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가구를 오감으로 경험하는, 앤더슨씨 성수

빈티지 가구와 함께 앤더슨씨가 나아가는 길

2019년부터 매일 인스타그램에 가구에 관한 글을 쓰고, 1년 동안 100군데의 가구 스타일링을 하는 ‘핫 핸드’. 식지 않는 뜨거운 손만큼 가구에 대한 여전한 애정과 열정이 가득한 앤더슨 초이 대표에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앤더슨씨와 새로운 행보인 앤더슨씨 성수에 관해 들었다.

빈티지 가구를 오감으로 경험하는, 앤더슨씨 성수

단순 오리지널 빈티지 가구의 판매가 아닌 위탁·매입 서비스와 함께 솔루션 기업으로 시작한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이하 앤더슨씨). 빈티지 가구를 접목한 F&B, 주거 공간을 넘어서 업무 공간까지 아우르는 가구 스타일링 등을 통해 빈티지 가구의 보편화와 다양화, 국내 세컨드핸드 마켓의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오리지널 상태 그대로의 모겐스 코흐의 모듈러 책장 앞에 닐스 몰러의 벤치가 있는 앤더슨씨 성수 신관 2층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지난 4월에는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 앤더슨씨 성수를 오픈했다. 1960년대에 지어진 구관과 최신식 건물인 신관, 두 동의 건물에서 임스 체어부터 장 프루베와 조지 나카시마에 이르기까지 넓은 범위의 디자인 가구를 만날 수 있다. 신관 1층은 카페 겸 레스토랑이며 2층은 보다 전문적인 가구 전시 공간. 구관 역시 1층의 아담한 카페 앤드슨씨 쿼드와 함께 전시 공간 등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중정을 두고 마주 보는 구관과 신관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새로움이 모이는 성수동과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앤더슨씨가 추구하는 리빙 문화와 빈티지 가구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하는 이곳에서, 앤더슨 초이 대표를 만났다.

Interview

앤더슨 초이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대표

앤더슨씨 성수 신관에서 구관을 바라본 모습. 각각의 창문이 하나의 액자 같다.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앤더슨씨의 시작

인터뷰를 준비하며 이전 기사를 찾아봤는데, 대표님 인터뷰가 거의 없더군요.

네, 일부러 안 하고 있었어요. (웃음) 아직 인터뷰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

그래서 초기 이야기부터 해보고 싶었어요. 왜 가구에 빠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앤더슨씨로 이어졌는지에 대해서요.

처음에는 의자였어요. 대학교 도서관에 이상하게 편하고 공부가 잘되는 나무 의자가 있었어요. 그 의자를 사고 싶어서 물어봤더니 학교 기념품 숍에서 판다더군요. 숍에 갔는데 가격이 거의 800달러 정도인 거예요. 정말 깜짝 놀랐어요. ‘어떻게 학교 기념품 숍에서 의자를 파는데 이렇게 비쌀 수 있지?’ 의자에도 그런 시장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죠. 그 후 Design Within Reach(dwr.com)에서 리서치하며 가구 시장을 알게 됐죠. 처음 좋아했던 디자이너는 누구나 마찬가지겠지만, 조지 넬슨이나 찰스 & 레이 임스 같은 미국 디자이너들로부터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미국에서 대학 시절을 보내셨다고 들었어요. 당시 가구에 대한 관심뿐 아니라 공간과 생활의 영역까지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돈을 많이 버는 사람만 집을 멋지게 꾸밀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미국 친구들 집에 초대받았을 때 알았어요. 거실에 놓인 소파나 침실에 있는 톨 드레서, 사이드보드… 비싸 보이는 것들도 물어보면 그냥 중고 시장에서 몇십 불을 주고 싸게 샀다고 말해요. 가구가 럭셔리 해서 그 공간이 아름다운 게 아니었어요. 여기에는 이런 것들이 있어야 해, 같은 걸 저는 모르는 것 같았죠. 가구와 공간에 대한 이해가 라이프스타일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어요.

앤더슨씨 성수의 카페 겸 레스토랑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귀국 후 2017년 청담동에 카페를 먼저 오픈하셨죠. 허먼 밀러, 프리츠 한센, 비트라, 놀… 디자인 가구 중심으로 공간을 꾸민 것이 당시 굉장히 센세이션 했는데요.

