 않았어요. 더욱이 팬데믹 여파로 한동안 국제선을 띄우고 싶어도 띄울 수가 없었고요. 물론 에어로케이가 청주와 제주를 잇는 국내선을 취항해오고 있지만, 이를 주요 수익 노선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운 점이 있죠. 그런 점에서 무려 7년 만에 처음으로 해외 노선을 운영하게 된 2023년은 에어로케이에게 매우 중요한 터닝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터닝 포인트’라는 게 단순히 해외 노선 운영을 통해 수익 구조가 확장된 것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 같은데요. 브랜드 측면에서도 국제선 취항이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요?
김상보. 그간 항공기 1대로 청주와 제주 노선을 운영하면서 여러 브랜딩 활동을 펼쳐 왔는데요. 비즈니스 측면에서 볼 때, 에어로케이의 사업 운영과 브랜딩 활동이 균형적이지 못한 부분이 있었거든요. 즉, 브랜드로서의 활동 범위와 추구하는 방향으로 달려나가는 속도가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속도보다 앞서 나갔던 것이죠. 하지만 국제선을 취항하면서 초기에 계획했던 사업의 규모가 갖춰지고, 그간 콘텐츠로만 접해 온 브랜드를 고객이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건 분명 그 의미가 남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브랜드의 팬덤을 형성할 때, 콘텐츠나 브랜딩 활동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어요. 저희에게 가장 큰 상품은 비행기잖아요. 그만큼 이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아져야 에어로케이의 메시지와 브랜드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거든요. 만져보고, 실감하는 물리적 경험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브랜드 메시지를 SNS 창구로만 전달하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죠. 그런 점에서 올해 국제선 취향은 에어로케이라는 브랜드가 지닌 철학과 메시지를 진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항공사의 팬덤이라. 듣고 보니 또 생소하기도 하네요. 저처럼 보통의 소비자라면 최저가 비용, 최소 환승 일정 혹은 친절한 기내 서비스를 기대하는 게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나혜미. 오늘날은 브랜드를 의식해서 소비하는 시대잖아요. 항공사 역시 그렇게 소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에 항공 업계에 발을 들였을 때 이곳의 브랜드 활동은 너무 단순화되어 있더라고요. 비행기가 뜨기 전까지 티켓을 한 장이라도 더 팔기 위한 프로모션 콘텐츠가 대부분이었죠. 저는 이 산업이 지나가다 가장 저렴한 물건을 사는 것에 그칠 만큼 그 가치가 낮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물론 가격이 소비자 입장에서는 항공사를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인 건 부정할 수 없어요. 하지만 시장에 나온 다양한 항공권의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요? 그때 소비자는 어떤 기준으로 항공사를 선택할까요? 금액? 스케줄? 그리고 그다음에 오는 기준은 무엇일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저희는 무엇보다 고객에게 어떤 항공사를 탔다는 경험을 기억에 남게 하고 싶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여름에 제주도로 휴가를 다녀왔을 때, 그때 탔던 항공사를 오래 기억할까요? 에어로케이는 탈 것 이상의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려고 하고, 이를 위해서 브랜드 콘텐츠에 사람들의 스토리와 브랜드의 가치를 담아내요. 업계에서 기존에 전개하던 티켓 중심의 콘텐츠와 브랜드 활동은 최대한 지양하죠.
에어로케이가 취항하는 청주와 제주의 사람들을 소개하는 ‘Aero K meets‘가 대표적이에요. 이들이 청주와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 그리고 도시로부터 어떤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 등의 스토리를 담은 콘텐츠입니다. 지금까지는 국내선 취항 도시에만 그 범위가 한정되어 있었지만, 앞으로 취항하는 도시마다 스토리가 궁금한 화자를 통해서 에어로케이만이 전할 수 있는 ‘여정’의 가치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에어로케이가 기존의 항공사와는 다른 행보를 이어가는 점은 인상적입니다. 다만 현실적으로 수익성에도 연결이 되어야 할 텐데. 그런 차원에서 브랜드 활동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도 듣고 싶네요.
김상보. 먼저 강조하고 싶은 건 에어로케이는 단순히 말랑말랑한 감성만을 지닌 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실익을 따지지 않고 활동하는 기업은 세상에 없잖아요. 에어로케이도 마찬가지죠. 다만 브랜드 활동을 무조건적으로 영업 활동에 연결하는 건 지양합니다. 시장에서 타 항공사와 경쟁해 살아남기 위해서는 영업이 되어야 하고, 수익성이 좋아야 하지만 그 부분에만 치우치다 보면 진정성의 왜곡 현상이 일어나거든요.
에어로케이는 시작점이 달라요. 콘텐츠를 포함한 모든 브랜드 활동이 에어로케이의 철학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저희가 확보하고자 하는 소비자 타깃층이 본인들을 스스로 단순한 판매 대상으로 인식하지 않도록 브랜드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저는 에어로케이의 이런 활동을 ‘스노우볼’과 같다고 말하고 싶은데요. 처음에는 더딜 수 있으나 우리의 활동이 쌓이다 보면 진정성과 영업력의 싸움에서 진정성이 이기는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에어로케이만의 남다른 브랜드 철학은 무엇인가요?
