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에서 메타버스까지, 공상과학 디자인을 말하다

공상과학과 디자인 사이의 매혹적인 대화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공상과학 디자인을 조명하는 전시가 진행 중이다. 1960, 70년대부터 메타버스 시대에 이르기까지 공상과학을 위해 고안된 다채로운 디자인 오브제를 만날 수 있다.

우주시대에서 메타버스까지, 공상과학 디자인을 말하다

<스타 트렉>,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 <블레이드 러너> 등 수많은 공상과학 영화에 등장하는 고전적인 디자인은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반대로 많은 디자이너들은 공상 과학 장르에서 영감을 받아 상상 속의 미래를 위한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Complicated Sofa, The Shipping, 2021, Artwork by Andrés Reisinger © Reisinger Studio


미래의 무대로 초대된 오브제들

Installation view © Vitra Design Museum, Photo: Mark Niedermann

‘공상과학과 디자인 사이의 매혹적인 대화’는 비트라 샤우데포(Vitra Schaudepot)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공상과학 디자인: 우주시대에서 메타버스까지(Science Fiction Design Vom Space Age zum Metaverse)>의 주제이다. 이번 전시는 아르헨티나 출신 디지털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안드레스 라이징거(Andrés Reisinger)가 샤우데포 컬렉션의 100개 이상의 오브제를 미래적인 무대로 연출하여 선보이며, 영화와 문학에서 엄선한 전시 작품들로 보완한다. 20세기 초부터 1960-1970년대 이른바 우주시대부터 메타버스의 가상 미래 세계만을 위해 고안된 디자인 오브제들까지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문학에서 공상과학 장르는 19세기 초 산업 시대의 급속한 기술 발전으로 메리 셸리(Mary Shelley)와 쥘 베른(Jules Verne)과 같은 작가들이 소설 같은 미래 세계에서 당대의 시급한 문제에 대해 계속 글을 쓰면서 인기를 얻었다. 공상과학 장르는 처음부터 미지의 세계로의 여행부터 신기술의 가능성과 위험, 사랑, 전쟁, 죽음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큰 질문들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영화라는 예술 장르가 등장하면서 공상과학은 빠르게 주요 테마 중 하나가 되었으며, 이번 전시의 영화사 초기 주요 작품 중 하나가 이를 보여준다.

Georges Méliès, still image from the film , 1902 ©Public Domain

1902년 프랑스 영화감독 조르주 멜리에스(Georges Meliès)는 로켓을 타고 달로 가는 장면을 상상하며 공상과학 영화의 원형을 만들었다. 그 후 수십 년 동안 공상과학은 영화에서 급성장했을 뿐만 아니라 만화나 소위 펄프 잡지와 같은 문학 및 그래픽 아트 분야에서도 새로운 종류를 탄생시켰다. 아이작 아시모프(Isaac Asimov), H.G. 웰스(H.G. Wells), 스타니슬라프 렘 (Stanislaw Lem) 같은 유명 디자이너들의 과감한 표지 디자인은 전 세계 팬층을 확보했다.

Joe Colombo, Sella, 1964/65 © Vitra Design Museum Photo: Jürgen Hans

Verner Panton, Fantasy Landscape at the exhibition Visiona 2, Cologne, Germany, 1970 © Verner Panton Design AG, Basel

Luigi Colani, Vehicle Study, 1970/71 © Vitra Design Museum © Vitra Design Museum Archive

Joe Colombo, Living Center, 1970/71 © Ignazia Favata/Studio Joe Colombo Photo: Rosenthal Einrichtung

최초의 인공위성이 우주를 정복하고 우주여행이 급속도로 발전했으며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블록 강국이 최초의 달 착륙을 위해 경쟁을 벌이는 등 공상과학 소설이 예측했던 일이 1950년대부터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고, 전 세계는 마치 스릴러를 보듯 이를 지켜보았다. 우주시대는 디자인에도 분명하게 반영된다. 가에 아울렌티(Gae Aulenti), 에로 아르니오(Eero Aarnio), 루이지 콜라니(Luigi Colani), 조 콜롬보(Joe Colombo), 베르너 팬톤(Verner Panton)과 같은 디자이너들은 유기적인 형태와 반짝이는 플라스틱 표면으로 미래지향적인 가구를 제작하면서도 생활 습관을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하는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Olivier Mourgue, Djinn Lounge Chair, 1964/65 © Vitra Design Museum, Photo: Jürgen Hans © VG Bild-Kunst Bonn, 2024

우주시대의 디자이너들은 우주여행을 영감의 원천으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공상 과학 영화를 위한 완벽한 가구를 제공하기도 했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1968)에 등장한 올리비에 무르그(Olivier Mourgues)의 ‘진 의자(Djinn-Sessel)’부터 배리 소넨펠드 감독의 <맨 인 블랙>(1997)에 등장한 에로 아르니오(Eero Aarnio)의 ‘토마토 의자(Tomato Chair)’, 드니 빌뇌브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2049>(2017)에 등장한 피에르 폴랑(Pierre Paulins)의 ‘리본 의자 (Ribbon Chair)’ 등 다양한 디자이너 가구가 이미 은막을 점령했던 것이다.

