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로케이, 상상력이 비슷한 사람과 일하는 기쁨 ②

<스몰과 로컬의 재해석, 미래를 만들어가는 CEO 인터뷰> 시리즈의 세 번째 주인공은 충청북도 청주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한 저가항공사 에어로케이Aero K이다. 팬데믹이 초래한 항공 산업의 위기, LCC의 무한 경쟁 굴레를 이겨낸 에어로케이는 국제선 취향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이다. 이들의 성장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에어로케이, 상상력이 비슷한 사람과 일하는 기쁨 ②

▼ 기사는 1편에서 이어집니다.
에어로케이, 청주에서 글로벌로 떠나는 여정 ①


Keyword 3. 최소 비용으로 효율적인 브랜딩하기

올해 경제 성장 전망이 밝은 편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이런 시점에 보통은 브랜드와 마케팅 부서가 가장 먼저 위기를 맞이하곤 하는데. 에어로케이는 브랜드 전략을 오히려 밀어주는 분위기네요?

김상보. 저 역시 경영진 중의 한 사람입니다만 브랜드 전략팀 관리자로서 말씀드리자면 최초에 회사를 설립할 때 경영진과 합의된 대전제가 있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우리의 타깃은 흔들리지 않는다.’라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요. 저희는 브랜드 전략팀의 커뮤니케이션 중심 타깃을 MZ 세대에 국한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MZ 세대는 젠더나 세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에요. 올해 에어로케이 크루 모집 광고 카피처럼 ‘한계 없음’, ‘편견 없음’, ‘규격 없음’, ‘제한 없음’의 가치와 문화를 이해하고 향유하며 나아가 공유할 줄 아는 성향을 지닌 사람들을 말합니다. 즉, 에어로케이의 모든 브랜드 메시지와 철학을 이들의 시각에 맞추는 것이죠.

나혜미. 에어로케이는 기본적으로 저비용 항공사이다 보니 브랜딩 전략에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넉넉한 편은 아니에요. 밖에서 보이는 결과물에 비해 굉장히 효율적으로 써왔고, 이제는 영업적으로 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단계이다보니 오히려 회사에서 브랜드 활동을 장려하고 있어요. 이러한 결과가 있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조건은 무엇보다 앞서 본부장님이 말씀하신 경영진과의 최초 합의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보다 구체적으로는 브랜드 이슈를 확산하는 그룹과 이를 소비하는 그룹을 구분한 전략 구조가 유효하지 않았나 싶어요. 덕분에 브랜드의 메시지를 골고루 확산할 수 있었고, 적은 비용으로 효율적인 결과물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항공사가 주로 B2C 비즈니스 구조를 지닌 것과 다르게 에어로케이는 B2B 비즈니스 모델로도 눈길을 끌더군요. 브랜드 간의 협업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예컨대 협업자를 선별하는 기준 같은 것 말이죠.

김상보. 명확하죠. 저희는 무분별한 협업은 지양합니다. 각각의 브랜드가 합쳐졌을 때 창출되는 가치가 분명해야 합니다. 더불어 브랜드가 기존에 지닌 철학과 행보가 에어로케이의 핏과 맞아야 하죠. 누차 말씀드리는 부분이지만 에어로케이는 상업성을 철저하게 추구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브랜드 간의 협업과 커머셜의 경계를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광고처럼 상업적 목적으로 에어로케이를 플랫폼 혹은 채널로 활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우리의 철학이나 메시지를 얹지 않아요.

나혜미.브랜드간의 협업일 경우에도 서로가 가져갈 수 있는 이득이 분명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물어보는 편이에요. 에어로케이와의 협업을 통해서 무엇을 가져 가고 싶은 지 말이죠.

그렇다면 최근에 기억에 남는 브랜드 협업도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혜미.‘보난자 커피’와의 협업이 기억에 남아요. 청주와 제주를 오가는 기내에서 보난자 커피와 함께 ‘기내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를 판매했어요. 보통 기내에서 판매하는 커피는 액상이나 파우더 타입을 물과 섞어서 주는 것이 전부거든요. 하지만 보난자 커피와 에어로케이는 로스팅의 정도, 커피백 원단의 크기, 물의 수질, 상공에서 둔해지는 미각에 대한 계산과 취향별 원두 옵션까지 고려해서 ‘기내에서 경험할 수 있는 최고의 커피’를 만들었어요. 과연 얼마나 팔릴까하는 초기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반응이 너무 좋아요. 더욱이 그간 ‘기내에서 공짜로 주는 커피가 지닌 맛’에 대한 인식을 바꾸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에어로케이는 보난자커피 바리스타팀과 함께 기내에서 최상의 커피 맛을 선보이기 위해 실험을 거듭했다.

한편 이를 계기로 앞으로 F&B 브랜드와의 협업을 더욱 활성화시켜야 겠다는 자신감이 생기기도 했고요. 어떻게 무엇을 팔고,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느냐에 따라서 돌아오는 매출 성적도 달라지는 걸 보면서 브랜드 가치와 영업적인 이익이 동반하는 협업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Keyword 4. 상상력이 비슷한 사람과 일하기

에어로케이 x 마더그라운드 크루 스니커즈

에어로케이가 그간 보여준 브랜드 활동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고민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질문의 힘’이 아닐까 싶어요.