카페는 디자인 가구의 시장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무대이기도 했는데, 가격을 문의하고 구매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카페를 하며 가능성을 봤죠. 그리고 제가 몇 년 동안 주창했던, 좋은 공간의 다섯 가지 요소가 있어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지만 좋은 공간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려면, 일단 좋은 음식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없이 계속 머물 수는 없잖아요. 그 다음 좋은 음악이 필요하고, 좋은 가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가구와 조금 다르게 좋은 아트가 필요하고요. 마지막으로 좋은 사람들이 채워져야 하죠.

가구는 공간에서 인테리어의 어떤 시각적 요소로 뭉뚱그려져 생각되고 이해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가구를 좋은 공간의 필수 요소로써 많이 강조했던 것 같아요. 가구가 사람들의 선택에 의해서 어떤 공간에 놓이지만, 역으로 가구가 사람들의 행동 선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하고요. 잠깐 들르려고 한 공간에 너무 편안해 보이는 의자가 있으면 어쨌든 앉아 쉬잖아요. (웃음)

위탁 가구, 글, 스타일링

언제부터 본격적으로 빈티지 가구를 다루셨나요?

2019년 1월에 첫 컨테이너가 앤더슨씨에 도착했어요. 카페 시작은 2017년 7월, 디자인의 시작은 2019년 1월인 거예요.

허먼 밀러의 임스 ESU에서부터 아르텍의 스태킹 체어, 비트라의 리프로덕션 푸르베 체어, 조지 넬슨의 가구들까지 다양한 위탁 가구들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앤더슨씨를 소개하는 말 중 ‘가구 거래소’라는 표현이 독특한데, 처음부터 이 카드를 들고나왔어요. 가구 거래소로 표현되는 위탁 가구 판매요. 빈티지 가구의 위탁 판매를 전면에 내세운 곳은 앤더슨씨가 최초이지 않을까 싶어요.

가구 거래소가 현재도 하고 있는 일이자 앞으로의 방향성이에요. 보통 빈티지 가구를 살 때 지금 리프로덕트 되는 상품이 아니며 작가는 사망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감가가 적거나 오히려 가치가 오를 것을 기대해요. 하지만 막상 공간에 어울리지 않거나 이민 등 여러 이유로 그것을 되팔려고 하면, 제값을 받기가 어려웠어요. 구매자를 찾기도 힘들고요.

중고차 시장을 예로 들어, 중고차 시장이 성장하며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게 신차 시장이에요. 예전에는 차를 되팔아야 할 경우 감가가 너무 심해 제값을 못 받는다는 인식이 있었어요. 요즘에는 좋은 플랫폼도 많고 입찰제도 있다 보니 내가 2,000만 원에 차를 사도 1,900만 원에 되팔 수 있다는 안정감이 시장에 형성되었죠. 그런데 3,000만 원짜리 소파를 사서 중고 시장에 내놨을 때 과연 얼마를 받을 수 있을까요? 1/10, 1/20 수준으로 처분하는 사례가 너무 많아요.

저는 이것이 사람들이 리빙 시장, 라이프스타일에 투자를 못 하는 가장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쓰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것을 사서 후에도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안정적인 공감대가 형성되면, 사람들이 좋은 걸 살 것 같거든요. 그리고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사이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고요.

위탁 가구들을 적극적으로 제값에 시세대로 판매해 현금화해 드릴 수 있다면 어떨까, 그런 것들이 한국 시장에 필요하다고 봤어요. 앤더슨씨가 등장했을 때만 해도 오리지널 가구 위탁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없었어요. 그 문제를 안고 앤더슨씨가 솔루션 기업처럼 시장에 나온 거예요. 가구 위탁 판매 서비스를 도입하고 앤더슨씨가 전문성을 가진 중간 검수자가 되고자 한 거죠. 저희가 항상 강조하는 게 ‘Buy good, sell good’이에요. 살 때 귀한 건, 팔 때도 귀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의 위탁 시장도 형성된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되게 어려운 일이잖아요. 위탁 가구를 보관하려면 공간도 많이 차지하고요.

맞아요. 관리할 수 있는 넓은 시설도 필요하고 재정 안정성도 중요하죠. 정품 검수도 할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대면하지 않아도 잘 거래될 수 있게끔 신뢰를 쌓아야 하고, 또 해외 메이저 시장에서의 시세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요. 지금까지 가구 거래소로서 목표한 바를 차근차근 달성하고 있어요. 현재 전체 물량 중 40%가 위탁 가구예요. 해외에서 지속적으로 가구들을 수입하고 있고, 국내 사입도 많아요. 이런 상황에서 위탁 가구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건 의미가 있어요.