Marc Newson, Orgone Chair, 1993 © Vitra Design Museum, Photo: Jürgen Hans

Joris Laarman, Aluminum Gradient Chair, 2013 © Vitra Design Museum Photo: Jürgen Hans

공상과학과 디자인 사이의 대화는 이후 수십 년 동안 계속되었다. 영화 <프로메테우스>(2012)에 등장하는 마크 뉴슨(Marc Newson)의 ‘오르곤 의자(Orgone Chair)’처럼 공상과학 영화에 디자인 아이콘이 등장하는가 하면, 영화 <블레이드 러너>(1982)에 등장하는 찰스 레니 매킨토시(Charles Rennie Mackintosh)의 ‘아가일 의자(Argyle Chair)'(1897)처럼 예상치 못한 디자인 오브제들도 등장했다. 공상과학은 기후 변화와 인공 지능의 사용과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를 다루는 매우 다층적인 장르라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또한 컴퓨터를 이용한 디자인과 3D 프린팅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인해 미래지향적인 미학이 디자인에 더욱 새롭게 적용되어 최초의 금속으로 프린트된 의자인 요리스 라르만(Joris Laarmans)의 ‘알루미늄 그라데이션 의자(Aluminum Gradient Chair)'(2013)와 같은 고전적인 작품이 탄생하기도 했다.


우주 시대에서 이제는 메타버스로!

Andrés Reisinger, The Shipping, Deep Space, 2021 © Reisinger Studio

현재 진행 중인 우주 개척 프로젝트를 보면 이미 제2의 우주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공상과학과 디자인 간의 대화는 어떻게 이어지고 있으며,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까. 미래의 기술력과 사회 문제를 연결하는 것은 사고의 일방통행에 다름 아닌데, 또 다른 방향은 바로 ‘메타버스(Metaverse)’다. 특히 젊은 세대의 디자이너들에게 1960년대 우주가 구현했던 것처럼 투영과 실험을 위한 새로운 공간,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채워야 하는 자유로운 지적 공간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부각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현재 메타버스만을 위한 작품을 제작하는 가장 유명한 아티스트이자 디자이너인 안드레스 라이징거의 작품을 선보인다.

Andrés Reisinger, The Shipping, Tangled, 2021 © Reisinger Studio

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맡기도 한 그는 주로 가구 디자인에 주력하며, 특히 디지털 아트워크는 NFT(Non-Fungible Token)로 제작되어 큰 주목을 받았다. 완벽하게 연출된 그의 꿈속 풍경은 디지털 세대의 미학과 심리 상태를 표현하며 초기 공상과학 영화의 시각적 세계를 연상시킨다. 라이징거는 최근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통해 ‘명상을 위한 12개의 의자’를 위한 가구를 제작함으로써 이미 영적인 접근 방식을 취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라이징거의 ‘Shipping Series'(2021)와 장난기 넘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오브제인 ‘호르텐시아 의자(Hortensia Chair)'(2018)가 관객들과 만난다.

Andrés Reisinger, Hortensia, 2021 © Vitra Design Museum, Photo: Andreas Sütterlin

‘호르텐시아 의자’는 NFT로 개발한 후 실제 가구로 제작된 케이스로 활짝 핀 꽃 속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연상시키도록 디자인된 몰딩 암체어다. 라이징거는 자신의 디지털 디자인을 실물로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줄 협력자를 찾다가 네덜란드 디자인 브랜드 모오이(Moooi)와 텍스타일 디자이너 줄리아 에스퀘(Júlia Esqué)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2018년 7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호르텐시아 의자’의 디지털 렌더링을 처음 게시했고, 그 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NFT 디자인의 첫 번째 물결의 일부가 되었다. 라이징거와 에스퀘는 이 작품을 제작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 중 하나가 이 효과를 현실에서 어떻게 재현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결과물은 증기처럼 가볍고 가벼워야 했고, 꽃잎은 중력에 맞서 싸워야 했다. 결국 라이징거의 오리지널 3D 디자인에 맞춰 부드럽고 푹신한 효과를 만들어 냈다.

Portrait Andrés Reisinger, 2022 © Mark Cocksedge

비트라 디자인 뮤지엄에서 저를 전시 디자이너로 초대했을 때, 제가 존경하는 아르헨티나의 판타지 작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의 테마를 접목하고 싶다는 생각을 바로 했어요. 그의 작품에서 중심 모티브가 되는 거울은 다른 세계와 현실로 통하는 관문을 은유적으로 상징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도 거울은 다양한 현실과 시간대를 엮어 현재 세계에 새로운 차원을 창조하기 위해 작품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

전시 디자이너 안드레스 라이징거(Andrés Reisinger)

라이징거의 디자인은 점점 더 디지털과 실물을 결합함으로써 우리 시대의 가장 흥미로운 디자인 해석으로 각광받고 있다. 라이징거의 작품은 우리가 알고 있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을 넘어 존재하는, 초월적인 디지털 아트의 미묘한 본질을 환기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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