김상보. 에어로케이 항공 브랜드 매뉴얼 마지막 단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어요. ‘에어로케이는 사람과 장소, 커뮤니티와 파트너를 연결하기 위해 존재한다.‘ 에어로케이가 단순히 사람을 실어다 나르는 교통수단이 아니라는 말이죠. 그런 이유에서 저희는 여행 혹은 비행이라는 말 대신 ‘여정’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요. 에어로케이가 한 사람의 여정에 있어서 시작부터 끝까지 완성하는데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서 말이죠.
한편, 청주국제공항을 거점공항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에어로케이만의 특징이 아닐까 싶어요. 그만큼 청주에 대한 애정도 남다를 것 같고요.
김상보.우선 거점 항공사와 일반 항공사의 차이는 실제로 굉장히 큽니다. 거점 항공사인 에어로케이는 모든 항공기가 결국 청주로 들어와야 해요. 반면, 타 항공사의 비행기는 이곳이 종착지가 아니에요. 어디론가 다시 떠나야 하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청주국제공항에서 노선을 확대 운영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이곳을 모기지로 삼는 에어로케이는 달라요. 특히 국제선 노선을 확대 운영할 수 있는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매우 높아요. 현재 청주에서 운항 중인 국내선 부분만 보더라도 에어로케이의 작년 평균 탑승률이 1위거든요.
최근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방 공항 활성화가 화두인데요. 그간 국제선 노선 운항을 하지 못했던 에어로케이는 아쉽게도 지자체의 니즈에 호응하기 어려웠어요. 국내선 운항만으로는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건 제한적이었죠. 청주 공항을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청주를 홍보하는 건 결국 ‘서울 사람에게 자기 집을 홍보하는 것’과 다를 게 없는 것이니까요. 지자체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외국 혹은 외부 지역의 사람을 청주로 데려와야지 지역 항공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명분이 생기는데, 그런 이해관계의 퍼즐이 그간 완성되지 못했었죠. 하지만 올해부터는 청주를 거점으로 국제선을 운항하면서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본격적인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합니다.
Keyword 2. 에어로케이, 업계의 관행을 뒤엎다!
에어로케이가 주목받은 이유는 ‘젠더리스 유니폼’처럼 기존 업계의 관행과 고정 관념을 뒤엎는 행보 덕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그런 점에서 앞으로 에어로케이가 항공 산업에서 변화시키고자 하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지도 궁금합니다.
김상보. 에어로케이의 행보는 비단 업계의 관행을 바꾸는 것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기업 문화를 바꾸는 것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어로케이에 합류하기 이전에 여러 회사를 거치면서 브랜딩, 경영 전략, 외부 광고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는데요. 겉과 속이 같은 회사를 본 적이 거의 없어요.
특히 항공 업계는 군대 조직에서 파생된 기수 문화가 정착되어 있어서 능력과 역량보다는 선후배의 위계가 먼저인 경우가 많았죠. 즉, 브랜드 전략팀에서 외부에 보이는 에어로케이의 이미지를 ‘수평적인 관계’, ‘능력과 역량이 우선시 되는 곳’, 그리고 ‘이 모든 것은 고객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아무리 그려내더라도 내부에 그러한 인식과 문화, 업무 구조가 정착되지 않는다면 결국 아무런 소용없는 일이에요. 설령 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걸 진정한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에어로케이는 말씀하신대로 겉과 속이 같은 회사인가요?
김상보.신생 항공사인 만큼 에어로케이는 전문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하는데요. 일시에 이들을 육성할 수 없기에 대부분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하는 방식입니다. 한데 기존 항공사에서 일해오셨던 분들은 항공사의 전통적인 문화에서 벗어나기 어려워하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점에서 내부의 각 그룹장 및 조직장 등 리더 급에서부터 에어로케이만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노력을 다방면으로 기울이고 있습니다.
나혜미.사실 젠더리스 유니폼만 하더라도 처음에 내부 반응이 그리 좋지 않았어요. 자신을 돋보이게 해주는 기존의 유니폼이 오히려 승무원들에게는 이 일을 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거든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저희들도 과연 이게 맞는 일인지 고민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젠더리스 유니폼이 사회 전반적으로 이슈가 되고, 안전의 가치에 대한 에어로케이의 메시지가 대중에게 전해지면서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승무원들도 젠더리스 유니폼에 대한 인식이 점차 바뀌어 갔고, 이제는 본인들의 프라이드가 되었어요.
김상보. 에어로케이의 젠더리스 유니폼 프로젝트는 업계 혹은 산업 내부의 관행과 나쁜 습관의 변화를 추진할 때 브랜딩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고 느낄 수 있는 사례입니다. 특히 대외적으로 명분을 먼저 만들어서 내부 구성원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건 앞서 말한 겉과 속이 같은 회사로 성장할 수 있는 브랜딩의 진정한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 기사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에어로케이, 상상력이 비슷한 사람과 일하는 기쁨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