일본으로 이민 가는 고객이 맡긴 위탁 가구들. 고객이 애써 모은 가구들을 한 컷에 남기고 싶어 박스를 하나씩 풀어 한곳에 모았다고.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그리고 앤더슨씨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대표님이 직접 인스타그램에 쓰는 가구 이야기예요. 2019년부터 매일 꾸준히 해오고 계신데, 처음 데일리 포스팅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해요.

앤더슨씨가 등장한 건 2세대 빈티지 숍들이 등장하고 몇 년이 지난 2019년이죠. 사업에 성공하려면 ‘문제를 해결하거나 불편한 걸 편리하게 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준비한 두 가지가 위탁 판매 서비스와 용어 정리를 포함한 가구 이야기였어요. 이미지 중심의 인스타그램 시대에 앤더슨씨는 다시 텍스트로 회귀한 거죠. 사람들이 알기 쉽게, 그렇다고 너무 알맹이 없지도 않게 비전문가와 전문가 모두에게 읽을만한 거리를 제공한다는 목표로요. 지금도 일주일에 15개 이상씩은 쓰고 있어요. 오늘은 어떤 가구 이야기가 올라왔나, 자기 전 루틴처럼 보는 분들이 많아요.

2022년 12월 31일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 일 년간 쓴 글이 673페이지라고 하셨어요. HY신명조, 10포인트, 더블 스페이스 기준이요. (웃음) 그 이야기들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데 유효했던 것 같아요.

글을 통해서 진정성을 많이 봐주시는 것 같아요. ‘가구를 정말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매일 2~3개의 글을 올리기는 힘들 것이다’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요. 글에는 누군가의 철학과 가치관과 지식이 녹아들 수밖에 없는데요. 매일 쓰는 글 어딘가 다행히 가끔 진정성이 묻어나나 봐요.

앤더슨씨가 가구 스타일링을 진행한 공간 © 히세스튜디오
가구 스타일링은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가구 거래소도 그렇지만, 저희가 하는 것들은 마케팅에서 나오기보다는 실제 소비자가 겪는 문제를 기반으로 해요. 스타일링의 핵심 아이디어는 정말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한 분들도 가구를 다루는 데 생각보다 많은 실수를 한다는 거였어요. 마음에 드는 가구를 찾아서 집에 두었는데도 금세 질리거나 사용하며 불편함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요. 상상만큼 어울리지 않는 가구도 있고요. 그렇다고 바꿀 수 없잖아요. 특히 새 상품은 박스만 열어도 ‘유즈드Used’라는 개념이 붙어버리죠. 저희는 오리지널 가구, 빈티지 가구, 리프로덕션 중고 가구를 다루고 있어요. 어떤 가구를 한 번 다른 공간에 놔 봤다고 해서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거나 갑자기 뉴에서 유즈드가 되지 않죠.

사람들은 생각보다 실수를 많이 한다, 앤더슨씨가 가지고 있는 상품은 갑작스러운 이동으로 인해서 감가가 많이 되는 상품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같이 가구를 골라서 배치하고 그 시점으로부터 3개월간은 가구를 무상으로 바꿀 수 있는 워런티 기간을 주자. 인디언 기우제처럼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가구를 바꿔 주자의 마인드인데요. 일종의 워런티가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스타일링 비는 없어요. 공간을 믿고 맡겨 주신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에요. 또한 언젠가 그 가구들이 위탁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겠어요? 앤더슨씨 콜렉션을 다시 만날 때 얼마나 반갑겠어요.

위탁받은 가구가 스타일링에도 쓰이겠어요.

스타일링의 목적은 고객이 그 공간에 들어갔을 때 만족스러워야 한다는 거예요. ‘스타일링 하길 잘했다, 내 결보다 잘 나왔다’가 되어야 하잖아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가 수입한 것에만 집중할 순 없죠. 앤더슨씨가 보유한 가구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개개인의 취향을 어떻게 다 맞출 수 있겠어요. 고객분들의 위탁 상품도 활용해야 하고, 타 업체의 제품도 적극적으로 매입해서 공간에 넣죠. 위탁 상품들이 스타일링 프로젝트를 통해 소진되기에 판매 속도가 붙고, 더 많은 위탁 상품이 맡겨지고, 다시 스타일링할 때 유용하게 사용되는 선순환 구조예요.