김상보. 저를 비롯해 강병호 대표님과 나혜미 팀장님 모두 항공사 출신이 아니에요. 이러한 배경 덕분에 소비자적 관점에서 생각하고, 또 과감하게 질문을 던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에 항공사에서 일하셨던 분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안이지만 저희는 ‘왜?’라는 질문을 꼭 던지죠. 이러한 자세가 에어로케이만의 차별점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원동력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그치면 안돼요. 질문을 던졌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실천이 뒤따라야 하죠. 체계적이고도 창의적인 전략을 막힘 없이 실행할 수 있는 건 브랜드 전략팀 내부에 형성된 상호간의 신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저는 관리자이지만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지 않아요. 전문적인 능력과 뛰어난 역량을 지닌 팀원이 오너십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과 브랜드 메시지가 왜곡 또는 변질 되지 않도록 중간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팀원이 오너십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자유도가 보장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물론 성과에 대한 책임 소재 또한 논의할 부분이기도 할테고요. 에어로케이가 일하는 구조와 방식이 궁금합니다.

김상보.저희는 의사 결정 구조가 단순화 되어 있습니다. 팀원이 프로젝트를 자유롭게 기획하고, 동시에 철저하게 합의된 브랜드의 전략적 방향성이 더해진다면 가장 좋은 브랜드 콘텐츠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기획의 일정 범위까지는 중간에 제가 디렉션을 주는 정도이고요. 이후 비용 및 예산을 가용해야 하는 단계에서는 대표님과 오픈 디스커션을 통해서 합의를 보는 방식입니다. 아마 이 단계가 가장 치열할걸요?

나혜미.맞아요. 그 단계가 가장 치열하죠. (웃음) 재작년에 진행한 에어로케이의 가족의 달 캠페인이 바로 그 치열한 토론의 결과물입니다. 이후 프로젝트 실행의 세부적인 사안은 담당자가 유동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진행하는 거죠. 단, 브랜드 전략의 방향에서 벗어나서는 안됩니다.

김상보. 표면적으로는 기업과 브랜드가 시장에서 플레이하지만, 사실 이를 위한 콘텐츠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입니다. 그만큼 사람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저는 상상력이 비슷한 이들과 일할 수 있는 것 또한 리더의 능력이라고 봅니다. 일을 잘 소화하고,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분야에 대한 상상력까지 비슷하다면 굳이 글로 장황하게 설명하는 보고서가 필요하지 않죠.

상상력이 비슷한 사람과 일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앞서 성과에 대한 책임 소재를 짧게 질문드렸는데요. 특히 에어로케이처럼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행보를 이어가는 곳에서는 ‘실패’를 어떻게 정의하고 받아들이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상보. 크게 브랜드와 영업의 측면 두 가지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네요. 먼저 브랜드 측면에서는 단연 콘텐츠의 뷰view 또는 라이크like의 수치로 대변되는 시장에서의 화제 정도가 중요할텐데요. 저는 이걸 실패의 척도로 보진 않습니다. 해당 프로젝트 또는 콘텐츠가 에어로케이의 철학을 충분히 소화했다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습니다. 앞서 브랜드의 성장이 꼭 ‘스노우볼’과도 같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저희 브랜드의 진정성과 가치는 축적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 안에 숫자로 성과를 보이는 것만으로 브랜드의 성장과 성공을 판단할 수 없습니다.

반면에 영업적인 면에서는 아무래도 수익과 그 숫자로 실패 유무를 판단하겠죠. 하지만 저는 이 또한 인고의 시간을 겪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4번 타자가 되기 위해 이전까지 수 많은 헛스윙을 기록하는 야구 선수들처럼 말이죠. 회사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아요. 다만 현재 에어로케이가 실패라고 이야기하는 확실한 한 가지 기준이 있다면 바로 브랜드의 방향성과 맞지 않거나 혹은 사람들의 인식을 왜곡 시키는 경우일테죠.

앞서 에어로케이가 정의하는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한 나름의 방법도 있겠죠?

김상보.저희의 브랜드 철학에는 ‘기술’과 ‘데이터’가 핵심 가치로 자리합니다. 저비용 항공사는 비용은 최소, 효율은 최대가 기본 모델이에요. 여기서 시장에서 차별화 되기 위해서는 또는 실패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기술과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국내선 운항에서는 기대 이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습니다. 앞으로 국제선 항공이 더해졌을 때의 상황은 경험해 봐야하겠죠. 아울러 에어로케이는 스스로가 단순한 항공사에 그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객이 항공사를 검색할 때부터 탑승하고, 목적지에서 플레이하고, 다시 비행기를 타고 집까지 돌아오는 여정을 위한 하나의 플랫폼이라고 생각합니다. 에어로케이가 정의하는 비즈니스가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점도 타 항공사와의 경쟁에서 실패하지 않는 중요한 요소로 기여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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