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여행의 베이스캠프, OMO
호시노 리조트의 로컬 투어 실험실
여행이 변하고 있다. 랜드마크를 둘러보거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특정 지역의 문화 및 전통 체험, 한 달 살기처럼 지역 사람들의 삶에 최대한 동화되는 여행이 인기를 끈다. 바뀐 여행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로컬 투어를 앞세운 일본의 호텔 기업 호시노 리조트의 네 번째 브랜드인 OMO는 골목을 여행하는 콘셉트의 호텔이다.
기억에 남는 여행이란 무엇일까? 파리의 에펠탑, 도쿄의 스카이트리,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 같은 전 세계 도시의 랜드마크를 둘러보면 풍경은 기억에 남지만 여행에 대한 만족감을 가득 채워주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오히려 소도시의 벼룩시장이나 우연히 들른 동네 어귀의 식당에서 맛본 음식과 정취가 더 강렬하게 남는다.
실제로도 여행이 그렇게 변하고 있다. 한국관광 데이터랩에서 제공하는 관광시장동향 보고서를 보면 그런 변화는 뚜렷하다. 최근 미국 Z세대 여행객이나 캐나다인 관광 트렌드를 보면 여행객의 선호도가 관찰형 여행에서 참여형 여행으로 옮겨가고 있다. 관찰형 여행이 여행지의 랜드마크를 둘러보거나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형태라면 참여형 여행은 특정지역의 문화체험이나 전통체험, 한 달 살기 등과 같이 지역 사람들의 삶에 최대한 동화되어 지낸다.
골목을 여행하는 콘셉트의 호텔
이렇게 변화하는 여행의 개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로컬 투어를 앞세운 호텔이 있다. 일본의 호텔 기업인 호시노 리조트의 네 번째 브랜드인 OMO로 골목을 여행하는 콘셉트의 호텔이다. 호시노 리조트는 1914년 나가노현 가루이자와에서 호시노 가스케에 의해 료칸으로 처음 개업해, 현재는 그 4대째인 호시노 요시하루가 이어 받은 기업이다. 현재 고급 료칸 위주의 운영에서 탈피해 일본 각 지역의 전통과 문화에 초점을 둔 유니크한 체험과 일본 특유의 환대 방식인 오모테나시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확장해 성공을 거뒀으며 일본 내외 60개 이상의 시설(2023년 기준)을 운영하고 있다.
호시노 리조트의 미디어 키트의 첫 머리에는 호시노 리조트의 철학이 잘 담겨 있는데 호텔 서비스의 관점을 호텔 내 서비스의 질에 한정 짓지 않고 여행을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만약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여러분도 우리들처럼 여행을 좋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저희의 모국인 일본에서도, 세계 어느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호시노 리조트에서 일하는 우리 모두는 여행 장소와 사랑에 빠지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일본과 세계 곳곳에 있는 우리의 자리에서, 우리는 당신이 계속해서 여행을 좋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호시노 리조트는 총 5개의 브랜드와 그 외 다양한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중 OMO는 현지인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멋진 장소를 소개하고 모든 장소에서 특별함을 제공하는 어반 투어리스트 호텔이다. 2018년 4월 문을 연 OMO7 아사히카와 by 호시노 리조트와 같은 해 5월 문을 연 OMO5 도쿄 오쓰카 by 호시노 리조트를 시작으로 5년 간 총 15개의 OMO가 문을 열었다. 올해에도 이미 2곳이 새로 문을 열었고, 7월에는 OMO3 아사쿠사 by 호시노 리조트가 오픈할 예정이다. 모두 저마다의 특색을 지닌 도심에 위치해 있는데 눈에 띄는 부분은 호텔의 종류와 여행 목적에 따라 OMO 뒤에 숫자나 비행기 마크가 붙어 있다는 점이다. OMO1, OMO3, OMO5, OMO7과 같은 형식이다.
OMO1은 캡슐 호텔로 미니멀한 여행을 원하는 이들에게, OMO3은 베이직 호텔로 부담 없는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OMO5는 부티크 호텔로 기본적인 호텔 서비스를 즐기면서 지역의 매력도 함께 발견하고 싶은 이들에게, OMO7은 풀 서비스 호텔로 카페부터 레스토랑, 연회장, 뷔페 등 호텔 내에서도 다양한 서비스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비행기가 그려진 OMO는 에어포트 호텔로 올해 2월 OMO 간사이 공항 by 호시노 리조트로 처음 선보였다.