최근 뉴진스 숙소 스타일링으로 이슈가 되었잖아요. 앤더슨씨의 스타일링을 거쳐 간 곳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작년에만 100군데를 스타일링했어요. 유명 인사들의 공간도 많이 하지만 일반인 분들의 수요가 높아요. 기업 사옥의 로비 및 라운지, 호텔 전체를 맡기도 해요. 크고 작은 오피스 공간과 상업 공간도 스타일링 의뢰가 많아요.

수직 수평을 맞춰 월 유닛을 설치하는 앤더슨씨의 아트 핸들러. 앤더슨 초이 대표는 고가의 가구, 조명 등을 안전하게 포장하고 파손 없이 옮기고 설치하는 일에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앤더슨씨는 가구를 운반하고 설치하는 스태프를 ‘아트 핸들러’라고 표현하더군요. 미술 시장에서 쓰이는 용어를 가져온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는 초반 3년 동안 고객분들의 집에 직접 배송을 가서 가구를 배치해 드렸어요. 배송지는 현장 학습장이에요. 고객분들의 공간에 들어서면 공간에 대한 그분들의 매우 현실적인 코멘트를 듣게 되는데요. 그게 정말 큰 도움이 됐어요. 저는 인테리어 전공자도, 디자인 전공자도 아니에요. 그런 제가 스타일링 서비스를 이렇게 해올 수 있는 데에는 현장 경험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가구가 배송되는 현장이야말로 가구 전문가들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가구를 옮기는 사람이 아니라 가구를 예술품처럼 생각하고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핸들러’라는 표현을 써요. 저희 아트 핸들러들은 본사 소속이고 매일 디자이너들과 같이 출근해서 함께 일해요. 모든 가구를 함께 공부하고, 세일즈와 현장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훈련해야 해요. 그런 친구들을 양성하는 게 목표예요.

현재 앤더슨씨의 구성원은 총 몇 명인가요?

가구에만 전념하는 친구들은 17명 정도 되는데요. 행사를 준비할 때는 카페 팀들도 다 같이 도와줍니다. 카페 인원까지 합치게 되면 몇 배 많아지죠.

앤더슨 초이 대표가 좋아하는 디자이너 조지 넬슨의 가구들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가구를 좋아해서 이 일을 시작한 것도 있지만, 사명감이 없이는 하기 힘든 일 같아요. 앤더슨씨 F&B 공간들은 빈티지 가구 전시 체험장도 되어주고요.

솔직히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에요. 리빙 문화를 특정 업체가 이끌 수는 없지만, 세컨드핸드 마켓에서 앤더슨씨가 해야 하는 역할이 있다고 보거든요. 위탁을 받을 때 사명감이 없다면 거절해야 할 물건들도 사실 있어요. 하지만 누군가 소중히 생각했고 감정 후 진품이면, 일단은 포용하는 쪽이에요. 분명히 만날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를 위해 정말 많은 에너지와 비용을 들이고 있어요.

성수동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앤더슨씨 성수

지난 4월 카페와 레스토랑, 전시장을 둔 앤더슨씨 성수가 오픈했어요. 이곳을 준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요.

앞서 말씀드린 것과 다 연관되는데요. 위탁 가구와 수입량, 스타일링 의뢰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결국 가구는 공간 싸움이잖아요. 청담 본사도 있고, 삼성점도 있고, 여기저기 창고도 있지만 늘 공간이 부족해요. 그래서 좀 큰 공간을 준비하자 마음먹었죠.

성수동으로 오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앤더슨씨의 성장 때문이에요. 앤더슨씨의 활동 범위는 주로 강남권이었어요. 고객들은 30~40대분들이고요. 20대에게도 앤더슨씨가 조금 더 다가가야 되겠다, 그런 생각에 성수동으로 나왔어요. 또 저희가 목·금·토 3일만 예약제로 쇼룸을 운영했어요. 앱(*)을 만들어 가격을 오픈하고 가구를 보여드리면 쇼룸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보다 실제로 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상시 오픈 개념의 쇼룸도 필요했죠.

아드리안 피어사르의 모델 2408 곤돌라 소파가 놓인 신관 2층. 앤더슨씨 성수는 커피를 한 잔 주문하면 신관과 구관의 가구들을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인원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성수점은 신관과 구관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각 공간의 컨셉이 있다면.

신관에서는 다양한 문화 예술, 디자인, 패션 관련 전시나 팝업 행사가 많이 이루어지길 바랐기 때문에 내부를 최대한 심플한 화이트 큐브 형태로 만들었어요. 얼마 전에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을 전시한 대규모 사진전이 이곳에서 열렸죠. 특별한 컨셉이 있다기보다는 어떤 무엇이 들어와도 원래 있던 것처럼 보이게요. 기둥 없는 커다란 홀, 높은 층고, 대형 LED 스크린, 개방감 있는 대형 슬라이딩 도어… 그리고 저희는 언제나 가구로 승부를 보잖아요. 평소에는 가구로 공간의 포인트를 주고자 했어요.

구관 같은 경우에는, 신관에서 구관을 바라볼 때의 창문이 많이 알려져 있는데요. 그 프레임을 가구 디스플레이의 핵심 콘셉트로 잡았어요. 창호 자체가 액자 프레임이라면, 그 안에 어떤 가구를 디스플레이 하는지에 따라서 그림이 바뀌는 거잖아요. 가구가 조금 더 예술 작품처럼 보였으면 좋겠고, 공간 자체가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개념이 내재되어 있어요. 그리고 위탁할 때 가구를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구관의 대부분이 위탁 가구들로 채워져 있어요. 위탁한 분들도 내가 맡긴 물건을 언제든지 와서 볼 수 있다는 데에 안정감을 느끼고 만족해하세요.

구관의 창호는 액자 프레임, 그 앞에 놓인 체어들은 액자 속 그림이 된다.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현재 신관 1층에는 장 프루베의 디마운터블 하우스(demountable house)가 들어왔어요.

디마운터블 하우스는 굉장히 상징적이고 귀한 피스예요. 2차 세계 대전 당시 난민들을 위한 임시 주택이 오늘날 예술 작품이 되었죠. 삶 자체가 예술이 될 수 있다, 저희의 평상시 철학과 비슷해요. 역사 속 인물의 그때가 당시의 현재였던 것처럼, 2024년 우리의 삶 속에서도 훌륭한 예술 작품이 만들어지고 있을 거예요. 좋은 주인을 만날 수도 있지만, 하나의 전시 작품이라고 봐주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볼거리와 먹거리가 확실한 이곳을 조금 더 잘 즐기는 팁이나 눈여겨볼 부분이 있을까요?

계속 바뀌기 때문에 하나를 콕 집기보다는, 언제 이곳에 오든 예술, 문화, 리빙에서 보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것들이 채워져 있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국내 빈티지 가구 시장에서 뚜렷한 색깔을 지닌 20여 곳의 브랜드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던 전시처럼요.

구관의 앤더슨씨 쿼드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앤더슨씨 쿼드의 마스코트는 ‘버터’가 그려진 문. 반려동물의 동반 입장이 가능하다. © 앤더슨씨 디자인 갤러리
엔데믹과 함께 리빙 버블이 꺼졌다고 하셨지만, 앤더슨씨는 계속 성장하고 있어요.

가구 거래소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열심히 달려 주는 팀원들이 있어요. 저는 팀원들에게 늘 고객분들에게 예의와 품위를 갖추고, 고객과의 관계를 먼저 생각하라고 강조해요. 신뢰가 쌓였을 때 고객분들이 앤더슨씨 가구거래소에 가구 자산을 맡길 거예요.

저희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세요. 노란 라벨이 붙은 가구들이 누군가 앤더슨씨를 신뢰하고 소중한 가구 자산을 맡긴 거예요. 그러한 고객의 신뢰는 가구 물량으로 그대로 드러나요. 성수점에 가구들이 많다며 놀라셨는데요. 사실 청담 본사에 훨씬 더 많은 가구들이 있어요. 셀 수 없이 많은 가구들을 보면서 고객분들이 “이걸 다 어떻게 관리하냐?”, “가구를 진짜 좋아하지 않으면 못 하는 일이네요”라고 하세요. 가구에 대한 실력과 가구 거래소를 향한 진심이 앤더슨씨 성장 동력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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