객실은 호텔마다 형태를 조금씩 달리 하지만 1인 여행객을 위한 객실부터 가족 단위나 친구들과 함께 여행하는 소규모 단위의 여행객을 위해 테이블과 침대, 소파를 효율적 디자인하고 배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2층 침대 구조를 통해 아래는 거실 공간, 위는 수면 공간으로 분리하거나 계단과 벽면을 활용해 적재적소에 수납 공간을 만들어 아지트 느낌을 준 야구라 룸의 형태가 대표적이다. 가격대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가장 먼저 개장한 OMO7 아사히카와 by 호시노 리조트는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에 있다. 후라노와 비에이 같은 홋카이도 관광 명소와 가까운 위치다. 11가지 형태의 다양한 객실을 제공하며, OMO 카페 & 바, 여행 도서관, 사우나, 중식당과 일식당 등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리고 OMO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로비인 OMO 베이스와 고-킨죠 맵Go-KINJO Map, 그리고 OMO 레인저다.
제대로 된 로컬 투어 경험하기
OMO 베이스는 OMO의 투숙객과 지역을 연결하는 일종의 베이스캠프로 마실이자 사랑방, 그리고 만남의 광장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고-킨죠 맵은 OMO 베이스 입구나 통로의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지도다. 긴조는 근방, 이웃이라는 의미의 일본어다. 투숙객은 이 지도와 가이드맵을 통해 해당 지역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지역에 정통한 OMO 레인저를 친구 삼아 간접적인 현지인 체험과 해당 지역 명소, 동네, 골목, 현지인 맛집을 더 깊숙하게 체험하고 탐방할 수 있다. 일종의 현지 친화적 지역 공략법이다.
OMO의 모든 호텔은 OMO 베이스와 고-킨조 맵, OMO 레인저 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즉흥적으로 여행을 떠났다고 하더라고 그 지역의 OMO를 방문하면 제대로 된 로컬 투어를 경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OMO는 숙박의 개념에 지역 여행 서포터의 역할을 겸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여행의 재미와 템포를 올려주고 더 적극적인 로컬 체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OMO 레인저 투어는 산책부터 맛집 탐방, 문화 체험, 지역 여행 강좌 등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OMO가 아침이나 저녁 산책 투어를 진행하는데 동네나 골목, 전통시장에 대한 설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일본 문화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곁들여져 골목의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온다.
프로그램을 좀 더 상세하게 훑어보면 오타루 운하 애프터눈 티 크루징이나 린유 아침 시장의 덮밥 투어, 맥주와 함께하는 삿포로 트램 투어, 노포 술집 순례, 원조 삿포로 라멘 골목 투어, 단골손님이 되어 체험하는 오츠카 선술집 투어, 오츠카 OMO 레인저의 배달 서비스, 다트로 결정하는 매장 투어, 현대미술관 가이드 투어, 생라쿠간이나 금박 편지, 미즈히키 만들기, 다회 체험, 만다라 아침 체조, 신사 참배, 오사카 현지인이 알려주는 여행 강좌, 슈퍼마켓에서 알짜 쇼핑하기, 구마모토 아이콘인 구마몬과의 대화, 슈리성 강좌 등이 있다. 호텔이 있는 해당 지역의 특성과 현지인의 정보를 결합해 완성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들이다. 교토의 경우 자신이 숙박하는 호텔 외에 다른 OMO 호텔에도 짐을 맡길 수 있는 캐리 서비스도 제공한다.
유명 관광지나 맛집 정보를 찾다 보면 정말 의미가 있는 관광지인지, 아니면 정말 검증된 맛집인지 의문이 생기기 마련인데 그래서 OMO 레인저들이 발로 뛰고 지역민과 교감하면서 찾아낸 골목과 명소에 대한 보물 같은 정보는 더 값지게 느껴진다.
OMO7 오사카 by 호시노 리조트의 OMO 레인저는 올해 5월부터 유니버설 스튜디오 잘 즐기는 강좌도 열고 있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에서 연수를 통해 공인 자격까지 획득한 OMO 레인저가 알려주는 알짜 가이드다. 이 OMO 레인저를 유니버설 스튜디오 내에서 만난다면 희귀 공략법이나 인스타 감성 사진 포인트를 전수받을 수도 있다.
“삶에서 좀 더 중요한 것은 도처의 거리에 있다.” 네덜란드 출신의 종교학자이자 인문주의자였던 데시데리위스 에라스무스의 말이다. 그가 말한 중요한 풍경을 여행객이 담기 위한 한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머무르지 말고 걷고 보고 느끼는 것. 여행은 때로 낯선 땅에 홀로 있는 그 생경함과 두려움에 맞서는 것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 낯선 땅에서 처음 만난 친절하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기도 하다. 역시나 우리 삶에서 중요한 것은 도처의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